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마치고 돌아간 이 과장의 사무실에 생필품이며 떡가래가 가득 쌓여있다. 사무실이든 성격이든 뭐든 깔끔하기로 유명한 이 과장은 얼기설기 놓여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불교회에서 명절 때마다 십시일반 어려운 이웃들에게 드릴 물품을 준비합니다. 참 다행이지요, 우리 주위를 한 번씩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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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경찰서 불교회 회장으로, 경찰서 불심을 이끌고 있는 이 과장의 미소 속에서 일터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지 읽을 수 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경찰서를 지켜온 이 과장. 수사계, 조사계를 거쳐 이제는 경무과장이 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꿈꿔온 경찰,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달려왔다. 그런데 이제 끝이 보인다. 은퇴가 2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동안 경찰로서의 자긍심이 컸지만 은퇴를 앞두고 있으니 이런저런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우리 일이 나쁜 일 한 사람을 가려내고 또 잡는 일이라 자칫, 사람을 못 믿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위에서 그런 사람들도 많이 봤고요. 저 또한 그렇게 될 뻔 했지요.”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일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 과장의 마음을 덜컹 내려앉게 만들었던 범인들도 많이 있었다. 믿는 마음으로 설득하자 범인이 눈물을 흘리며 반성을 하다가도 다시 잡혀들어 올 때는 근원적으로 회의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다 잊어버렸다. 불교에 귀의하고부터 ‘죄만 미워하고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에 있든 주인 된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는 가르침. 이 과장의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말이다.
이 과장은 지난해 말, 연합포교사가 됐다. 2001년 중부경찰서 불교회가 창립될 때부터 “제대로 불교를 알고 싶고, 생활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슴 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불교공부는 은퇴 후에도 할 수 있지만, 서둘러 포교사고시를 치렀다. 일터불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은 시간 동안 해야겠다는 결심에서다. 2년 동안 경인불교대학에서 불교 공부에 매진해온 그에게 불교공부는 ‘생활’이었기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인불교대학에서 ‘법사’ 3년 과정을 신청할 정도로 이 과장의 불심은 깊어져 간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부처님 말씀을 생각합니다. 실천하면서 살고자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