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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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와 망상, 땀과 함께 흘려 보냈죠"
교사불자회 경인지부 3천배 정진 현장
“몸을 굽히고 일어설 때마다 땀이 흘렀습니다. 그칠 줄을 모르더군요. 육체적 고통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호흡을 조절했어요. 머릿속이 맑아지더라고요. 절 할 때는 몰랐는데 마치고 나서야 느꼈습니다. 흘린 땀 속에 후회, 망상, 삿된 마음이 모두 씻겨내려 갔다는 것을 말이에요.”


“가르치는 사람들이지만 가끔은…”

전국교사불자연합회(회장 임완숙) 경인지부 재무국장 윤영단(52ㆍ삼선중) 교사. 1월 21일 오후 7시부터 22일 오전 7시까지 분당 하얀마음선원(주지 덕봉)에서 3천배 철야정진에 참여한 윤 교사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해맑게 웃었다. 그 얼굴에서 ‘신행열기’가 느껴졌다.

3천배 철야정진을 통해 굳은 신행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날 3천배 정진에 나선 것은 윤 교사만이 아니다. 교사불자연합회 경인지부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리더’ 10여명이 함께 하얀마음선원으로 ‘집합’했다.

그럼 교사들이 이렇게 ‘절 수행’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가끔 자신을 돌아봐야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절’은 몸을 숙이고 나를 낮춤으로써 마음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설렘 속 두려움, ‘잘 해낼수 있을까?’

1년 넘게 3천배 정진을 해온 김금숙(54ㆍ서일정보산업고) 교사는 ‘하심(下心)’에다 무게를 둔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늘 그렇게 생각하며 살다보니 표정도 밝아졌다.

끊임없이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 교사불자들


이번 3천배 정진에는 윤 교사나 김 교사처럼 개인적으로 절 수행을 해온 불자도 있지만 대부분 이번이 첫 도전이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그러다보니 법당에 앉아 있으면서도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옆에 있는 사람을 도반삼아 쳐다본다.

그렇게 먹은 마음, 굳게 지키려 노력하지만 이번에는 슬슬 ‘절 괴담’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절을 너무 많이 하면 관절염에 걸린다더라’, ‘허리와 무릎이 약한 사람은 절하면 안 된다더라’는 말이 3천배 도전 현장에 오니 연이어 떠오른다.


“발가락 손바닥 느낌에 집중하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도반들에게 ‘절 고참’ 윤 교사가 “제대로 배우면 괜찮다”는 말을 건넨다. 그렇게 뜻 모를 걱정과 절 수행을 한다는 설렘으로 들뜰 즈음, 청견 스님(서울 법왕정사 주지)이 죽비를 들고 들어온다.

“발가락 느낌 손바닥 느낌, 모두 집중하고 절하세요. 청정한 마음가짐으로, 부정적인 마음은 날려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도중에 포기할 것 같으면 지금 관두세요. 좋은 마음으로 절을 해야, 그게 제대로 된 수행이지요.”

긴장했던 마음 대신, ‘끝까지’ 하겠다는 투지가 살아난다. ‘나’를 내려놓겠다는 마음을 끝까지 간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아차린 표정이다.

시작은 비슷하다. 첫 한 두 시간은 ‘체력’으로만 절을 해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몸놀림이 현저히 갈린다. 구참자와 초심자의 경험은 아무래도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점점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땀은 그야말로 ‘비오듯’ 쏟아진다. 쉬는 시간에 마시는 물은 ‘감로수’다.


체력의 한계 넘어 정신 맑아지고…

고비는 없었을까. 물론 있었다. 저마다 ‘근기’가 달라 힘든 지점도 각기 다르다. 대체로 고비는 새벽 4시. 교사들은 ‘그 시간이 되자, 정말 육체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절은 육체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면서 정신을 올곧게 하기에 육체를 넘어선 수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본격적인 3천배 정진에 앞서 청견 스님으로부터 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흔들림이 없는 사람은 역시 윤영란 교사.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08배조차 하기 힘들어 했던 윤 교사지만, 몇 번의 3천배 정진으로 이젠 능숙한 절 수행자가 됐다.

힘들게 계속됐지만 오전 7시까지 이탈자 없이 모두 절을 마쳤다. 함께 모여 같은 몸짓으로 수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아침 7시, 포기자 한 명 없이 회향

“정말 108배에서 1080배, 3천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 닦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느꼈고, 절을 하고 있는 동안은 정말 부처님 가까이 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박경자(47ㆍ정수초등) 교사는 떨어진 땀방울만큼이나 갚진 회향의 기쁨을 얻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는 비단 박 교사 뿐만이 아니다. 교사불자연합회 선생님들 개개인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또 다시 정진하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오로지 깊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던 자신을 믿고 따른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3천배 정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천배 회향 후, 임원단 교사들은 ‘1년에 2차례, 3천배 정진을 정례화 시키자’하자고 결의했다. 수많은 직장불교단체 회원들이 그들만의 상황에 맞는 신행활동으로 친목도 다지고 개인의 믿음도 실천하고 있지만 이들은 ‘절’로써 절로 뭉쳐진 것이다.


연 2회 3천배 정진 정례화 뜻 모아

엄범순(45ㆍ한사랑학교) 교사는 모범 불자로 청소년 포교에 나서겠다며 한 걸음 더 나간 다짐을 내보인다.

“우리는 항상 어린이ㆍ청소년 앞에 서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더 써야지요. 때때로 나 자신을, 번뇌를 녹여내는 절 수행을 계속할 것입니다. 가장 낮은 마음가짐으로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우리의 갈 길을 밝혀나가도록 정진의 고삐를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3천배 정진할 때 뭐가 필요한가요?

▲ 각자 원력을 세우며 ‘발심’이 흐트러지지 않게 해요
▲‘바른 자세’의 절을 배워요-‘절’ 수행 책, 스님 말씀 등 참고
▲땀을 많이 흘려요-여벌의 옷, 수건, 양말 등
▲체력보강이 필요해요-간식, 물, 이온 음료 등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6-01-26 오후 4:52:00
 
한마디
3000 배 절 대단한 수행입니다. 그러나 관절이나 요통에 무리가 있는 사람은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고행주의, 절수행 때로는 불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남을 돕고 사찰에서 봉사활동 하는 일도 훌륭한 수행의 일환입니다. 이제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쉬운 불교를 실행할 때라 생각해요...
(2006-01-28 오후 1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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