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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생활을 한지 이제 26년이 넘어선 김씨. 병동에 머무는 눈길마다, 발걸음마다 노련함이 깃들어있다. 항상 조심하고 살피고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다.
“이제 집에서 설거지에다 빨래까지 한 번 더 보고 확인해요. 남편은 좀 불편해하는 눈치인데, 직업병인가 봐요.”
김 간호사는 쾌활하게 웃지만 간호사 일이란 것이 어쩔 수 없이 더 꼼꼼해야 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것을 늘 가슴 속에 새기고 살고 있다. 외과ㆍ내과 병동을 거쳐 소아과병동, 신생아병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베테랑이기에.
시기마다 힘든 점은 달랐다. 처음 간호사가 됐을 때는 밤 근무가 고통스러웠는데 이제는 병동을 책임지는 수간호사로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아기들의 안전을 돌보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
그 때마다 힘이 된 것이 ‘불교’다. 종교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됐다고 하는 김씨. 막연하게 우울하고, 또 힘들 때 마다 그를 지탱해 준 불법이라 너무 소중하다.
또 불교는 김씨를 사생활에 있어서만큼은 소탈한 사람으로 가꿔줬다. 일을 할 때는 엄한 까닭에 후배들이 ‘호랑이’ 선배라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곧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털털하게 웃을 줄 아는 김씨의 마음이 때문이다.
김씨가 불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17세 때. 서울 숙명여고 재학 시절, 당시 학교가 조계사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자주 ‘놀러’다니다 보니 어느새 불자가 돼 있더라는 것이다. 그 때부터 적극적이고 활발한 여고생은 불교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살기를 서원하는 불자로 변모해갔다.
17세 때 받은 법명 ‘보현심’도 불자로서 적극적이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됐다. 스트레스가 많다고는 해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김씨는 부처님 법속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이 늘 감사하다.
지금은 고대안암병원 지부장으로 고대병원불자회를 이끌고 있는 김씨. 그렇게 달려온 길을 돌아보니 요즘 김씨에게는 꿈이 하나 생겼다. 노인들을 위한 전문케어를 할 수 있는 간호사, 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저는 반야심경을 가장 좋아해요. 짧은 글 속에 불교의 진수가 담겨있으니까요. 저도 그런 불자가 되고 싶습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회향할 수 있는 불자가 되기 위해 계속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