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에 앉은 임씨는 동그란 반지 모양의 금을 조각하고 있다. 보석은 손님이 원하는 모양에 맞춰 갈고 광택을 낸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보석 세공. 불과 1센티미터 남짓한 반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꼬박 사흘간 씨름한다. 그러는 동안 손 안의 돌은 계속 갈고 닦여지고 손바닥에는 그 돌만한 굳은살이 생긴다. 그럴수록 임씨의 마음속 환희심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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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공품 하나하나를 갈고 닦는 과정이 다 마음 닦는 방법 같아요. 그렇게 단련된 덕분인지 이제 일에 대한 과도한 욕심도 줄고 스트레스라는 것도 별로 없어요.”
임씨는 일터에서 흔히 일어나는 동료와의 의견 차도 부처님 말씀에 따라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모두 이해되는데 싸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임씨도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디자이너들과 의견 차도 있었고 그 때 마다 짜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도 보석처럼 닦여 반들반들해졌다. 누구나 투명하게 볼 수 있을 만큼.
사실 임씨는 목발 없이는 원하는 곳에 갈 수 없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러나 지체장애 1급에 척추장애까지 겹친 중증 장애인이이라는 사실은 임씨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에서도, 신행생활에서도.
“날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지만 누굴 원망해본 적은 없어요. 원망하면 뭐해요,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마음만 잘 닦으면 되지요.”
24살부터 직업훈련원에서 열심히 일을 배웠던 덕에 현재의 기술을 가지게 됐고, 그 즈음에 인연이 된 동산반야회는 임씨의 평생 귀의처가 됐다. 활달한 성격의 임씨는 동산청년회가 조직되면서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임씨는 요즘 ‘위빠사나’ 수행에 푹 빠져있다. 감정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수행의 재미까지 느낀다고 한다. 벌써 8년째다. 성한 사람도 한 자세로 앉아있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기 마련인데 척추 장애인이 그렇게 수행을 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그를 대단하게 생각한다. 정작 그는 태연하다.
“내 몸에 맞는 수행 방법을 찾은 거지요. 장애가 있다는 게 불편하긴 해도 수행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억지로 정상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수행하려 하면 곤란해요.”
수행은 일터에서도 톡톡히 도움을 준다. 그래서 주위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을 때는 수행을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임씨 자신이 과로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일터에서 5분간의 명상을 통해 그 시간을 이겨내기 때문이다.
“회사가 내 일터지만 수행처이기도 합니다. 늘 불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기본만 지키면 직장이 더 즐거운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