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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다라니 외니 분노가 기쁨으로"
분당 하얀마음선원 천수다라니 독송 현장
16살에 해인사로 출가한 용성. 의성 고운사에서 한국 근세 고승 수월 스님을 뵙고 묻는다.

“삶과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인데, 어떻게 깨달을 수 있습니까?”
“천수다라니를 부지런히 외라. 업장이 소멸돼 마음의 광명이 드러나게 된다.”
늘 깨끗이 씻고 향을 피워 일심정성으로 천수다라니를 지송한 용성 스님. 무거운 과거의 업장을 거둬내고 깨달음의 ‘밑천’을 얻는다.

천수다라니의 힘은 무엇일까? 3월 15일,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 ‘신묘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陀羅尼)’ 독송법회를 열고 있는 분당 하얀마음선원(원장 덕봉)을 찾았다. 늦은 저녁, 법당에 들어서자 40여 명의 불자들이 한 목소리로 다라니를 외고 있었다. 404자 천수다라니가 밀물과 썰물처럼 운율을 타면서 목탁에 맞춰 경쾌하게 흘렀다.

재가불자들이 3월 15일 분당 하얀마음선원에서 열린 수요천수다라니 독송법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1시간이 지났을까? 선원장 덕봉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다라니를 외는 가운데에서도 온갖 잡념이 일어나지요? 그간 알게 모르게 지어온 업장 때문에 그렇습니다. 미련하게 잡지 말고 그대로 흘러 보내세요. 다라니는 번뇌 망상을 녹여내는 태양과 같아요. 그래서 천수다라니를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의 지혜와 자비가 담겨진 신묘한 주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천수다라니. 참회와 발원의 경전인 <천수경>의 핵심이다. 대범천왕이 관세음보살에게 ‘다라니가 나타내는 마음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묻자, ‘아홉 가지 마음(九心)이 다라니다’고 답한 것에서 천수다라니를 외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자비심, 평등심, 무위심(無爲心), 공경심(恭敬心), 무상보리심(無上菩提心), 공관심(空觀心), 무견취심(無見取心) 등의 아홉 가지 마음이 곧 다라니의 본질과 생명임을 깨닫고자 천수다라니를 독송하는 이유인 것이다.

천수다라니를 독송하는 재가자의 모습에서 수행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사진=김철우 기자


“천수다라니 독송은 ‘내 마음이 본래 불보살의 마음임’을 확인하게 합니다. 선 수행의 기본이 된다는 말이지요. 사실 천수다라니는 중국 천태지의 대사를 비롯해 역대 선객들이 참선과 겸해 정진했습니다. 천장암 행자 때부터 하루 종일 일만 했던 수월 스님도 늘 천수다라니를 외면서 번뇌 망상을 완전히 녹여 수행의 기초를 다졌다고 합니다.”

덕봉 스님은 천수다라니 독송이 참선의 밑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천수다라니는 하나의 화두에요. 번뇌 타파를 위한 도구로서 기능한다는 말이지요. 다라니 독송은 염불선(念佛禪)과 닮았지요. ‘염불하는 이 놈이 누구인가(念佛者是誰)’를 화두 삼아 ‘아미타불’을 일념으로 외워 결국, 무념의 경지에서 ‘내가 부처(自性彌陀)’임을 깨닫는 염불선 수행법이 다라니 독송과 다르지 않습니다.”

분당 하얀마음선원장 덕봉 스님. 스님은 천수다라니를 번뇌와 업장을 녹여내는 태양과 같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철우 기자


그럼, 천수다라니 독송을 하고 있는 재가자들의 체험은 어떨까? 2년째 천수다라니를 외고 있다는 이명자(57ㆍ용인시 죽전동)씨는 일상생활에서 겪는 경계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나는 왜 괴로울까’ 늘 주변 상황만을 탓했지요. 그러다 천수다라니를 매일 108독을 하니, 주위에서 닥쳐오는 장애들이 결국 내 업장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어요. 그러니 분노와 억울함으로 흘렸던 눈물이 기쁨과 환희의 눈물로 변하더라고요.”

조희숙(46ㆍ성남시 서현동)씨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천수다라니를 21독 하면서 ‘자신이 변하니 주위 사람도 변하는’ 이치를 깨달았다. 다라니 독송이 이기적인 자신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하얀마음선원은 불자들이 다라니에 보다 빨리 집중할 수 있도록 처음에는 ‘천천히’ 독송하다 점차 ‘빠르게’ 욀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라니를 소리높여 욀 때는 그 외는 것을 돌이켜 볼 것 △입안의 소리로 욀 때도 그 외는 소리를 돌이켜 볼 것 △입과 혀를 움직이지 않고 다라니를 생각할 때도 그 생각하는 것을 돌이켜 볼 것 등을 당부한다. (031)707-0108
글ㆍ사진/분당=김철우 기자 |
2006-03-20 오후 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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