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ㆍ권력ㆍ명예라는 것은 본래가 실체가 없어서 허망한데, 찰나동안 살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서로 탐욕을 부려 재산과 권력을 탐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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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청년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출세욕에 눈이 멀어 사는게 급급하다는 이유로 정기 법회에 한 번, 두 번 빠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현실주의적 타락의 늪으로 빠져들었지요.
하지만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살 수는 없었습니다. 돌이켜 보았지요.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 놓치고 사는 것은 없나?’ 며칠 고민 끝에, 내 무릎을 탁 치게 한 것은 불교와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 들었던 스님의 법문이었습니다. ‘모두가 실체가 없어 허망한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는 말씀이었지요.
그 말을 되새기니 스스로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다짐에 또 다짐을 했지요. 법회와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히 법회에 참석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했지요.
그렇게 부처님 법을 믿어서 그랬을까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습니다. 만해 스님은 <님의 침묵>에서 ‘날카로운 첫 키스에 눈이 멀었다’며 주옥같은 시를 썼지요.
나도 그랬습니다. 아내를 만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얼굴은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1년 넘게 연애기간을 갖고 뜨거운 사랑을 나눴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나는 아내와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중심사 큰스님을 모시고 부부의 연을 맺었지요. 그 때, 주례를 섰던 스님의 말씀이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서 생생합니다.
“우리네 인생 한 철 살다가는 나그네입니다. 이러한 나그네 인생을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 평등한 마음으로, 또 웃음으로 매사를 내 탓으로 돌리며 넓은 아량과 지혜를 가진 인간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살 것인가. 잘 선택해야 해야 합니다.”
스님께서는 나에게 좋은 뜻이 담긴 글도 써주며 축하해 주셨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한철 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와서 이 도리를 알지 못하고 간다면, 언제 다시 와서 실현할 수 있을까. 도저히 기약할 길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고 새로운 인연에 의해 어렵게 부부가 됐으니 열심히 살아 보자고.
큰스님의 높으신 공덕이었을까요. 우리 부부 사이에는 아들 둘이 태어났고, 그 형제를 키우면서 부족함이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갔습니다. 비록 크지 않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였지만, 알뜰히 운영하면서 스스로 남부럽지 않은 사업체라 자부하기도 했습니다.
욕심이 크면 탈이 난다고 했던가요? 불자로서 이미 그 때 마음이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법회 날이면, 바쁘다 피곤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워 아내 혼자 보내곤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희로애락이 뒤엉킨 생활 속에서 ‘내가 최고다’는 아만심으로 가득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사소한 말에도 신경질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의 마음은 불만투성이로 변해 버렸고, 모두가 돈으로만 보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을 통하여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4상을 없애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나는 ‘아상’이라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바로 다스리지 못하고 존귀한 한 생명을 빼앗고 말았습니다. 살인을 하고만 겁니다. 순간의 실수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아 버렸습니다.
이후 재판정에 서게 되었고, 판사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무기형이었습니다. 선고를 받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출소하는 그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아내는 자식과 가정을 버리지 않을까?’ 온갖 망상에 사로잡혀 나의 죄를 참회하기 보다는 나를 구속시킨 사회를 원망하는 마음만이 가득 찼습니다. 분노의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하루하루 무의미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교도소 안은 나의 마음과 몸을 옭아 맺습니다. 정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분노와 자책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괴롭혔습니다.
그렇게 고통의 나날을 지내던 어느 날, 아내가 면회를 왔습니다. 반가운 마음보다 미안함 마음이 앞서 면회장에 가기를 망설였습니다. 몇 분을 고민했을까요? 반쯤 내 마음을 접고 면회장 문을 열고 들어가 희뿌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마주했지요. 나는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얼굴을 보이기 싫어 아내의 눈을 연신 피했습니다. 1분 정도가 흘렀을까요? 아내는 나에게 말을 했습니다.
“여보! 당신이 겪어야 할 고통의 세월이 길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길겠지요. 하지만 부처님처럼 우리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고행하셨던 수행 기간을 생각하면 당신이 겪어야 할 고통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할 거예요. 옛날 청년시절 오계를 받았을 때를 생각해봐요. 연비 자국을 보면서 나도 이제 진정한 불제자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 보세요. 부처님의 정법의 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겠다고요.”
아내는 그렇게 생긋 웃음 지었습니다. 아내의 말에 한없이 울었습니다. 자책과 분노, 원망과 후회…. 그동안 가졌던 마음자리가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돌아서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짐했습니다. ‘아내에게 다시는 부끄럽지 않은 불제자가 되겠다’고. 그날의 약속은 사소한 일에도 마음자리가 쉽게 흔들렸던 나를 올곧게 세웠지요.
그러고 나서 나는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나보다 불심이 두터운 아내는 오늘도 뿌려놓은 가족의 열매를 거두기 위하여 직장생활에 지친 몸을 이끌고 기도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이 나에게는 관세음보살의 현신입니다. 그런 모두가 나에게 내려주신 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생각되지요.(계속)
신행수기 일년 내내 받습니다 일상의 생활에서 또는 신행의 현장에서 자신의 가슴메 차곡차곡 담아두었던 체험을 수기로 진솔하게 적어 보내주십시오. 귀중한 신행체험 수기는 많은 불자들의 신행생활에 좋은 지표가 될 것입니다. -주제 : 일상 속의 신행 및 수행 체험, 불심으로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 -분량 : 200자 원고지 30장 안팎(A4 용지 4장) -접수처 : (110-030)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54번지 현대불교신문사 편집국 신행수기 담당자 -문의 전화 : (02)2004-8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