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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도 피해자도 부처님 대하듯
[불자의 하루]성북경찰서 불자회 김두식·권원하 형사
많은 직장불자들은 “일에만 쫓겨 산다”고 말한다. 불자로서의 삶을 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일과 믿음’은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생각을 바꾸면 직장생활도 흐트러짐 없는 신행이 될 수 있다. 성북경찰서 불자회 前 회장 김두식(50ㆍ고덕) 형사와 現 회장 권원하(41ㆍ정도) 형사의 하루는 어떤지 따라가 봤다.

2월 21일 새벽 6시. 강력범죄수사팀 반장 김두식 형사는 서울 길음동 자택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틀 전, 절도범을 잡고 나서 취조하고 조서를 꾸미느라 밤을 꼬박 새워 몸이 불편하다. 그래도 김 형사는 10분 동안 명상에 들어간다. 그렇게 해야만 하루 일과가 차분하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성북경찰서 김두식 권원하 형사가 관내를 돌아보고 있다


같은 시간, 지능범죄수사팀 권원하 형사도 몸을 일으켰다. 권 형사는 아침에 늘 피로함을 느낀다. 전날은 특히 힘들었다. 오후에는 전남 목포에서, 새벽에는 전북 무안과 광주에서 범인을 쫓았다. 그렇지만 자리에 누운 채로 약 5분간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다 보면 이내 잠도 깨고 새로운 기운이 솟아난다. 권 형사의 마음속에는 “오늘 하루도 경찰로, 가장으로 충실하게 일하겠다”는 발원이 가득하다.


명상·관음정근으로 하루 시작

이들은 7시 20분이면 성북경찰서에 도착해 ‘으랏차차’ 체력관리에 들어간다. 늘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범죄 현장.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단련된’ 자신뿐이다.

이어지는 각 팀의 조회. 관내에서 일어난 범죄, 신고ㆍ접수된 사항을 확인하고 팀원들과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후 특별한 사건이 없을 때는 오전 10시 경, 약 20분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두 형사는 이 ‘틈새 시간’을 놓치지 않고 법당을 찾는다.

경찰서 법당에서 기도하는 김두식 형사


요즘 김 형사는 법당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 관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하나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다. 7개월 전 발생한 ‘명문대졸 여성 이모(31)씨 피살 사건’의 증거가 잡히지 않아 마음이 조급하다. 부처님 가피로 원만하게 사건을 해결했으면 해서 평소 주 2~3회 정도 법당을 찾았지만 요즘은 더 매달리고 싶다.

“피해자 가족, 특히 어머니가 통사정하며 전화를 할 땐 참 미안합니다. 범인을 잡아야 그 분들이 좀 편해지시겠죠.”

법당에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김 형사의 머릿속에는 지난 사건의 피해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대부분의 사건이 우발적이라 ‘앗’하는 순간에 일어난다. 가끔 살인사건 피해자들이 눈을 감지도 못한 채 현장에서 발견됐을 때, 김 형사는 살며시 다가가 눈을 감겨주고 ‘극락왕생’을 빈다. 처음에는 피해자만 눈에 밟혔는데 이제는 남겨진 가족들이 더 걱정이다. 그래서 김 형사는 이제 가족을 위한 기도에 더 열심이다.

김 형사가 법당에서 기도하는 동안 권 형사가 들어온다. 권 형사도 수사계에 있다 보니 별반 고민이 다르지 않다. 경찰관이기 이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하지만 현실은 늘 그를 달리게 만든다. 권 형사가 맡고 있는 카드 및 보험사기가 요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화 치솟아도 세번 생각하고 행동

이렇게 법당에서 시작되는 하루, 두 형사의 업무태도가 달라진다. 부하직원의 실수 등으로 인해 단번에 성낼 것은 세 번 생각하게 되고, 범인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게 되는 것이다.
김 형사는 이날 성북구 사찰들도 둘러보기로 하고 모 사찰을 찾았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대웅전에서 10대 청소년 한 명이 불전함 투입구에다 꼬챙이를 집어넣고 있다. 사찰 불전함을 노리는 범죄가 늘어났다는 사찰 신도들의 귀띔이 있었지만 현행범이 눈앞에 있을 줄이야. 바로 체포도 가능하다. 하지만 김 형사는 ‘어린 도둑’의 어깨만 툭툭 친다. 초범인지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굳어버리는 표정을 보니 김 형사는 슬쩍 웃음이 나온다.

출동 전화를 받고 있는 권원하 형사


무조건 붙잡아 구치소에 보내는 것 보다는 교화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철없는 청소년까지 경미한 범죄 때문에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들어있는 곳이거든. 네가 꺼낸 그 돈을 넣은 사람도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을 거야.”
그 시간, 경찰서 내에 있던 권 형사는 전화를 한 통 받는다. 이미 100여대 피해사례가 신고 된 “‘오토바이 사기꾼’을 잡았다”는 전화다. 부리나케 출동이다. 검거된 범인은 28세 한모(28)씨. 편모슬하에서 자라 모친의 고생을 덜어주겠다며 카드 사기는 물론 오토바이 절도 및 매물까지 손을 댔다.
“자네가 훔친 오토바이가 어떤 사람에게는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인 것은 알고 있나?”
순간, 오토바이를 잃어버려 배달을 할 수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던 동네 중국집 주인의 얼굴이 떠올라 한씨가 미워진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권 형사는 한씨가 되려 딱하다. 오랜 경험으로 봤을 때 훔친 물건을 팔아서는 살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난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만드는 원인이 될 뿐. 그것을 알기에 권 형사는 피해자도 범인도 모두 측은해지는 것이다.


일 잘하는 형사보다 불심깊은 사람되고자

검거하는 범인의 숫자가 늘어갈 수록 경력이 쌓여 승진하는데도 보탬이 되고, 또 보람도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착잡한 마음은 없어지지 않는다. 두 형사 모두 주변에서 공인된 ‘일 잘하는 형사’, ‘부지런한 형사’지만 항상 스스로 ‘불자’로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고민하기 때문.

김두식 형사가 조서를 챙기고 있다


가끔 ‘악랄하다’고 생각되는 범인도 있지만 부처님 법 안에서 보면 언제나 ‘측은지심’의 대상이다. 도박을 끊지 못해 범죄를 일으킨 가장,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칼을 든 소년, 빚쟁이가 가족을 괴롭혀 홧김에 일을 저지른 청년 등 범인들도 저마다 각자의 삶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경찰서로 돌아가는 김 형사와 권 형사. 다음 날, 다시 또 다른 범인을 잡아야 하고 미해결 사건과 씨름해야겠지만 발걸음이 무겁지 만은 않다. 범인이든 피해자든 모두 부처님처럼 대하려는 불심이 있으니까.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6-02-28 오전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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