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믿으려는 게 아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해요. 친구들이 다 거기(교회) 있어요.”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불자 어머니의 글이 불교계 인터넷 사이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서울 은평법당 인터넷 카페(cafe.daum.net/dmsvudqjqekd)에 올라온 혜향성 보살의 글이다.
글은 아들이 “교회에 가겠다”고 선언하자 어이없어 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혜향성 보살이 그 이유를 알아보니 아들이 일요일에 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됐는데, 반 아이들 34명 중에 10명이 담임선생님이 다닌다는 ○○교회에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담임선생님이 아들을 교회에 데려가기 위해 직접 집 앞까지 차를 몰고 오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혜향성 보살이 아들에게 할 수 있었던 말은 “한 번은 교회가고 한 번은 절에 가라” 뿐이었다.
소극적인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혜향성 보살의 글이 ‘붓다뉴스(buddhanews.com)’에 올라오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공감을 나타내며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대한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및 댓글 보기]
아이디 ‘정신차리자’라는 누리꾼은 “아이를 절 유치원에 보내려고 해도 갈 데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이디 ‘관심’이라는 누리꾼도 “매년 초 각 학급(남자고등학교) 종교를 조사하면 35명 중 20명 이상이 개신교이고 가톨릭이 6명, 불교는 2명 정도”라며 ‘청소년’ 포교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대학생’ 포교 현실은 더욱 처참했다. 아이디 ‘둘이아님’이라는 누리꾼에 따르면 “지금 전국대학의 대불련은 모두 문 닫기 직전이다. 몇몇 남지 않은 회원이 동아리 명맥이라도 지키기 위해 가짜로 회원을 늘려서 학교 동아리 등록허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포교 관련 전문가들은 우선, 단위사찰 주지스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관심 부족’을 꼽았다.
둘째, 어린이 청소년들을 지도할 교사불자나 불자 상담 및 레크리에이션 강사 등 ‘전문인력 부족’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셋째,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포교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 부족’ 등의 원인을 지적했지만 “진단은 있어도 처방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혜향성 보살의 소망처럼 “〈반야심경〉에 맞춰 힙합댄스를 즐기고, 드럼을 두들기고, 연기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날이 오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월정사 문수청소년회 한혜원 사무차장은 ‘눈높이 포교’를 제안했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이에 맞는 포교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조한곤 과장은 어린이 청소년 포교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종단 차원의 지도자 육성을 위한 연수 및 교육훈련, 출가자 청소년 포교 실습 의무화, 종립학교 내 청소년학과를 개설 등이 방안이다.
교사불자연합회 임완숙 前 회장은 포교원과 교사불자연합회, 파라미타청소년협회 등 포교 관련 단체들간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체 담당자들의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것.
조계종 포교부장 일관 스님은 “주지 인사고과에서포교 활동을 반영하도록 하는 등 종단 차원의 제도개선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해당 사찰의 주지스님들의 원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