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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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호흡법,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까?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 펴낸 미산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딱 1분만 숨을 참고 수영을 해보자. 금세 숨길이 끊기고 숨통이 조여 그 자리에서 헤엄을 멈출 것이다. 들숨과 날숨이 막혀 곧장 몸은 물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너무도 당연한 이 현상이 수행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물과의 마찰을 통해 몸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헤엄’이 수행이라면, ‘음~파!’는 수행의 바탕이 된다. 호흡이 수행이 되는 셈이다.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은 이처럼 중요한 호흡을 수행과 함께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부처님의 생생한 호흡법을 담은 빨리어 <호흡관법경>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해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을 펴낸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에게 물었다.


▶호흡이 왜 중요한가?

-수행은 순간순간 깨어있어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마음의 움직임’, ‘마음 씀씀이’를 순간순간 살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호흡은 현재 이 순간으로 돌아오도록 상기시켜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마음챙김을 호흡의 도움으로 계속 반복하면 매순간의 일마다 미세한 호흡 현상들이 배경으로 감지되는 질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준다.


▶호흡의 어떤 면이 수행이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

-호흡은 ‘물’과 같은 존재다. 모든 수행법의 배경에 호흡이 깔린다는 의미다. 운전을 한다고 하자. 그런데 운전자가 위빠사나든 간화선이든 수행법에만 집중한다면 신호등도, 끼어든 차량도 못 봐 사고가 난다. 그럼, 그때 ‘호흡관법을 함께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깨어있는 마음으로 운전에 집중하는 것이다. 신호가 걸렸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호가 언제 바뀌나 마음을 내지만, 호흡관법을 병행하는 사람들은 그 짧은 순간에도 깨어있는 마음으로 자기 호흡을 관찰한다. 그러면 조급한 마음이 밖으로만 향하는 마음도 안으로 쫙 모이면서 집중력이 강화된다. 이처럼 호흡은 일상의 삶 속에서 수행을 놓지 않게 한다.


호흡은 수행의 기초가 된다. 사진은 행선 중에 호흡을 챙기는 수행을 하고 있는 재가불자의 모습.
▶호흡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수식관(數息觀)은 숨길이 닿는 부위와 그 순간을 숫자로 헤아리며 호흡을 관찰하는 호흡관법이다. 여기서 수를 세는 것은 수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숨이 드나들 때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때문에 수를 세지 않고도 숨이 명료하고 집중력이 그대로 유지되면 수를 안 세도 된다. 집중력이 부족한 초심자에게 효과적이다.
반면 수식관(隨息觀)은 숨을 따라가는 호흡관법이다. 한 지점에서 호흡을 집중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놓지 않고 처음에서 끝까지 다 보는 것이다. 마치 아파트 경비원이 들고나는 사람을 보이는 시선만큼 따라다니며 보는 것과 같다. <호흡관법경>은 이런 다양한 호흡법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전은 그 자체로 어떤 호흡법이든 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호흡관법경>은 어떤 경전인가?

-초기경전에서는 사념처관법(四念處:몸, 느낌, 마음, 법을 대상으로 순간순간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리는 수행법)이나 호흡관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들고나는 숨을 깨어있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호흡관법은 <호흡관법경>의 핵심이다. 들숨과 날숨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사띠를 키우는 호흡관법이 익숙해지면, 수행법 선택이 수월해진다. 사마타로 갈지 위빠사나로 갈지 <호흡관법경>은 방향 선택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호흡관법경>은 또 삼매와 지혜를 함께 닦을 수 있는 체계를 전체적으로 갖추고 있다.


▶사념처 수행과 <호흡관법경>의 관계는?

