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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나빠나사띠는 숨을 어떻게 쉬라고 할까? 간화선과 위빠사나 수행을 30년 넘게 병행해온 성남 여래향사 법사 성찬 스님에게 그 구체적인 행법에 대해 물었다. 스님은 1996년 미얀마에서 우 자틸라 사야도에게 비구계를 받았으며, 찬미예수도원에서 우 자나카 사야도에게 아나빠냐사띠를 지도받았다.
▲‘아나빠나사띠’는 무엇인가요?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입니다. ‘아나(Ana)’는 들숨을, ‘빠나(pana)’는 날숨을, 그리고 ‘사띠(sati)’란 관찰, 알아차림, 마음 챙김을 뜻하지요. 들숨과 날숨, 즉 호흡에 마음을 집중해 관찰하는 것이 아나빠나사띠 수행입니다. 경전적 근원은 <초전법륜경>에서 확인돼죠.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이 죽음 일보직전까지 보리수나무 밑에서 6년간 호흡법을 했다”고 전해 아나빠나사띠가 분명한 부처님의 수행법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왜 수행의 기초가 됩니까?
-생명체는 모두 숨을 쉬죠. 호흡이 처음과 끝이 된다는 말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호흡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아요. 수행자는 자신의 몸을 떠나서 수행의 대상을 찾지 말라고 했습니다. 부처님 호흡 따로 있고, 중생의 호흡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과 죽음에 직결됐기 때문에 수행의 기초가 됩니다.
처음에는 ‘따라가기’ ‘쫓아가기’ 기법을 이용하면 됩니다. 숨을 들이쉴 때는 코끝에서 시작해 아랫배에서 끝나고, 숨을 내쉴 때는 아랫배에서 시작해 코끝에서 끝나는 공기의 흐름을 주시합니다. 코끝에서 아랫배까지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관찰해요.
▲쉬우면서도 어려운데요?
-의도적으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것은 힘들죠. 그래서 위빠사나 수행 초심자는 인위적으로 들숨과 날숨을 ‘거칠게 크게 빨리’ 해야 효과적입니다. 그러면 코끝에 스치는 들숨과 날숨의 감각을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고, 자연스럽게 들숨과 날숨을 놓치지 않고 아나빠나사띠를 할 수 있어요. 초심자들은 거칠게라도 5~10분간 아나빠나사띠를 하면, 코끝에서 느껴지는 들숨과 날숨의 감각을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실 들숨과 날숨은 알아차림의 한 형태입니다. 걸을 때에도 발바닥이 ‘붙었다’ ‘떼어짐’을 알아차리면 되요. 아나빠나사띠는 반드시 코끝으로 들숨과 날숨만을 통해 알아차림을 강조하지 않아요.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알아차릴 수도 있어요.
▲사념처(四念處), 즉 몸 마음 느낌 대상 중 어디에 해당되나요?
-분명 몸에 있어요. 신념처(身念處)죠. 가령 담배를 입에 물고 한 손에 커피를 들며,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에 맞춰 춤추며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음이 이렇게 한번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마음은 책을 보는 눈, 음악을 듣는 귀,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는 입, 음악에 맞춰 춤추는 발 등으로 빠르게 대상을 옮겨가며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다리가 아프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해요. 그럼 그 대상이 느낌으로 옮겨진 거죠. 수념처(受念處)로 옮겨간 겁니다. 마음이 ‘아프다’는 느낌으로 가면, 싫어하는 마음이 생겨 다리를 고쳐 앉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죠. 그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 심념처(心念處)에요. 또 몸과 마음, 느낌, 그것을 알아차리는 대상, 즉 법도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아요. 이것이 법념처(法念處)에요. 이처럼 아나빠나사띠는 사념처를 모두 아우르기에 종합수행의 기본이 됩니다.
▲간화선과 위빠사나 수행을 모두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호흡법이 어떻게 다른가요?
-간화선 자체에는 호흡법이 없습니다. 인위적으로 특정 대상에 호흡을 두라는 말이 없죠. 하지만 위빠사나에서는 주목적이 호흡관찰에 있어요. 위빠사나는 분명한 대상을 두고 호흡을 하기에 호흡법이 명확합니다.
간화선에서는 마음이란 대상 하나에만 둡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의심을 향해 하나로 그 의심을 응축하고 최대한 압축해서 한 방에 툭 깨어버리는 수행법이죠. 반면 위빠사나는 풀고 푸는 수행법이에요. 생기는 대로 풀고 알아차리는 거죠. 더 이상 풀 것이 없는 것이죠. 때문에 호흡법의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아나빠사사띠 호흡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대상을 옮기면 됩니다. 아나빠나사띠는 ‘순간 삼매’며 ‘찰나 삼매’입니다. 찰나 찰나에 대상을 옮겨 즉시 돌아가는 삼매지요. 사실 마음은 잘 움직이고 잘 도망 다닙니다. 그래서 도망 다니는 마음을 다시 잡아다가 코끝이든 배든 마음을 가져다 놓아야 해요. 그것이 익숙하게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무엇을 하든 알아차릴 수 있죠. 이를 위해 어떻게 마음을 알고 조절하며 자유롭게 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걷거나 일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움직이는 자신의 팔 다리를 보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를 알아차리면 됩니다. 호흡이 기본이지만, 순간의 행동에서 강한 것을 알아차리면 되죠. 아나빠나사띠의 핵심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