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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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미 부처' 자각해 드러내기
묵조선 알기에 관심 고조
좌선을 통해 본래불성을 스스로 깨닫는 묵조선(默照禪). 침묵 속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기 불성을 들여다보는 수행법이다. 화두를 들고 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간화선(看話禪)과는 ‘들어서는 문과 가는 길’부터 다르다. 때문에 간화선은 묵조선의 이 같은 수행법을 놓고 “나무나 돌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고목의 선(대혜 종고)”이라 비판까지 했다.

그럼, 묵조선은 ‘죽은 선(死句禪)’인가? 그간 수행자를 만나보기도, 배울 기회도 드물었던 묵조선 수행이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깨달음이 곳곳에 드러나 일상사 모두가 공안이란 ‘현성공안(現成公案)’과 본래불성을 자각케 하는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원리를 고갱이로 삼은 묵조선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묵조선 수행의 보급에 힘쓰고 있는 묵조선종 종정 범해 스님과 묵조선 연구자 김호귀(동국대 불교대학 강사) 법사에게 ‘묵조선’에 대해 들었다.


좌선을 통해 ‘진불(眞佛)’ 자각

묵조선 수행의 핵심은 무엇일까? 좌선을 통해 본래성불을 자각하는 ‘본증자각(本證自覺)’에 있다. 몸으로는 묵묵히 좌선으로 일관하는 ‘묵(默)’, 마음으로는 본래부터 깨달은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조(照)’가 묵조선 수행의 고갱이를 이룬다. 범해 스님은 묵조선의 기본 선지를 불생불멸의 이치를 터득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림사에서 받아온 묵조선 법맥도를 설명하고 있는 범해 스님.


스님은 “우리에게 본래 불성이 있지만, 깨치질 못해 그 존재를 모르는 것”이라며 “끝없이 닦아 그 빛을 내야 비로소 자신에게 진불이 있음을 깨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호귀 법사는 묵과 조를 몸과 마음에 배치했다. 몸으로는 묵묵히 좌선하고, 마음으로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불성을 관찰한다는 의미에서다. 이 과정에서 묵조의 대상을 하나의 주제로 선택, 마음속으로 자각할 때까지 좌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탁주(濁酒)와 찌꺼기’

범해 스님은 묵조와 간화의 관계를 ‘탁주(濁酒)와 찌꺼기’로 비유했다. 탁한 술을 맑은 유리병에 담아 한 밤을 지내면 자연히 찌꺼기가 가라앉아 맑은 청주로 변하는데, 화두라는 ‘약물’을 탁주에 타거나 할과 방으로 이리저리 흔들어 찌꺼기를 없앨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 “초심자에게 할과 방, 그리고 화두로써만 선의 세계로 들어가라고 하는 것은 마치 갓난 아이에게 곧바로 걸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묵조선에서는 청정한 그대로 찌꺼기를 가라앉히면, 불성이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묵조선종 종정 범해 스님.


그럼 묵조선에 대한 간화선의 비판은 과연 폄하인가, 아님 편견인가?
범해 스님은 “묵조선이 없이 간화선도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간화선 입장에서 화두의 필요성을 드러내려고 하니, 자연히 묵조선에 대해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황금 덩어리와 산돼지

스님은 묵조선풍을 드날린 남송대 굉지 선사(1091~1157)가 비유로 들었던 ‘황금 덩어리와 산돼지’를 말했다. “땅속에 있는 황금 덩어리(묵조)를 산돼지(간화)가 파내면 파낼수록 황금 빛은 더 빛난다”는 굉지 선사의 말을 언급하며, 묵조선을 무시하고 간화선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고 단언했다.

김법사는 중국 남송대 당시 간화선 비판을 지금의 비판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간화선 일색의 선수행 풍토란 지적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삿된 선’이란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김법사는 묵조선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이유가 없고, 다만 묵조선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법사는 “묵조선은 중생 스스로가 깨침을 이미 구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행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를 활용하고 드러내는 측면에서 묵조선은 수행자들에게 수행의 필연성과 당위성을 준다”고 말했다.


깨침의 상태를 돌이켜보라!

묵조선의 키워드인 ‘현성공안’과 ‘회광반조’는 무엇일까? 범해 스님은 묵조선의 대표어록인 중국 원대 만송 행수 선사가 지은 <종용록(從容錄)>을 예로 들며, 현성공안은 완만한 경사처럼 부드럽고 유순한 공안관이라고 말했다. 무념ㆍ무상으로 일관하되, 물 흐르듯 여여(如如)한 상태에서 일상사를 공안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김호귀 법사(동국대 불교대학 강사)


김법사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현성공안은 수행의 결과로 드러난 깨침의 상태를 표현한 것으로, 공안 그대로가 진리가 된다고 말했다. 가령 감나무에서 감이, 배나무에서 배가 열려 있는 이 사실이 바로 현성공안이라는 것이다. ‘일체중생실유공안(一切衆生悉有公案)’이란 셈이다.


좌선의 좌(坐)는 ‘생동하는’ 좌

좌선을 강조하는 묵조선. 그럼 일할 때 걸을 때는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
범해 스님은 좌선의 ‘좌’자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좌선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좌를 ‘앉는다’는 개념보다 ‘지(止)’ ‘정(定)’의 뜻으로 이해해야 요지부동의 묵묵하고 적적한 경지로 좌선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일상사 모든 상황에서 ‘생동하고’ ‘움직이는’ 좌선을 실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법사도 좌선이란 말을 ‘반드시 한번 정도는 앉아서 수행을 해야한다’는 의미로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김법사는 발심과 호흡을 강조했다. 올곧은 발심은 잘 가다듬은 호흡에서 완성되고, 이후 몸 수행인 좌선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행선(行禪)과 선어록 읽기도 병행

과중한 업무와 번잡함. 재가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묵조선 수행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범해 스님은 “시간 나는 대로 그 현장에서 5분이든 1시간이든 앉아서 선의 세계로 빠져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법사는 굉지 선사가 지은 <묵조명> 등과 같은 게송이나 어록의 독송과 묵조선의 대표적인 어록인 <종용록>을 반복해서 읽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범해 스님은? 1985년 묵조선종을 창종, 묵조선풍 되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스님. 1952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대륜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간화선 수행을 했고, 1994년에는 중국 소림사 방장 청심 스님에게 묵조선 법맥을 이으면서 간화선과 묵조선을 겸수했다. 현재는 서울 아차산 화양사에 주석하고 있다.

◇김호귀 법사는? 묵조선 연구자. ‘왜 간화선이 아니면 안 되는가?’란 의문을 갖고 묵조선 연구를 시작, 1998년 ‘묵조선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동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간화선 일색의 배타적 한국 선불교 풍토에도 불구, 묵조선의 올바른 소개와 구체적인 수행법 보급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글ㆍ사진=김철우 기자 |
2006-01-26 오후 3:43:00
 
한마디
간화선 묵조선 다른게 아닌데... 조금 다르군요.
(2006-02-01 오후 3:29:13)
59

(2006-01-31 오후 2: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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