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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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법당에서 도반과 마음 닦아요”
[일터가 도량입니다] 운불련 박성갑, 연덕주씨



일터는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나’는 물론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 일은 나를 항상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일과 부딪치고, 일 때문에 괴로워지기도 하면서…. 그래서 일터불심은 ‘일이 바로 수행’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일이 힘들기로 치자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직업이 택시기사다. 100여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전국운전기사불자연합회(이하 운불련) 수원지부에 일을 수행이라 여기며 사는 소문난 불자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운불련 수원지부 회장 박성갑(55)씨와 前 회장 연덕주(55)씨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다. 그러나 근무연수도 성격도 다르다. 박씨는 25년, 연씨는 7년. 박씨가 조용조용하고 따뜻한 성품이라면 연씨는 화통하고 쾌활하다. 둘이 성격도, 근무 연 수도 다른데도 이들에게는 시쳇말로 전ㆍ현직 회장 사이의 알력 따위가 없다.

“아이고, 회장직이요? 우리 회원들이 뽑아줬기 때문에 제가 회장이지만 이 친구가 많이 도와줍니다. 감투가 뭐 중요하나요. 함께 한다는 것이 소중하죠.”

단합이 잘 되기로 유명한 운불련 수원지부. 그 중에서도 박씨와 연씨는 남다르다. 서로 쉬는 날도 맞춰 법회보고 봉사활동도 같이 다니다 보니 ‘도반중의 도반’이라 불린다.

운불련 수원지부는 매달 첫째 목요일마다 법회를 봉행해오고 있지만 두 사람은 더 자주 사찰을 찾는다. 가끔씩 일터를 떠나 훌쩍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 속상할 때 함께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한다. 그러다 절이 보이면 들어가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박씨가 가장 좋아하는 경구는 <잡보잠경>의 ‘걸림 없이 살 줄 알라’. 운불련 사무실에는 아예 <잡보장경> 문구가 책상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연씨 역시 이 경구를 좋아한다.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제가 이 말들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불자라도 택시기사의 애환이 왜 없었겠는가. 택시는 삶터이자 일터다. 불자 기사들에게는 법당이다. 하지만 작정하고 요금을 내지 않는 손님, 시종 부리듯 하는 손님, 차 안에다 구토를 하는 손님 등이 승차하면 속상하다.

특히 박씨의 경우, 지난해 4월 술 취한 손님에게 일방적으로 맞아 전치 7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그럴 때는 정말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회의가 생기기도 한다.

“당시에는 화가 많이 났죠. 그런데 나중엔 그 손님이 제게 싹싹 빌더군요.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요. 제가 그 사람을 감옥에 넣는다고 해서 달라질게 뭐 있겠나 싶었어요. 그렇게 한 번 생각을 바꾸니까 더 이상은 화가 안 나데요.”

몸에는 아직 흉터가 남아있지만 박씨 마음의 흉터는 이미 아물었다. 듣고 있던 연씨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씨는 “친구가 부처님 말씀을 늘 거울삼아 일하다보니 이렇게 착하게 산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무척 미안하다.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지만 친구가 다칠 때 아무 도움도 못 줬다는 생각 때문이다.

항상 함께하다 보니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 아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에게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도 의미 있지만 부휴선사의 선시에서처럼 ‘둘이 함께 한 번 웃고 즉시 친해진 후로 서로서로 갈고 닦는’것이 더욱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지내온 나날처럼 앞으로도 함께 신행생활을 하면서 즐겁게 택시를 운전하겠다는 박씨와 연씨는 말한다.

“사실 우리만 도반이 아니지요. 또 우리보다 훨씬 열심히 신행활동을 하고 계시는 불자 운전기사님들도 많고요. 올해는 우리가 절 운전기사 불자분들이 모두 도반이 되기를 바라면서 무사고 운전을 기원드리겠습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6-01-16 오후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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