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할 때 생각했지요, 지금 법의 기본 취지가 많이 왜곡된 것은 아닌가…. 원래 법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법’이 사람을 끌고 가고 있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법’ 앞에 ‘사람’있다는 ‘사람과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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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짬짬이 위빠사나, 참선 등의 수행으로 마음을 다스렸다는 이씨.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변호사가 됐고, 신문과 잡지에서도 심심찮게 성공적인 ‘소형 로펌’으로 소개되는 ‘사람과 법’ 대표변호사지만 이씨에게도 스트레스는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실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아요. 아무 고민 없는 사람이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오지 않지요. 수심이 가득한 누군가를 위해 법정에서 대신 싸워야 하는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그의 생활 스트레스 대부분은 ‘사람’이 ‘법’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기본 신념이 흔들릴 때 생긴다. 개업 초기의 마음, 부처님 앞에서 좀 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불자가 되겠다는 서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그렇다.
삶의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싸움’에 매진하고 의뢰인에게 최대한 좋은 결과가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이씨의 마음 한 가운데는 ‘세간법과 부처님 법을 어떻게 조절해야 슬기로울까’ 항상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가 직접 적어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지갑 한 구석에 꽂아두고 힘들 때 마다 펼쳐본다. 또 ‘모든 모습이, 모습이 아님을 보는 것이 진짜 여래를 보는 것이다(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는 <금강경>사구게를 직접 써보기도 한다.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을 사는 이씨의 다짐이다.
사무실에서의 신행은 매주 둘째주 일요일, 이씨가 찾는 서울 조계사에서도 이어진다. 불자들에게 무료법률상담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사법연수원생 불자모임 ‘다르마 법우회’ 총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시원한 ‘경상도 사나이’ 이씨는 탁월한 리더십과 ‘사람’을 늘 먼저 생각하는 불제자로서의 자세 때문인지 어디서나 인기다.
“‘불자’라는 생각을 늘 가슴 속에 지니고 살지만 사실은 부끄럽습니다. 조금 더 부처님 안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수행도 본격적으로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