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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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서 점 하나만 빼면 '신행'”
불교산악인聯, 부산, 대구, 광주 등 9개 산악회 합동산행법회
초록의 산 빛에 철쭉꽃이 춤을 췄다. 산악불심도 보라색 꽃 빛에 넘실댔다. 전남 보성 일림산 해발 667m 정상. 산은 조건 없이 화엄장(華嚴藏) 세계를 내어보였다. 드넓은 남해 바다, 시원한 바람결, 부드러운 산 능선…. 그대로 산악불심에게 극락세계를 선보였다.

늦봄 5월 14일, 불자산악인들이 산에 올랐다. 합동산행과 산상(山上)법회를 갖기 위해서 뭉친 것. 일림산 초입은 아침부터 인근 광주는 기본, 서울 부산 대구 안산 양산 마산 창원 등 전국불교산악인연합회(총재 양춘동) 산하 9곳 지부산악회원 5백여 명들로 부쩍 댔다.

전남 보성 일림산 정상에서 산상법회를 마친 전국불교산악인연합회원들이 손을 흔들며 법우애를 나누고 있다.


말(言)이 산을 탄다고 해야 할까? 계곡 입구가 사투리의 향연으로 들썩들썩 댔다. 서울말, 경상도 말, 전라도 말. 제각기 말투와 억양은 다르지만, 산에 오를 설렘에 불자산악인들의 얘기 보따리가 술술 풀어졌다. 한데 섞인 정겨운 사투리가 웃음꽃으로 피어났다.

“날씨가 좋지라우? 어즈까제 비가 왔단디?”
“비가 왔었는교? 오늘 날씨가 좋은 걸 보니, 부처님 덕분인 것 같네예.”

일림산을 4시간 동안 종주하는 산행은 지부산악회별로 출발했다. 광주불교산악회가 길을 안내하고, 곧장 서울 부산 대구ㆍ경북산악회가 뒤를 따라갔다. 좁게 열린 산길을 종종 걸음으로 오르는 모습이 마치 안행(雁行)과 비슷했다.

보랏빛 철쭉 꽃길로 산악불심이 산을 오르고 있다. 멀리 보이는 남해 바다가 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산행! 불자산악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광주불교산악회 정대석(47) 사무국장의 말이 웃기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유행가 가사처럼시 ‘산’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빼불면, ‘신’이 되지라이. 한발 한발 내딤시롱 헐떡거리는 내 숨을 알아차리면 번뇌망상에 찌든 내 마음을 깨끗이 비워내지라.이거이 머시당가? 바로 불자산악인이 산을 오르는 이유람시롱.”

산행은 신행과 닮았다. 산을 오르는 일은 불자의 길과 같다. 힘겹게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로 보이지만, 결국 그 자리가 본래 있는 곳임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행행본처 지지발처(行行本處 至至發處). ‘가는 데마다 본래 자리, 이르는 데마다 출발지’란 이치가 불자 산악인들에게 던지는 산행의 의미인 것이다.

일림산 정상에 갖은 산상법회 봉행 모습.


산 중턱에나 올랐을까?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정상이 손에 잡혔다. 하지만 정상은 멀었다. 눈에는 잡힐 듯 보이는데, 아무리 가도 쉽게 접근은 허락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과 가는 것은 전혀 달랐다. 가까이 보인다고 가까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 산은 그렇게 쉽게 정상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상하지예. 산은 겉으로 순한 양 같지만도 속은 음흉하지예. 마치 선문답을 하는 선승들이 제자들의 마음씨를 떠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는교? 알음알이로 신행한다고 대들었다간 큰 코 다치지예. 산행도 마찬가지라예.”

양산불교산악회 이영희씨(50) 말이 지친 발걸음에 채찍이 됐다. 분심이 솟았다.

그렇게 오른 일림산 정상. 누가 뭐라 할 것이 ‘야호~ 야호~’ 탄성을 질렀다. 산은 정직하게 메아리로 회답했다. 잠시 후, 휴식 시간을 갖고 산악회원들은 산상법회(山上法會)를 봉행했다. 힘겹게 오른 산 정상에서 여는 법회. 파란 하늘은 후불탱화가 되고, 넓은 바위는 불단이 돼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산악회원들이 봉독하는 <반야심경>은 ‘금강의 메아리’가 돼 온 산을 휘감고 돌아왔다. 법열이 느껴졌다.

“산상법회가 끝나면 회원들은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공양을 하고, 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말 그대로 야단법석인 셈이지요. ‘짧지만 여운이 긴’ 법회, 우리 불자산악인들이 매월 산상에서 법회를 통해 신심을 이렇게 키워나고 있습니다.”

산악불심의 합동산행법회. 사진은 법회를 갖는 모습.


대구ㆍ경북불교산악회 권윤기(44) 회장은 산악회를 이렇게 소개했다. 산을 사랑하다 못해 산에 미쳐버린 사람들. 언제나 산 정상에서 ‘붓다의 메아리’를 전하고 있는 신행단체라며 웃음을 지었다.

산상법회를 끝내고 불자산악회원들은 발길을 산 밑으로 향했다. 깨달음도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처럼, 산행도 정상에만 머물러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내려가는 것. 오름과 내려감을 통해 진정한 산행은 완성된다.

전국불교산악인연합회 양춘동 총재는 “산을 오르내리는 걸음걸음에서 바로 산악불심의 신행이 시작되고 끝이 난다”며 “그런 의미에서 산행과 산상법회는 불자산악인들이 신심을 키우는데 지름길이자 신행법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이번 9곳 지부산악회 합동산행법회를 계기로, 올 가을에 특별한 산행을 갖는다. 9개 대전지역 불교산악회와 함께 산에 오르며 전국의 산악불심을 한데 모은다는 것. 이를 통해 그간 영호남 불자산악회의 친목도모는 물론, 충청도, 경기도 등의 불자산악회들과도 화합을 다질 요량이다. 또 최근 창립된 안산불교산악회가 주축이 돼 ‘외국인 이주노동자 초청 합동산행법회’도 봉행할 예정이다. 지역과 인종간 벽을 허물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누기 위해서다.
전남 보성/글ㆍ사진=김철우 기자 |
2006-05-17 오후 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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