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지완). 그 안에는 여러 편의시설이 있지만 특히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있다. 바로 2층에 마련된 물리치료실이다. 뼈가 약한 어르신들이 여기저기 부딪쳐서 생긴 ‘골병’부터 시작해서 선천적 장애어르신들의 재활치료까지 돕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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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씨가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 소위 잘 나가는 큰 병원의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박씨. 2003년 대장장애로 인해 다니던 병원에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몸이 아프고 보니, 박씨 자신도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됐다. 환자들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 아픈 상처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등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다. 항상 ‘소극적 불자’에 머물러 있던 그가 ‘활기찬 불자’로 다시 태어난 것이 이 때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돌아가시는 분, 중증 질환으로 고통 받는 분들도 많이 뵈었어요. 그러다 저와 같은 병실을 쓰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불자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박씨는 병원 입원기간 동안 ‘사람이 태어나서 마음 편하게, 신념 속에서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은 높은 보수를 받는 일 보다 더 값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퇴원 후에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곳이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 당시 센터보다 2배의 보수를 주겠다는 병원이 있었지만 박씨는 서울노인복지센터를 택했다.
이렇게 인연 맺게 된 불교집안 직장인데다 불교 안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산다는 사실 자체가 박씨를 벅차게 했다. 내친걸음, 이제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사회학과 수업까지 듣고 있다. 바쁜 일정이지만 일련의 과정 속에서 불교공부는 박씨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생활의 10가지 중 8가지는 행복하다는 박씨. 하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박씨에게 떼를 쓰고 화를 내는 어르신들 때문에 힘이 빠질 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생활 속 모든 것은 박씨가 ‘진정한 불교인’이 된 후부터 일상을 반추하는 거울이 됐다.
“어르신들이 제겐 부처님 같은 분들입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오셔서 나갈 때는 웃는 얼굴이 되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무척 기쁩니다. 오롯이 불자 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