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찾아가 물을 자신도, 알아들을 안목도 없고…. 스승을 만날 인연만 기다렸지요.”
3년 전, 공직생활을 접고 책으로만 혼자 간화선을 맛봤던 홍천희(60ㆍ서울 신천동)씨. 조계종이 종단 사상 처음으로 연 ‘제1기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 입제식에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체계적인 간화선 수행도 해보고, 덤으로 올바른 불교교학 공부도 해볼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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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에 참가한 재가불자들이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진명 스님에게 경책 받는 방법에 대해 지도를 받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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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오후 7시, 서울 봉은사 시민선방. 홍씨와 같은 바람을 안고 재가자 54명이 똬리를 틀고 앉았다.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진명 스님의 “기대해도, 믿어도 좋다”는 말 한마디에 결연한 낯빛은 유연해진다. 환영사가 끝나자, 곧장 선수행자 황수경 지도사가 프로그램의 특징과 목적, 일정 등을 공지한다.
“여러분! 진정 내 자신이 부처님입니다. ‘왜 선 수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죠.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겪는 경계들을 어떻게 간화선적으로 해결할지, 그 연결고리를 스스로 찾아보게 할 겁니다. 기대하십시오. 10주 후, 달라진 여러분 내면의 세계를 확인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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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행자 황수경 지도사가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의 특징과 일정 등을 공지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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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입문 프로그램’은 철저히 간화선 수행의 ‘실제 체험’과 ‘수행안목 키우기’에 맞춰져 있다. 즉 ‘기본기 다지기’에 주안점을 뒀다. 때문에 10주차 교육은 강의, 질의응답, 수행담 나누기 등 3교시로 짜여있고, 회향일은 전통사찰에 찾아가 수행체험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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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에 참가한 재가자들의 모습. 사진=김철우 기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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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행담 나누기’는 초심자의 입장에서 간화선 수행을 알기 전과 그 이후의 변화흐름을 공유하면서 자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점검할 수 있게 했다. 또 ‘매회 수행과제 도출하기’는 단순 교리강의의 한계를 벗고, 참가자 스스로가 ‘간화선 수행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직접 이끌어내게 하기 위해 진행된다. ‘수행일지’를 매일 쓰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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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둠별 모임을 갖고 있는 참가자들. 총 9모둠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이날 모둠 이름과 별칭 짓기 자기 소개 등을 했다. 사진=김철우 기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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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를 위한 배려는 개발팀이 마련한 ‘질의응답의 원칙’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그날 배운 내용과 범주 내에서 묻기 △1분을 넘지 않게 핵심내용만 질문하기 △논쟁적이거나 자기 과시용 질문 삼가 하기 △떠보기 위한 질문 안 하기 △자신의 체험에 대해서만 묻기 등을 통해 간화선 수행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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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진명 스님이 좌선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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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진명 스님은 “지금은 신행불교가 아닌 수행불교의 시대인 만큼, 이번 프로그램은 종단 수행의 핵심인 간화선을 대중화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면서 입문 프로그램이 재가자 수행지도에 기본지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