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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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가 도량입니다] "구석구석 빛내며 마음 닦아요"
서울 은평구 청소행정과 김정애씨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조공원 화장실을 청소하는 김정애씨는 항상 마음을 닦는다는 심정으로 거울을 닦는다고 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 직장불자들. 직장인으로서도 100점, 불자로서도 100점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일을 신행처럼, 신행을 일처럼 하는 불자라면 가능할 것이다. ‘일터를 신행도량으로’ 삼아 열심히 정진하는 일터불심을 찾아 나선다.

서울 은평구 대조공원 화장실은 늘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곳을 자주 찾는 가까운 지역 주민들은 그저 ‘요즘 공중화장실이야 다 깨끗하지’라며 쉬 넘겨버리지만 이곳 화장실의 깨끗함은 남다르다. 은평구청 청소행정과 김정애(48ㆍ법계심·사진)씨가 든든한 이곳 터줏대감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15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마음을 닦는다는 심정으로 대조공원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있다. 구청은 물론 불심회원들 사이에서도 ‘세심(洗心)보살’로 통한다.

“아직 환경미화원 하면, 그렇게 좋게 생각하진 않잖아요. 저도 그랬죠. 가끔씩 너무 힘들 때 마다 그만두고 싶은 유혹도 많았는데 ‘불자’라는 믿음이 저를 지탱해주더라고요.”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며 청소를 하고 있는 김씨에게 모진 말을 던질 때 가장 속상했다는 김씨.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의 글귀는 김씨의 마음을 꿋꿋하게 지켜내게 했다. ‘머무는 바가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을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성냄도 섭섭함도 집착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일상은 녹록치 않아 부딪치게 될 일은 생기기 마련. 노숙자, 가출 청소년등이 김씨에게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기도 했다.
“처음엔 막 싸웠죠. 그런데 갑자기 ‘내가 잘하고 있는가’ 의심이 생기더라고요.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사람들에게 비수가 되지는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게 하더군요.”

‘말로 짓는 업’이 가장 무겁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숙자 등과 말싸움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노숙자들과 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 한 그릇 내밀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런 김씨지만 처음부터 불자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세례까지 받았다. 그러다 17년 전,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부처님 말씀이 지친 김씨의 삶을 지켜줬다.

신행활동은 8년 전, 은평구청 불심회에 가입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삼천사 주지 성운 스님이 평소 강조하는 ‘무주상보시’법문을 듣고 실천하고자 소쩍새마을, 둥지청소년의 집 등 5곳의 복지시설에 꾸준히 후원금도 보내고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보시하는 것이야말로 불법을 잘 따르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울을 닦을 때마다 자신을 돌아봅니다. 거울 닦다가 ‘마음 닦을 것이 뭐 있나, 열심히 주어진 일 하면서 살면 되지’라는 생각을 해요. 아, 이 일이야말로 내 업장을 녹이는 길이구나 싶어요.”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6-01-12 오전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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