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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움직임’의 수행이었다. 부지런히 몸을 꼼지락대야 했다.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 올리는 남세스러움도, 주책없이 터져 나오는 잔방귀도 감수해야 했다. 점잔 떨 요량이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왜 이처럼 요가는 움직임을 강조할까? 어색하게나마 여러 동작을 따라 해보니 저절로 답이 나왔다. 몸을 움직이니 경직된 몸과 마음이 열렸다. 동작 하나하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요가수행도 직접 몸으로 부딪쳐봐야 그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움직임을 통해 고요함에 들어가는 요가 수행. 1월 10일,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요가연구소가 마련한 전국 초등교사 요가 연수 현장에 달랑 운동복 한 벌을 들고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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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긴장과 이완, 호흡으로
순간순간 변화흐름 짚어내
초등생 대상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요가' 등 개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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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과학’, 요가
“움직이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움직여야 느낌이 옵니다.”
민망한 요가동작에 고개를 연신 떨구고 있을 즈음, 조옥경 지도교수는 기자에게 말을 던졌다. 온몸을 마루바닥에 널브린 25명의 연수생들 틈에 서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사실 엄청나게 겸연쩍었다.
적당히 망가질 생각으로 동작을 따라했다. 펴고, 꼬고, 늘리고…. 곧장 ‘뚝! 뚝!’ 소리가 흘러나왔다. 에로틱한 신음도 곁들어졌다. 뭉쳐있던 근육은 요동을 쳤고, 뻣뻣한 몸 구석구석은 연신 당겼다.
요가. 몸과 마음의 총체적 계발을 통해 완전한 건강과 행복을 키우는 수행법이다. 적절한 이완과 긴장, 호흡이 핵심이다. 행법은 ‘다스림’에 있다. 굳은 몸을 부드럽게, 산란한 마음을 고요하게, 거친 숨을 섬세하게 다스리는 것이 요가수행의 고갱이다. 때문에 요가는 순간순간의 깨어있음을 강조한다.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라는 주문이다. 다분히 ‘알아차림’과 ‘정신집중’을 중시하는 위빠사나와 사마타 수행을 닮았다.
“요가는 잠재된 생명력을 일깨우는 수행입니다. 몸과 마음의 성숙, 그 꼭지점인 깨달음에 다다르게 하는 직관과 통찰력을 키우는 수행법인 거죠. 천천히 움직이면, 자신의 신심에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자각 없는 요가수행은 기계적인 체조와 같다는 조교수의 설명. ‘자각’을 요가의 으뜸으로 친다는 것에서, 요가를 ‘경험의 과학’이라 부르는 까닭이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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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리고 끝없는 동작의 반복
첫 동작은 태양경배 자세. 12단계로 이어지는 이 자세의 압권은 ‘뱀 자세’였다. 숨을 마시면서 발끝을 펴 발등을 바닥에 댔다. 항문 괄약근을 조이고 골반을 바닥으로 밀어 내렸다. 뱃심으로 머리와 가슴을 들어올리니, 고개를 빳빳이 치켜든 모양새가 영락없는 코브라다.
“굳어있던 근육이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풀리지요. 발가락과 허리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관하세요. 바닥과 내가 완전히 연결됐는지도 살피고요.”
조교수의 말마따나 자세가 완성되니 기쁨이 밀려왔다. 순간, 통증이 무심하게 다가왔다. 꾹꾹 참았던 숨은 탁 트였고, 토막토막 끊어졌던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호흡과 동작이 몸에 익으니 막혔던 느낌들이 솟아올랐고, 어느새 심신은 날개를 단 듯 가벼워졌다.
다른 연수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쉬는 시간, 교사생활 4년째인 박수영(28·부산 문현초)교사에게 말을 걸었다.
“늘 움츠렸던 어깨, 거북이처럼 오그라든 목 등은 소극적인 사고를 하게 했어요. 요가 수행은 그런 나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아요. 막힌 가슴을 뻥 뚫리게 했고, 억압된 감정, 일상의 번거로움을 단번에 걷어내는 기분을 갖게 한 거죠.”
하혜영(37·울산 평산초) 교사는 요가를 통해 몸이 말하는 나를 들을 수 있었고, 거기에 오는 느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마치 도구처럼 여겼던 몸을 하나의 주체로서 여기게 됐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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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보다 재미있는 ‘요가’
이번 연수의 특징은 요가수행과 교육의 관계성을 모색한다는 점. 프로그램은 ‘학급에서 요가 활용하기’ ‘짝궁 요가’ ‘이야기 요가’ 등으로 짜여졌다. 순전히 ‘어린이 요가’에 연수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연수는 ‘이야기 요가’로 이어졌다. 동화 줄거리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과 소재들을 요가동작으로 표현해내는 어린이 요가 프로그램이다. 요가를 쉽고 재밌게 알려주기 위해 구연동화와 경쾌한 음악이 버무려진 점이 인상적이었다.
백선혜(38·안양 삼성초) 교사는 “지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학교교육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결과로서만 학습을 평가하고 있어 늘 안타까웠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솔직해져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생활 20년째란 이경희(43ㆍ포항 이동초)교사도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내는데 요가수행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전자오락 게임과 TV 시청 등의 교육 환경이 아이들에게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요가가 그런 문제를 해소할 것이란 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