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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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공품 다듬으며 마음 닦아요"
[일터가 도량입니다] 보석세공사 임순기씨
서울 압구정동 골목에 자리한 보석세공업체 작업실. 임순기(45ㆍ법명 바라밀)씨의 잔뜩 웅크린 뒷모습이 눈에 띈다.

작업대에 앉은 임씨는 동그란 반지 모양의 금을 조각하고 있다. 보석은 손님이 원하는 모양에 맞춰 갈고 광택을 낸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보석 세공. 불과 1센티미터 남짓한 반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꼬박 사흘간 씨름한다. 그러는 동안 손 안의 돌은 계속 갈고 닦여지고 손바닥에는 그 돌만한 굳은살이 생긴다. 그럴수록 임씨의 마음속 환희심은 커진다.

매 순간이 수행이라는 보석세공사 임순기씨


“세공품 하나하나를 갈고 닦는 과정이 다 마음 닦는 방법 같아요. 그렇게 단련된 덕분인지 이제 일에 대한 과도한 욕심도 줄고 스트레스라는 것도 별로 없어요.”

임씨는 일터에서 흔히 일어나는 동료와의 의견 차도 부처님 말씀에 따라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모두 이해되는데 싸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임씨도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디자이너들과 의견 차도 있었고 그 때 마다 짜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도 보석처럼 닦여 반들반들해졌다. 누구나 투명하게 볼 수 있을 만큼.

사실 임씨는 목발 없이는 원하는 곳에 갈 수 없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러나 지체장애 1급에 척추장애까지 겹친 중증 장애인이이라는 사실은 임씨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에서도, 신행생활에서도.

“날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지만 누굴 원망해본 적은 없어요. 원망하면 뭐해요,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마음만 잘 닦으면 되지요.”
24살부터 직업훈련원에서 열심히 일을 배웠던 덕에 현재의 기술을 가지게 됐고, 그 즈음에 인연이 된 동산반야회는 임씨의 평생 귀의처가 됐다. 활달한 성격의 임씨는 동산청년회가 조직되면서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임씨는 요즘 ‘위빠사나’ 수행에 푹 빠져있다. 감정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수행의 재미까지 느낀다고 한다. 벌써 8년째다. 성한 사람도 한 자세로 앉아있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기 마련인데 척추 장애인이 그렇게 수행을 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그를 대단하게 생각한다. 정작 그는 태연하다.

“내 몸에 맞는 수행 방법을 찾은 거지요. 장애가 있다는 게 불편하긴 해도 수행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억지로 정상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수행하려 하면 곤란해요.”

수행은 일터에서도 톡톡히 도움을 준다. 그래서 주위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을 때는 수행을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임씨 자신이 과로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일터에서 5분간의 명상을 통해 그 시간을 이겨내기 때문이다.

“회사가 내 일터지만 수행처이기도 합니다. 늘 불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기본만 지키면 직장이 더 즐거운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6-02-08 오후 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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