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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지 뭐~. 촌 노인들 중에 무릎하고 허리 성한 사람이 있나?”
“그렇지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1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용화사까지 찾아온 정윤분(65)ㆍ이연순(78)ㆍ배정남(70) 할머니. 며칠 전 동네 이장이 무료진료에 약까지 준다는 말을 해줘 서둘러 나왔다고 한다. 정윤분 할머니는 “이런 날이 아니면 약 먹는 것도 쉽지 않아 나왔어”라며 일주일치 약을 받고 수지침까지 맞았다.
진천에서 군의원 선거에 나선 친구를 돕다 용화사에 온 양명천(62ㆍ청주시 흥덕구 모충동)씨는 “다리가 아파서 침을 맞았다”며 “평소에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이렇게 작은 사찰까지 찾아와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선생님들께 절이라도 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부인과 함께 온 박승혁(35)씨. 평소 혈압이 높아 약을 먹고 있지만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용화사에 왔다. 병세를 들은 문동길 박사(강북동산의원 내과 전문의)는 “술과 담배부터 끊어야 완치될 수 있다”며 박씨를 호되게 다그쳤다. 문 박사는 그러면서도 “가장이 건강해야 가정이 평안하다”며 따뜻한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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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이지만 부인인 김영옥 약사를 따라 진료에 동참한 이만선 박사는 산부인과 진료에 여념이 없다.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은 하나님과 부처님 모두의 공통적인 가르침 아니겠냐?”며 “‘사랑’과 ‘자비’는 결국은 같은 말”이라며 차례차례 상담을 이어갔다. 이만선ㆍ김영옥 부부는 현직에서 은퇴하고 불교와 가톨릭을 가리지 않고 봉사현장에는 어디든 달려가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에 수지침을 놓던 김우영씨도 “미력이나마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왔다”며 “간단한 수지침에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기에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불자약사보리회의 봉사활동은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까지 계속됐다. 이날 약을 받고 수지침을 맞은 사람은 모두 400여명. 작은 병이지만 병원에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듬뿍 주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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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약사보리회 류남영 총무는 “2000명분의 약품을 준비했는데 농번기여서인지 많이 안 오신 것 같아 아쉽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용화사에서 지역 어른들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용화사 주지 무위 스님도 “선거가 겹치는 바람에 홍보를 많이 못했다”면서도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진천까지 온 불자약사보리회가 고맙기만 하다”며 마음을 전했다.
지난 98년 창립된 이후 9년째 전국을 돌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불자약사보리회는 지금까지 90여만명에게 무료투약을 진행했다. 농어촌 지역의 의료소외지역은 물론 노숙자와 장애인들에 대한 투약을 계속하고 있으며 티베트 망명정부에도 매년 3000명분의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다.
활동 10년을 맞는 내년에는 100만명 무료투약 목표를 달성하고 내년 8월에는 그동안 불자약사보리회를 도와준 후원자들과 소외계층을 초청해 조촐한 회향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불자약사보리회 창립 당시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 나청자 명예회장은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가르침을 차근 차근 실천하는 것이 회원들의 목표”라며 “일과 신행이 둘이 아님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진천군 내에 있는 칠장사를 참배하며 신심을 다진 불자약사보리회원들은 용화사 석불입상 부처님의 잔잔한 미소와 같은 법향(法香)이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며 다음 봉사활동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