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어려움에 처한 중생의 소리를 듣고 도움을 주고자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 집니다”라는 모토아래 10년을 넘게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이들이 있다. 바로 대구불교방송 부설 자비의 전화(1588-5408, (053)653-0408, 회장 고경순) 상담 봉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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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창립한 자비의 전화는 3개월 과정의 카운슬러 대학을 통해 매년 50여 명의 전문상담원을 배출해왔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전문상담원은 20여 명.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 자리를 지킨다.
“감사합니다. 자비의 전화입니다. 상담 때문에 전화하셨지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대구불교회관 2층에 자리 잡은 자비의 전화 사무실. 전화가 걸려오자 상담원이 차분한 목소리로 내담자(상담을 요청한 사람)의 마음을 편안히 이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유도한다.
전화를 걸어온 내담자는 젊은 새댁이다. 동서, 친지, 가족 간에 잘 지내고 싶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오히려 줏데없이 끌려다니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는 내용이다.
“가족 친지를 위하는 마음은 당연합니다.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오히려 마음의 병을 가진 것이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언젠가는 이들도 감화를 받고 이해할 겁니다.”
전화가 걸려온 지 30여 분, 어느덧 상담원과 내담자가 통쾌히 웃기 시작했다. 비교적 상담이 쉽게 끝났지만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보통 하루 평균 5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가정문제, 부부문제, 이성문제 등 상담내용도 다양하다. 자살 이혼을 앞두고 급박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상담은 보통 2시간, 3시간을 넘기기 마련이다.
“상담의 핵심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입시켜 무명으로 가려진 중생을 깨치게 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당시 모든 대기설법이 바로 상담입니다”
교육부장 이정화 거사가 상담에 대해 설명했다.
대구자비의전화 1기 상담원으로 10년을 넘게 활동한 이 거사는 “급속한 사회변화로 상담자의 상담내용도 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양의 개인주의문화가 팽배한 요즘은 도덕과 윤리로는 설득할 수 없다는 것. 일의 전후 좌우 일어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해 스스로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 때 부처님의 연기법을 일러주면 빠르게 이해한다고 덧붙엿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며 고정됨이 없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명하고 내담자에게 바른 진리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상담의 효과가 크지요.” 이거사는 줄곧 상담자로서 “생활이 곧 불법”임을 강조했다.
고경순 회장은 “자기가 번 돈으로 밥을 먹어도 세상의 덕을 보고 사는 것인데, 이렇게 마련된 공간에서 세상으로부터 받은 덕에 대한 보답의 길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많은 불자들이 함께 활동할 것을 권했다.
김정자 상담원도 “활동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담을 통해 내가족의 소중함을 새로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상담활동을 통해 오히려 잊고 있었던 삶의 행복을 하나씩 배울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대구 자비의전화는 상담 외에도 봉사부가 별도로 있어 지산복지관에서 무료급식도 하고, 결식아동돕기, 교도소 재소자 교화, 군 포교 등에도 적극 힘을 쏟고 있다. 삶의 가치를 알고 세상의 즐거움을 배워가는 자비의전화 봉사자들. 누구보다 행복에 찬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사는 봉사자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