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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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정진열기" 선기를 온몸으로 느끼다
조계사 신도들 문경 봉암사 '대중공양' 가던 날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들의 구도열을 느끼고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정신만 잃지 않으면 굳이 방부(房付)를 들이지 않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수행해 깨칠 수 있다는 표현이다.

몰아치는 겨울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000명이 넘는 스님들이 정진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 스님과 신도 90여명이 대중공양을 올리기 위해 조계종립 특별선원인 태고선원이 있는 문경 봉암사를 찾았다.


희양산 선기(禪機)를 온몸으로 느끼다!

1월 24일 조계사 스님과 신도 90여명이 대중공양을 위해 봉암사 법당으로 향하고 있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가 다시 찾아온 1월 24일 새벽 6시. 조계사 일주문 앞에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신도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친구들과 함께 온 신도, 겨울방학을 맞은 두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온 여성 불자, 휴가를 내고 대중공양에 동참한 거사 등이 2대의 버스에 오른다.

아침을 거르고 나온 신도들이 하얀 백설기로 배를 채우자 조계사 신도회 이종대 사무총장이 봉암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봉암사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듯이 현대 조계종의 실질적인 출발을 알린 곳입니다. 1947년 성철 스님을 중심으로 청담, 자운, 우봉 스님 등이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결사를 시작한 곳이지요. 현재 80여명의 스님들이 수행 중에 있습니다.”

한 신도가 대웅전 불단에 공양물을 올리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들어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좀처럼 가기 힘들다는 봉암사에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지 신도들은 이 사무총장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봉암사는 1년에 단 하루, 부처님오신날에만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수행도량이다. 또 불교계 언론은 물론이고 일간지와 방송 등에서도 취재를 하기 힘든 ‘난공불락’의 도량이기도 하다. 오로지 수행에만 집중하며, 언론이 취재를 요청해오면 모든 스님들이 함께 진행하는 ‘대중공사’를 통해서 가부를 결정한다.

하루의 일정이 공지되자, 신도들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는다. 새벽예불을 올리기 위해서다. 달리는 버스에서 예불을 올리는 모습이 낯설다. 조계사 원주 도경 스님의 집전으로 새벽 예불이 시작됐다.

“아금청정수 변위감로다 봉헌삼보전 원수애납수 원수애납수 원수자비애납수~~~”

반야심경을 끝으로 예불이 끝난 후 도경 스님은 “사찰 밖으로 나온다고 해서 신행활동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다”며 “대중공양도 공부다”고 쉼 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수좌스님들과 함께 한 사시예불 ‘장엄’

대웅전에 법문을 듣기 전 잠시 선정에 든 신도들.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희양산. 그리 높진 않지만 큰 바위들이 온 산 전체를 호령하는 듯하다. 꽁꽁 얼어 있는 얼음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소리만이 조계사 신도들을 반긴다.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봉암사의 전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계사에서 홍보 포스터를 보고 엄마를 졸라 대중공양에 동참한 대일(19ㆍ서울시 마포구 마포동)이는 “너무 조용해 진짜 절에 온 것 같다”며 대웅전, 조사전, 금색전, 산신각 등의 전각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조계사 신도들은 대웅전에서 사시예불을 올리는 10시 30분까지 참선을 하며 잠시나마 선정(禪定)에 들었다.

잠시 후 태고선원에서 오전 정진을 마친 스님들이 대웅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선원 생활을 시작한 듯한 젊은 수좌부터 여유가 느껴지는 구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스님들이다.

태고선원장 정광 스님이 법문을 하고 있다.
선기(禪氣) 넘치는 조계종 최고 선원의 수좌들을 직접 만나서인지 신도들의 눈빛은 더 반짝거린다. 그래서인지 150명의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올리는 예불이 어느 때보다 여법하다.

예불이 끝나자 태고선원에서 후학들을 제접하고 있는 선원장 정광 스님이 조계사 대중들을 위한 소참법문(小參法門)에 나섰다.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부처님의 바른 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정진하라”고 당부한 정광 스님은 “평소에 하심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는다면 일상생활에 평화만이 가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 스님은 또 “정견(正見)을 바탕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병술년 새해에는 욕심과 분노, 어리석음을 없애는 불자가 돼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중공양에 동참한 조계사 대중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모은 공양금을 봉암사 원주 원우 스님에게 전달하고 마애보살좌상을 친견하는 것으로 대중공양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달리는 법당에 오른 신도들은 ‘이른’ 저녁예불을 올리며 봉암사에서 훌륭한 선지식이 나와 중생들을 구제해주길 기원했다.

봉암사에서 희양산 계곡을 따라 10분정도 걸어가면 만나는 마애보살좌상을 참배하는 신도들.


부처님 재세시부터 내려온 전통, 대중공양(大衆供養)
최근에는 음식보다 ‘공양금’ 형식 늘어

대중공양은 불자들이 하안거(음력 4월 15일~7월 15일)와 동안거(음력 10월 15일 ~ 1월 15일)에 선원에서 정진 중인 스님들께 음식과 생활용품 등을 올리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전국의 불자들은 동료들과 함께 전국의 제방을 돌며 수행중인 스님들께 정성껏 공양을 올리며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중공양은 부처님 재세시부터 전해오는 전통문화다. <사분율> 제13권에는 부처님당시의 대중공양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공양을 베풀고 공덕을 묻는 신도에게 “비구들이 너의 밥 한 덩어리만 먹더라도 그 복덕은 한량이 없다”고 설한다.

이러한 대중공양 전통은 최근 들어 생필품이나 음식이 아닌 ‘공양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은 “봉암사에도 1986년경부터 불자들의 대중공양이 들어왔다”며 “예전에는 과일이나 떡과 같은 음식물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대부분 사중에서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구입하도록 공양금을 많이 보내 온다”고 설명했다.

장성 백양사(1월 9일), 의성 고운사(1월 16일)에 이어 3번째 현지 대중공양을 진행한 조계사 대중들은 설 이후 합천 해인사와 예산 수덕사에도 ‘온라인’으로 공양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중공양 문화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문경=유철주 기자 ㆍ 사진=고영배 기자 | ycj@buddhapia.com
2006-01-31 오전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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