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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생활에서도 기록은 보다 알찬 공부의 토대가 된다. 신행 다이어리를 쓰는 습관을 가져보자. ‘신행 고수’ 서울북부도로관리사업소 김정흠 시설관리과(52ㆍ법명 수선)과장이 지난 5년간 써온 ‘신행 다이어리’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 신행 다이어리, 왜 쓰나
“처음에는 내 공부보다 초심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갖고 있는 불교지식을 재점검하는 차원이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들이 쌓이니까 그간의 신행생활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이 되더군요.”
1998년 서울 중랑구청에 근무하고 있을 당시, 불자회 조직을 주도했던 김 과장. 불자모임을 꾸리다 보니, 공무원 불자 중 불교의 기초교리조차 모르는 초심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여년 신행생활과 교리공부를 병행해온 김 과장은 ‘초심자들과 함께 이야기할만한 것이 어떤 것이 있을까’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초심자 때부터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불교 용어 등을 메모해온 신행노트가 생각났다. 다시 한 번 노트에 옮겨 적고 자신의 생각도 보태 자그마한 신행 다이어리를 마련하게 됐다.
이렇게 쓰게 된 신행 다이어리가 결국 불자회 신행공부 자료로 변신, 초심자들에게 자상한 길잡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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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에게 교리공부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신행 다이어리도 함께 갖춰줘야 한다. 혼자서 불교 공부를 하려면 ‘예ㆍ복습’이 잘 이뤄져야만 온전한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리공부를 제대로 해야 불자로서의 마음가짐도 올곧게 가질 수 있고, 이것이 토대로서 굳건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김 과장의 ‘신행 다이어리’ 쓰기 기본 원칙이다.
김 과장의 신행 다이어리 한 장을 열어보자.
“절이란?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된 나, 무상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이 무상한 나를 대단한 것인 양 내세우고 있으면 고통만 따를 뿐이다. …(중략)… 아상(我相)부터 없애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절’이다. 절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완전히 잊을 수 있다.”(2000년 12월 20일)
다이어리를 이처럼 기록하다 보니 지식만을 추구하던 메모습관은 자연스럽게 신행으로 이어졌다. 지식으로 ‘아는’ 불교를, 몸소 ‘체험하는’ 과정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다이어리를 다시 찬찬히 뜯어보니 신행 다이어리가 나의 신행활동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초심자들을 위해 쓰기 시작한 신행 다이어리였지만, 결국 신행생활에 보탬이 된 것이지요.”
김 과장은 신행 다이어리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알려줬다. 매일 쓸 수 있는 분량만큼, 혹은 조금씩 공부하는 만큼 다이어리를 썼을 때 그 효과가 금방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하루하루 써나가는 다이어리는 산란한 마음을 다잡고 불교공부를 하는데도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나를 알아보는데도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어느 정도 공부가 되고 수행을 할 만한 여력이 생기면 선방 스님들께 ‘화두’를 하나 달라고 청해서, 생각 날 때마다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했거든요.”
# 나는 이렇게 메모 했다
신행 다이어리는 잘 써두면 향후 법요집, 참배 기행문, 불교의식집 등으로 쓰일 수 있다.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신행다이어리 작성은 그냥 ‘적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몇 가지 사항을 참고한다면 더욱 알차게 꾸릴 수 있다.
김 과장은 “일단 신행 다이어리를 쓰기 위해서는 사경, 독경, 공부모임 등에 동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매일 간경ㆍ염불 등의 공부량 정하기 △공부소감 적기 △신행 체험담 쓰기 등을 기록할 것도 함께 주문한다.
특히 기본적으로 예불문과 반야심경, 천수경 등을 사경해 놓으면 작은 ‘법요집’으로 쓸 수 있다. 사경하면서 경전공부가 되고, 기록한 내용은 법회 또는 공부할 때마다 꺼내볼 있어 요긴하기 때문이다.
또 성지순례를 통해 느끼는 점을 기록해두면 훌륭한 ‘참배 기행문’이 되기도 한다. 여행 당시 느끼는 것은 그 장소를 떠나는 순간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그때그때 독특한 인상 등을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그 사찰만의 독특한 예불 문화나 성보 등을 정리해 두는 것도 나중에 훌륭한 불교지식 사전이 된다.
이와 함께 신행 다이어리에 예불ㆍ헌공ㆍ법회ㆍ의례ㆍ찬불가 등을 메모해 항상 휴대하고 다니다보면 어렵게만 여겨졌던 불교 의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 이런 점은 주의하세요.
‘메모를 잘 한다’와 ‘신행활동을 잘 한다’는 서로 등치될 수 없다. 신행 다이어리는 신행활동 틈틈이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행 다이어리를 쓸 때는 △‘왜’라는 이유 및 목적의식 유지 △꽉 짜인 틀 대신 여유 있는 메모 쓰기 △근무여건, 신행정도 등에 따른 신축성 있는 신행 다이어리 계획 세우기 △정기적 법회 참석, 선지식 친견, 사찰 순례 등을 통한 신행 방향 점검 여부 등을 항상 살펴보는 것이 좋다.
김 과장은 “꼼꼼하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행을 지나치게 다이어리에 엮어두려 하면 목적과 수단이 뒤집히고 메모를 맹신하게 될 수 있다”며 신행 다이어리에 함몰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 신행 다이어리 만들고 활용하기
일반다이어리를 이용해서도 ‘불자용 신행 다이어리’를 만들 수 있다. 불교 달력을 활용해 매월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의 기도일과 불교 행사 등을 체크해서 불자 다이어리에 옮겨 쓰면 된다.
▲한꺼번에 너무 욕심껏 만들지 않는다. 의욕만 앞서다 보면 금세 지치기 십상이다.
▲달별로 계획을 세우고 좋아하는 경구, 선시 등을 써넣는다.
▲올해의 목표, 닮고 싶은 인물, 좋은 습관, 고칠 점, 올해 읽을 불서 등을 한 달씩 끊어 기입하고 수시로 확인한다.
▲바인더로 신행/ 공부/ 법회/ 사찰 순례 등으로 몫을 나눠 쓴다.
▲직장인의 경우 직업에 맞게 법회 일정을 조정하고 불법에 따른 리더십 배양 방법 등도 생각해 기입, 일상생활 속에서 써 본다.
▲보관할 때 앞표지에 큰 라벨을 붙여 언제 쓴 것인지 기록해 놓으면 그 때 그 때 꺼내어 찾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