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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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도반-도량’ 3박자 척척
도심 수행도량을 찾아서 - 기획을 마치며

이제 재가불자에게 수행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교리 공부와 봉사활동 등에 참가하는 것과 수행이 ‘따로’라고 여기는 불자도 드물다. 불자의 삶은 처음도 끝도 ‘수행’이란 인식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의 밑바탕에는 도심수행도량의 역할이 크다. 이는 지난 1년 여간 전국 19곳의 도심수행도량을 탐방한 기자들의 결론이다. 찾아간 곳마다 ‘선지식, 도반, 도량’의 3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졌다. 스승은 지도하고, 도반은 서로를 경책하며 수행했다. 그런 스승과 도반들을 큰 품으로 안는 도량은 크고 작고를 떠나 한결같은 정토였다.



# 뜨거운 수행열기 확인


도심수행도량의 특징은 단연 ‘자발적인 자기수행’이다. 이는 자기 삶의 변화를 이끄는 원천적인 힘을 수행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로, 치열한 내면의 꿈틀거림이 삶과 수행을 둘로 보지 않게 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심수행도량의 재가불자들의 뜨거운 수행열기를 확인한 이번 기획 탐방은 수행이 곧 삶이란 인식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길상사 시민선원에서 5년째 참선 수행 중인 김해인(81ㆍ서울 대치동)씨는 “참선은 그간 가졌던 일상의 알음알이들을 뿌리 채 뽑아내는 힘을 줬다”며 “일상생활속의 잡념은 잡념대로 흘러 보내고 오직 화두와 하나됨을 경험해 마음의 편안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선지식의 치밀한 수행지도와 점검도 현장에서 확인했다. ‘수행에는 출ㆍ재가가 따로 없다’고 도심수행도량의 선지식들은 입을 모았다. 재가선객 50여 명에게 수시로 1:1 공부점검을 해주고 있는 공주 학림사 오등시민선원 조실 대원 스님은 “단 1초라도 단도직입적으로 화두를 들고 밀어붙이면 아무리 둔한 사람도 10년 안에는 깨달을 수 있다”며 재가불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수행도량에서 진하게 묻어나는 도반애도 엿볼 수 있었다. 대구 보현사 보현선원에서는 30년 넘게 수행해온 구참자 10여명이 초심자들의 기초수행 상담을 맡고 있다. 수행상의 고충 등을 서로 나눔으로써 자극과 활력을 주고 있다. ‘선배는 이끌고, 후배는 따라 배우고 있는’ 셈이다.



# ‘수행이 곧 삶’이란 인식 확산


이 같은 도심수행도량의 수행 열기는 ‘기복 중심의 수행관 탈피’에서 비롯된다. 이는 단순히 절에 다니며 불공을 올리는 일로 만족하거나 책으로 불교를 이해하고자 하는 ‘지식불교’를 넘어 자기수행을 위한 ‘실참’에 눈에 뜨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재가불자들의 지적 수준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6년째 고양 문사수법회에서 ‘회청염불(回聽念佛)수행을 실천해온 최향순(51ㆍ서울 진관동)씨는 “내가 말하는 독경과 염불 소리를 내가 들음으로써 ‘내가 부처’임을 깨닫는 회청염불법을 알게 되면서, 삶 자체가 그대로 수행임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생한 수행체험을 통한 지도자들의 수행지도도 주요 원인이다. 위빠사나 수행처인 근본불교 상가 서울 반냐라마의 지도법사 붓따바라 스님은 일상 언어로 수행체험을 풀어내고 있어, 수행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님은 수행의 최대 장애인 망상과 번뇌의 실체에 대해 “‘기억의 무게’와 ‘삶의 흔적’에 구속될 것인가, 해방될 것인가”라 묻고, 20년간의 간화선 수행체험을 중심으로 수행자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 도심수행도량, 활성화 방안은?


도심수행도량 현장에서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재가불자들이 전국의 수행처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안내서가 필요하다는 것. 즉 ‘집 가까운 곳에서 수행을 하고 싶지만, 어디에 수행처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 같은 지적은, 현재 전국의 수행처를 제대로 조사한 자료가 없다는 점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조계종이 지난 2003년 참선, 간경, 염불 등 10대 수행법별로 수행단체 현황을 조사한 <불자수행프로그램 현황 조사보고서>가 있지만, 이 보고서는 ‘어떤 수행단체가 무슨 수행을 하고 있는지’만을 다루고 있다. 달리 말하면, ‘어떻게’는 있지만, 초심자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거주지역 인근 수행처 안내·단계별 수행프로그램 여부 등의 ‘맞춤형’ 수행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셈이다.

때문에 불교수행 전문가들은 ‘수행 종합정보 센터’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 단위로 수행도량을 일제 조사해, 재가자들에게 자세한 수행정보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참가자 근기별ㆍ수행법 단계별 프로그램의 여부 △프로그램 진행 일정(주말인지 한 달에 한번인지) △상주하는 지도자 수 △수행처 시설 규모 △프로그램 평균 참가자 현황 △지속적인 참가가 이뤄지는지 등의 조사항목을 포함해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각 수행법을 연령대별ㆍ직업별ㆍ계층별로 세분화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고명석 연구과장은 “수행법별로 전국적인 시장조사를 범종단 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수행의 수요자인 재가불자들에게 폭넓은 수행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 어디를 찾아갔나?


본지 기자들이 탐방한 전국의 수행도량은 총 19곳. 서울ㆍ경기 10곳, 부산 2곳, 대구ㆍ경북 3곳, 충청 2곳, 전라 2곳 등의 수행도량 문을 두들겼다. 서울 불광사 불광선원, 법수선원, 부산 새말귀선원, 대구 비로암 보광시민선원, 인천 용화사 보살선원, 공주 학림사 오등시민선원 등의 수행현장을 찾아 재가불자들 체험담을 들었다.

수행법 선정은, ‘재가불자 3명 중 2명이 참선을 가장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조계종 포교원의 <신도 수행 실태와 의식에 관한 설문> 결과에 따라, 대구 보현사 보현선원 등 12곳의 상설참선도량을 중심으로 방문했다. 이와 함께 염불도량은 고양 문사수법회 등 3곳, 간경ㆍ사경은 대구 영남불교대 경산도량 등 2곳, 위빠사나 계통은 광주 마하연 선원 등 2곳을 찾았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6-01-02 오전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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