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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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만 미워해야지…”
[일터가 도량입니다] 인천 중부경찰서 이판열 경무과장
인천역 주변과 차이나타운이 내려다보이는 인천중부경찰서.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 4층에서 조용하게 경을 외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찰불교회 중에서도 신행 잘하기로 소문난 인천 중부경찰서. 그곳 ‘열린법당’의 정돈된 도량에서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부처님에게 ‘마음’을 내어 놓는 불자가 있다. 이판열 경무과장(58·경정·사진)이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간 이 과장의 사무실에 생필품이며 떡가래가 가득 쌓여있다. 사무실이든 성격이든 뭐든 깔끔하기로 유명한 이 과장은 얼기설기 놓여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불교회에서 명절 때마다 십시일반 어려운 이웃들에게 드릴 물품을 준비합니다. 참 다행이지요, 우리 주위를 한 번씩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요.”

인천 중부경찰서 이판열 경무과장은 날마다 중부 경찰서 열린법당을 찾아 마음을 닦는다


중부경찰서 불교회 회장으로, 경찰서 불심을 이끌고 있는 이 과장의 미소 속에서 일터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지 읽을 수 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경찰서를 지켜온 이 과장. 수사계, 조사계를 거쳐 이제는 경무과장이 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꿈꿔온 경찰,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달려왔다. 그런데 이제 끝이 보인다. 은퇴가 2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동안 경찰로서의 자긍심이 컸지만 은퇴를 앞두고 있으니 이런저런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우리 일이 나쁜 일 한 사람을 가려내고 또 잡는 일이라 자칫, 사람을 못 믿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위에서 그런 사람들도 많이 봤고요. 저 또한 그렇게 될 뻔 했지요.”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일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 과장의 마음을 덜컹 내려앉게 만들었던 범인들도 많이 있었다. 믿는 마음으로 설득하자 범인이 눈물을 흘리며 반성을 하다가도 다시 잡혀들어 올 때는 근원적으로 회의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다 잊어버렸다. 불교에 귀의하고부터 ‘죄만 미워하고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에 있든 주인 된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는 가르침. 이 과장의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말이다.

이 과장은 지난해 말, 연합포교사가 됐다. 2001년 중부경찰서 불교회가 창립될 때부터 “제대로 불교를 알고 싶고, 생활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슴 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불교공부는 은퇴 후에도 할 수 있지만, 서둘러 포교사고시를 치렀다. 일터불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은 시간 동안 해야겠다는 결심에서다. 2년 동안 경인불교대학에서 불교 공부에 매진해온 그에게 불교공부는 ‘생활’이었기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인불교대학에서 ‘법사’ 3년 과정을 신청할 정도로 이 과장의 불심은 깊어져 간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부처님 말씀을 생각합니다. 실천하면서 살고자 노력합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6-01-26 오후 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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