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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염불수행과 절수행을 혼합한 형태의 ‘염불절수행’을 하는 불자들이 있다. ‘불력회(佛力會)’라는 수행단체 회원들이다. 이들은 염불수행이나 절수행에서의 어려운 점들을 ‘염불절수행’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5월 25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와룡동 아미타사. 20여 명의 불자들이 법당에서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추 세운 채 합장을 한 상태에서 녹음테이프에서 들려오는 ‘나무아미타불’을 큰 소리로 따라한다. 한 번은 ‘나~무 아미 타~불’이라는 운율로, 또 한 번은 ‘남무아미 타~불’이라는 운율로 반복하길 30여 분.
지도법사이자 불력회 회장인 박종린 거사(51ㆍ동국역경원 역경위원)가 죽비를 치면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며 절을 하자, 나머지 불자들이 박 거사가 염송한 운율을 그대로 따라하며 절을 한다. 절하면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고 일어서면서 다시 염하는 동작이 반복된다.
하지만 ‘나무아미타불’은 조금 전 두 번의 서로 다른 운율로 염하는 방식이 아닌, 네 번의 서로 다른 운율로 반복됐다. 한 번 절하고 일어설 때마다 ‘나무아미타불’을 두 번 염하고, 이렇게 절을 두 번 하면 네 번의 서로 다른 운율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게 되는 셈이다. 불력회 회원들은 이것을 ‘4회 염불’이라고 한다. 두 번의 서로 다른 운율로 하는 것은 ‘2회 염불’이라고 했다.
이렇게 10여분 정도가 지나자 회원들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법복 상의가 땀에 젖어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절하는 속도가 불자들이 108배를 하는 속도보다도 빨랐고, 거기에다 염불까지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은 듯 보였다.
불력회 회원들이 이렇게 매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염불절’ 수행을 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 지난해 정토염불도량인 아미타사가 개원하면서부터다. 불력회는 회장인 박종린 거사와 염불절수행을 해오던 불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수행단체. 이들은 대부분 20~30년 동안 절수행과 염불수행 등을 해 오던 차에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한 염불절수행이 정신을 집중하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확연히 느낍니다. 7~8개월 정도 염불절수행을 하고 있는데, 절만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덜 힘드네요.”
5년 동안 관음정진을 해오다 염불절수행을 하기 시작했다는 한선자(65ㆍ서울 마포구) 보살은 나이가 있어 절하기가 쉽지 않은데 염불을 하면서 절을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 덜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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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서 매주 수요일 법회 때마다 오고 있다는 권오영(53) 보살은 30년 전 불교에 입문해 안 해 본 수행이 없다. 그런데 염불절수행을 하고부터는 환희심을 느끼는 맛에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수요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요즘도 집에서 하루 1080배 염불절수행을 한다.
“오랫동안 염불수행을 했는데, 항상 졸음이 문제였어요, 그러다보니 집중이 잘 안돼 쉽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절을 하며 염불을 하니까 좋더라고요. 어떤 때는 절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을 때가 있어요.”
박주영(47ㆍ서울 종로구) 거사는 “염불은 정적인데 반해 절은 동적인데 염불절수행은 정과 동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성취감이 높고 집중력이 높아져 수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불력회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법회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 저녁에도 철야로 염불절수행을 한다. 토요일 수행은 도피안사 길상사 화계사 등지에서 돌아가며 한다.
평상시에는 매일 108배를 하고, 아침에는 삼귀의 저녁에는 사홍서원을 하며, 끼니때마다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천수경과 금강경 등 경전 한 구절씩 독송하고 있다. 안거 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1만배 염불절수행도 한다.
박종린 회장은 “염불절은 입으로 몸으로 표현하되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면서 본래자성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며 "두 가지 수행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상승효과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염불절수행은?
말 그대로 염불하며 절을 하는 방식이다. 이론적 근거가 있는 수행법은 아니다. 박종린 회장은 “염불수행은 염불에 주력하는 수행인데, 이 수행법은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수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으며, 절 수행은 절을 하다보면 집중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성적으로 절만 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는데, 염불절 수행은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염불절수행의 궁극은 자신의 불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박 회장은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구의(身口意) 3업을 녹여야 하는데, 구업을 녹이기 위해 염불을 하고, 신업을 녹이기 위해 절을 하고, 의업(생각)을 녹이기 우해 ‘나무아미타불’을 일념으로 염한다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 등이 아닌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는 이유는 본래 자성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새기기 위해서라고.
수행방식은 ‘나무아미타불’을 정해진 리듬과 박자에 맞춰 염하면서 절을 하는 것이다. 절을 하는 속도나 호흡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호흡하는 것조차 잊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나무아미타불을 일정한 리듬에 맞춰 염하는 이유는 정신을 집중시키고, 자신이 하는 염불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다.
운율이 서로 다른 4번의 나무아미타불에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첫 번째 나무아미타불은 봄기운이 돋아나듯이 생동하는 기운과 자애를 반영하고 있고, 두 번째 나무아미타불은 여름의 에너지와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마음을 반영하듯이 힘차다. 세 번째 나무아미타불은 가을과 즐거운 마음을 담아 부드럽고, 네 번째 나무아미타불은 나뭇잎이 다 떨어진 평등한 세상과 평등한 마음을 반영해 끝부분의 음정을 내려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