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단식참선 시작해야 효과적
‘식욕’과 ‘인욕’. 원초적인 본능과 정면으로 맞서는 단식(斷食)이 던져주는 화두다. 인간의 본질적인 경계와 맞닥뜨리는 ‘자기 싸움’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단식은 스스로 불성을 찾는 치열한 수행과 닮아있다. 번뇌와 망상 하나 하나를 걷어내고 씻어내, 끝내 자성을 확인해가는 그 녹록치 않은 길을 수행이나 단식은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그랬다. 깨닫기 직전까지 여드레 동안 입에다 음식을 대지 않다, 결국 정각을 이뤘다.
단식과 수행. 과연 어떤 상관이 있을까? 지난 1998년부터 ‘단식참선수행’을 재가자들에게 지도하고 있는 제주 원명선원 회주 대효 스님(사진)에게 ‘왜 굶으면서 수행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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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단식에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수행은 나를 찾는 일관된 행진입니다. 이 행진을 막는 장애는 바로 자신에게 있습니다. 자신의 몽매함에 있죠. 원인은 혼침과 산란에 있습니다. 이 혼침과 산란과의 전쟁이 바로 수행정진입니다. 단식은 잠을 덜어주며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때문에 수행과 단식은 병행돼야 합니다. 더욱 수행자들이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질 때, 몸이 마음을, 마음이 몸을 바로하지 않을 때, 단식은 균형을 갖추게 해줘 수행의 중심을 흔들 틈을 주지 않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식욕은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인 욕망입니다. 그런 식욕을 절제하는 단식참선은 가장 본질적인 경계와 부딪치면서 공부하는 수행법인데요, 단식을 병행한 수행이 왜 중요합니까?
-단식은 자제(自制)하는 행위입니다. 욕망을 다스리는 수행, 그 자체입니다. 단식을 수행으로 보지 않고 치병 수단으로만 본다면, 무의미하게 됩니다. 단식을 기법으로만 접근한다면, 매우 어려운 훈련에 불과하겠지요. 식욕은 인간이 존립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욕망입니다. 단식수행은 그런 욕망을 가라앉히고, 번뇌를 줄여 마음을 비우게 합니다. 또 심신을 홀가분하고, 청정하게 해 지혜를 증장시킵니다. 정진으로 몰입하는데 더할 나위없는 수행이지요. 그래서 예로부터 스님들은 단식을 수행으로 삼아왔어요.
▶간화선 수행과 단식참선수행은 무엇이 같고 다릅니까?
-일체 행위가 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지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살기위해 필요한 재물과 명예, 종족번식을 위한 성적욕구 등을 해결하려고 한 순간도 쉬지 않습니다. 이런 삶을 각성케 하는 것이 화두참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욕망의 성취 때문에, 화두참선 수행을 일상에서 잘 못하고 있습니다. 단식은 이러한 일상의 터널을 벗어나게 해주는 가교역할을 합니다. 단식은 욕망을 쉬는 입장에서 ‘부모에게 태어나기 전, 본래 나는 무엇인가’라는 의심과 병행될 수 있지요. 초심자에게는 짐을 지고 가는 나그네의 보따리를 들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점은, 수행은 쉬지 않고 정진해 결국 삶 자체가 수행이 되게 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단식은 일정기간을 정해서 1년에 두 번 정도 합니다. 체력과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기간을 두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역대 선사들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으로, 평상심을 강조합니다. 졸리면 잠자고 배고프면 밥 먹는 것이 평상심입니다. 단식수행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요?
-평상심과 단식은 전혀 어긋나지 않습니다. 단식은 평상심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타성에 젖어 사는 중생들에게 만족 속에서 만족을 알게 하고, 부처 안에서 있으면서 부처를 찾지 않게 합니다. ‘평상심이 도’라는 얘기는 경계에 빠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식사하는 자신과 음식이 둘로 나눠지지 않는 상태에서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목이 마르면 차를 마시는 것입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활동하는데, 주객이 나눠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단식수행 중에 겪는 ‘배고픔’이 화두가 될 수 있습니까?
-단식은 흐트러지고 혼탁한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죠. 화두를 또렷하게, 의심을 지어가는 마음을 지속되게 합니다. 초심자들이 수행의 힘을 얻는데 도움이 되는 거죠. 단식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마음의 찌꺼기’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도 속으면서 반복해서 하는 행위들이 바로 마음의 찌꺼기임을 알게 되지요. 화두는 무념에 들어가는 길입니다. 그간 살면서 쌓아온 온갖 시름과 번뇌를 녹이는 용광로와 같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화두의심이 끊어지지 않게 해 빈틈을 주지 않으면, 단식 중에 겪는 고통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재가불자들은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수행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입니다. 재가불자들의 식생활 개선은 수행의 기초를 다지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스님이 강조하는 ‘연강단식(연强斷食)’은 무엇이고, 그 효과는 어떻습니까?
-연강단식은 제 단식수행 경험에서 고안한 단식법입니다. 연강단식법은 단식의 강도를 부드럽게 또는 강하게 조정하는 것으로, 온수 음용, 죽염 복용, 걷기 운동 등이 핵심입니다. 이런 연강단식은 특히 몸의 부담을 줄입니다. 단식에 들어가는 순간,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져 정상적인 식사를 하다가 곧바로 음식을 끊고, 단식이 끝난 다음 정상적인 식사를 하더라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단식법입니다. 기존의 일반단식과 같이 예비단식이나 보식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합니다.
가령, 기존의 단식에서는 당뇨나 고혈압환자에게 단식이 위험했지만, 연강단식은 복용중인 약물을 중단하고 단식에 들어가더라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곧바로 혈당수치가 낮아지면서 건강상태를 개선해줄 정도지요. 한 주부 직장인은 가사를 돌보고 출퇴근을 정상적으로 하면서 18일간 단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단식참선수행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요?
-꾸준한 노력과 점검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단식수행 전, 맑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행에 들어가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 이후 △항상 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정제가 잘된 죽염을 단식기간 먹을 량을 확보, 하루에 한 숟가락 정도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며 △장 청소를 위해서 물 2리터에 죽염 2숟가락을 넣어 한꺼번에 마셔 설사를 하고 △단식 중에는 흥분, 성냄, 성생활을 금하며 △온수와 죽염 외에는 다른 음식은 취하지 않고 △하루에 1시간이상 땀이 나기 직전까지 걷기와 줄넘기 요가 등을 하면 됩니다.
만약 단식 중에 문제에 부딪히면, 단식이 몸에 베이도록 점검을 반복합니다. 점검은 단식수행자의 신체적ㆍ체력적 상황에 따른 반응들을 면밀히 살펴, 연강단식법의 핵심은 온수 음용, 죽염 복용, 걷기 운동 등의 강약을 조절해줍니다. 가령 공복 상태에서 오는 부담감을 점검해 온수 마시기를 늘릴지, 걷기 운동을 줄일지 등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단식은 처음에 방법을 터득해야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해진 날짜를 오직 단식수행으로 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출퇴근하면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원명선원에서는 집단으로 하는 7일 단식 참선수련을 하고 있고, 때에 따라서는 단식수행을 계속 이어서 할 사람은 7일간 또는 한달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