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도’ 염불은 현상들의 미세한 일어남과 사라짐 틈새에서 알아차림을 더욱 생생하게 했다. 생활 속에서 고통을 느낄 때마다 ‘그 고통이 어디서 왔는지’ 찾아보는 버릇이 붙게 됐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끈질긴 망상이 일어날 때도 ‘붓도’ 염불은 효과적이었다. ‘당신도 여래십호를 갖춘 붓다입니다’라고 염불하니, 망상이 쉽게 사라졌다. 이애형(51·천안)
끊임없는 마음챙김…집중력 증대 효과 탁월
‘염불위빠사나’. 일반인은 물론 불교 수행자들에게 낯선 수행법이다. 지난 2004년 김열권 법사(사진)가 국내에 처음 소개하면서 불자들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상주 남장사 토굴에서 정진 중인 김법사는 먼저 ‘염불위빠사나’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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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고승 아짠 차(Phra Ajahn Chah, 1918~1991) 선사가 개발한 수행법입니다. 태국의 수행자 70%이상이 염불위빠사나를 하고 있지요. 이 수행법은 팔리어로 붓다의 주격인 ‘붓도(Buddho)’를 염불합니다. 자나 깨나 ‘붓도’를 염불하면, 관찰대상인 몸과 마음·느낌·법 등의 사념처(四念處)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죠. 붓다에 대한 끊임없는 마음챙김이 염불위빠사나의 핵심인 셈입니다.”
김 법사는 ‘붓도’ 염불이 염불위빠사나의 기초가 된다고 강조했다. 찰나찰나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끈질기게 관찰하면서, 미세한 몸과 마음의 흐름과 변화를 짚어내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매순간의 변화를 ‘붓도’ 염불로 집중하는 것이다.
김 법사는 “염불위빠사나는 집중력 증대에 뛰어난 효과를 지닌 염불수행(佛隨念)과 수행단계가 잘 밝혀져 있는 위빠사나의 장점을 접맥시킨 탁월한 수행법”이라며 “현재 태국 수행자의 대다수가 실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과 보트’ VS ‘위빠사나와 염불’
염불위빠사나가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 법사는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단점부터 말했다. 먼저 사마타(정신집중ㆍ止)는 깨달음까지 이르는 연결고리가 취약하며, 위빠사나(알아차림ㆍ觀)는 수행자 근기에 따라 집중력 배양이 더디다고 평가했다.
“염불위빠사나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마타적인 염불을 병행한 염불위빠사나 수행은 집중력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도움을 주죠. 사마타 수행에는 40가지 주제가 있는데, 염불이 우리나라 수행자들에게 잘 맞습니다. 수영에 능숙한 사람은 홀로 강을 헤엄쳐 건널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보트가 필요하죠. 수영할 수 있는 사람은 위빠사나만을, 보트 탈 사람은 염불(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병행해야 하죠. 염불이 보트인 셈입니다.”
김 법사는 무엇보다도 염불위빠사나가 수행자들에게 신심을 길러주고, ‘내 마음이 부처’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염불위빠사나가 ‘내 마음이 부처 자리에 있고, 부처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실상염불’이 염불위빠사나의 완성
그럼, 염불위빠사나는 기존의 염불과 위빠사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부처님은 의식의 흐름을 못 보면, 못 깨닫는다고 했습니다. 위빠사나는 흐름의 생멸을 알아차리는 수행법이고, 염불은 그 흐름에 집중하는 수행입니다.”
김 법사는 이어 염불위빠사나와 염불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염불에는 칭명(稱名: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염불), 관상(觀想:부처님의 공덕과 모습을 관하는 염불), 실상(實相:본래불성을 깨닫는 염불) 등이 있습니다. 먼저 타력적인 칭명염불은 수행의 입장에서 보면 사마타적입니다. 관상염불은 위빠사나적이고, 실상염불은 깨치고 나서 하는 것으로 위빠사나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청반조(回聽反照)’의 ‘붓도’ 염불
염불위빠사나의 핵심인 ‘붓도’ 염불. 어떻게 하는 것일까? 우선 김 법사는 ‘붓도’를 입으로 소리 내어 염불하고, 그 소리를 자신의 귀로 들을 것을 주문했다. 다분히 <능엄경>의 ‘이근원통(耳根圓通)’ 원리를 닮았다.
“‘붓도’ 소리가 ‘귀뿌리’(耳根)와 부딪치면 소리를 듣는 ‘귀의 의식’(耳識)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그에 따른 감각, 소리의 크기, 길이 등의 특징과 마음의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순간, 곧장 관찰해야 합니다.”
‘붓도’ 염불을 할 때 망상이 일어나면, 즉각 망상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이후 망상에 신경 쓰지 말고 ‘붓도’를 더 빠르게, 크게 소리 내어 염불하든가 마음속으로 염불을 해 망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또 망상을 일으키는 마음과 ‘붓도’를 염불하는 마음을 동시에 관찰해 어느 쪽이 강한지, 둘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인지도 살펴야 하고, 그 다음에 ‘붓도’를 염불하는 마음 쪽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일상에서 잘 할 수 있는 법?
김 법사는 ‘붓도’ 염불법 5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입으로 ‘붓도’ 소리 내어 귀로 들으면서 하는 방법이외 △소리 내어 외든, 마음속으로 염불하든 ‘붓도’를 일으키는 마음 보기 △‘붓도’ 염불하면서 호흡을 관찰하거나 경행하기 △경행 시 발의 감촉과 이와 연계된 느낌, 인식, 반응 보기 △앞의 3가지 방법을 통한 감정과 마음상태의 변화를 관하기 △‘붓도’ 염불하면서 여래십호(부처님의 10가지 이름) 하나하나 떠올리며 공덕을 찬탄하기 등을 설명했다.
‘붓도’ 대신 다른 명호를 염불해도 무관하다. ‘붓도’ 대신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옴마니반메훔’ 등을 염불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염송하는 자체가 정신집중의 수행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