-<호흡관법경>에서는 사념처 방법이 큰 뼈대를 이룬다. 그 골격에 4가지 방법이 세분화돼 총 16가지 단계로 구성돼있다. 신념처의 주안점은 사마타 계발이다. 나머지 수ㆍ심ㆍ법념처는 지혜 계발 즉, 위빠사나이다. 여기서 호흡은 몸, 느낌, 마음, 법이든 상관없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들숨과 날숨 등 숨에 대한 자신의 마음상태를 관찰하는 심념처. 숨 자체의 무상성을 알아차리는 법념처 등 호흡을 통해 사념처 수행이 이뤄진다. 가령 수념처에서 아무리 느낌을 관찰해도 그 느낌을 알아차릴 수 없을 때는 호흡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마음관찰도 마찬가지. 마음에 어떤 것이 관찰되지 않을 때는 배경에 있던 호흡이 관찰되게 된다. 호흡과 같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그럼 <호흡관법경>의 16단계는 선후경중이 있는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다. 수평적이고 중층적인 관계다. 어디서 접근해도 상관없다. 실제 수행처소별로는 사념처별 각 16단계를 하나하나 떼어 내 수행을 지도하지 않는다. 어느 부분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수행처소의 성격이 달라진다. 고엔카 계통에서는 심념처(느낌 수행)을, 쉐우민 센터에서는 심념처(마음관찰)를, 파욱 센터는 호흡관찰만 중시한다.


절 수행에서도 역시 호흡은 절대 기본이 된다.
▶호흡관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교는 자연호흡,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것을 강조한다. <호흡관법경>에서는 호흡의 장단, 완급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이 내쉬는 것만을 알아차리라고 한다. 먼저 코끝이든 코언저리든 윗입술 이든 어느 한 지점을 택해야 한다. 들숨과 날숨이 오가는 숨길이 어느 부분에서 명료하게 느껴지는지 자각하고, 자각된 그 부분을 초점으로 정해 그 부분에 숨길이 지나가는 것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 초점을 옮기면 안 된다.


▶하지만 재가불자들은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호흡의 가치를 간과하기 쉽다.

-현대인들은 과거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헐떡이는 삶을 산다. 자신의 마음이 산만할 수밖에 없다. 잠자리를 준비하면서 내일 할 일을 걱정하고, 어제 있었던 언짢은 일을 곱씹는다. 이때 수행은 흩어진 마음 상태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 이 때 호흡은 ‘지금 여기’에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가장 효과적이 도구다. 수행의 포인트는 지금 여기에 있다. 깨어있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순간순간에 마음 알아차림, 사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정신없이 바쁘다면, 심호흡을 해보자. 그 숨 상태를 바라보면 곧바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경험을 할 것이다.


▶어떻게 매순간, 호흡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릴 수 있는가.

-주문 외듯 호흡을 챙기면 된다. 순간순간 숨과 함께 깨어있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 여기’하고 되뇌이기다. ‘지금 여기’ 하면서 숨을 인식해 돌아가는 것이다. 또 숨을 놓치게 되면 다시 ‘지금 여기’를 주문 외듯 자신의 숨을 다시 인식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익숙해지면, 사념처 중 하나를 선택해 본격적으로 수행에 들어가면 된다. 물론 초심자에게는 호흡관찰이 금세 도망가 버린다. 그러니 ‘지금 여기’ 하면서 계속 들숨과 날숨을 계속 바라봐야 한다. 과거에 붙잡혀 있고, 미래에 도망가 있는 그 마음을 ‘지금 여기’의 숨으로 다시 불러오는 것이다.


▶그래도 호흡관찰을 놓치기 쉽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호흡관법은?

-하루 중, 잠시 호흡을 관찰하기 좋은 시간이 있다. 가령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든지, 점원이 영수증을 준비하고 있다든지, 영화관에서 표를 사기 위해 줄서야 할 때가 있을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시간을 답답하고 쓸데없는 시간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마음을 챙겨 현재에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자투리 시간도 유용하다. 순간순간 마음챙김의 수행으로 버려진 시간을 언제라도 살려 쓸 수 있어야 한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6-05-11 오후 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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