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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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건강하면 세상도 밝고 반듯해요
신년인터뷰/불교여성개발원 김인숙 원장-조계종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
김인숙(67) 불교여성개발원장과 김의정(65)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두 여성지도자는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故) 성곡(省谷) 김성곤 회장과 명원(茗園) 김미희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자매지간이기도 하다. 언니인 김인숙 원장은 한 평생 학자의 길을 걸었고, 동생인 김의정 회장은 다도(茶道)를 보급하는데 혼신을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자매의 회향처는 같았다. 바로 ‘불교’였다. 2006년 병술년 새해를 맞아 12월 20일 서울 성북동 명원다례전수관에서 두 우바이가 본지 위영란 편집국장의 사회로 ‘불교’와 ‘여성’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진 왼쪽부터 김인숙 원장 김의정 회장 위영란 편집국장.


▶먼저 두 분을 뵈면 불교계 대보살로 알려진 어머니 김미희 여사를 추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미희 여사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김인숙 : 저희 어머니는 공과 사를 뚜렷하게 구분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내 딸이라도 잘못을 했으면 엄하게 대했고, 남이라도 잘했으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저는 남과 똑같이 취급받는 것 같아 섭섭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교훈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또 대단한 불자였습니다. 1960년대 말 어머니와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전날부터 “내일이 초파일인데, 내일이 초파일인데”라며 걱정뿐이었습니다. 폭포를 구경하다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어디론가 부리나케 뛰어갔어요. 태국의 고승들을 발견했던 거였죠. 평소 제대로 뛰지도 못하시던 분이 부처님의 가피로 초파일에 미국에서 스님들을 뵌 것이라는 환희심이 커 뛴 것입니다.

김의정 : 저는 어머니하면 항상 한국의 여인상을 그립니다. 어머니는 집에 계실 때나 외출하실 때 늘 한복을 입으셨어요. 집에 한복 만드는 방이 따로 있었는데, 제가 태어나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 방에 화로가 꺼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주무시기 전 그 방 불 단속을 꼭꼭 하셨어요. 숯불 하나도 소중하게 다루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고 ‘한국문화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은 각각 불교여성개발원과 조계종 중앙신도회 수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직접 불교계 일을 하시기 전과 후로 달라진 점이 있으신지요?

김의정 : 중앙신도회장직을 맡으니 책임감을 절실히 느낍니다. 또 신도회 역사 50년 처음으로 여성이 회장으로 취임했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요. 전통예절학교를 운영하면서 회장직을 맡으니 몸도 더욱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공식 행사차 사찰에 가면 행복감을 느껴요. 사찰에 우리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있기 때문입니다.

김인숙 : 불교여성개발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양성평등에 의한 여성지도자 인력개발입니다. 그런데 원장을 맡고 보니 여성뿐 아니라 남성불자들도 인력개발이 제대로 안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계인 YWCA는 한국 여성계를 휘어잡고 있어요. 국회 여성 모임도 기독교 일색입니다. 종단에서 왜 그동안 인재양성을 해오지 않았는가 묻고 싶습니다.

김인숙 불교여성개발원장.


▶불교의 70%이상이 여성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불교계 여성지도자로서의 포부를 말씀해 주십시오.

김의정 : 여성지도자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계발해 사회가 요구하는 공동의 과제에 대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중앙신도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행활동과 종교의 사회적 실천사업 등을 통해 스스로 수련할 것입니다.

김인숙 : 여성 인력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재정 확보입니다. 내년에는 모금운동에 주력할 것입니다. 또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여성지도자 108인을 2차 선정할 것입니다. 이 분들을 네트워크화 해 불교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할 생각입니다.

▶여성지도자이신 두 분에게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모양처니 하는 좋은 여성에 대한 증후군이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을 어떤 타입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김인숙 : 저는 한번도 부모님께 “너는 여자니까 이런 것을 하면 안 된다”라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아버님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있겠니. 나는 너를 믿는다. 한 번 해봐라”라고 말씀하실 뿐이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의정 : 저는 굳이 말한다면, 전통적인 여성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이 건강하고 반듯해야 사회와 국가가 또한 그러할 것이라 여깁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정진하고, 저의 전공 분야이기도 한 ‘다도’를 통해 건전한 가정과 사회를 잘 가꾸고자 하지요.

김의정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두 분의 가정교육관이 궁금합니다.

김인숙 : 저는 말보다는 실천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었습니다. 우리 집 2층에는 항상 박스가 있었어요. 여기에 아이들에게 안 쓰는 참고서나 장난감 등을 넣으라고 한 뒤 이를 분류해 불교계 시설인 송암보육원에 기증했 왔습니다. 한번은 딸이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지 말고 송암보육원에서 하자고 해 수차례 그렇게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송암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월급 받으면 절에 갖다 드리라면서 일정 금액을 꼭 보시합니다.

김의정 : 어머님에게 다도를 전수받은 후 자연을 중요시하게 됐습니다. 아이들과 텃밭을 가꾸고 병아리나 강아지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자연을 좋아해요. 믿음의 크기는 이해의 정도와 비례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올바른 믿음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물을 바로 볼 수 있는 올바른 견해가 가장 필요합니다. 이러한 올바른 견해는 실천을 통해서 검증되고 확인되어야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지요.

▶2006년 병술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희망의 덕담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언니가 동생에게, 동생이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시지요.

김인숙 : 새해에는 온 국민에게 가슴 아픈 일이 없길 기원합니다. 또 몸과 마음이 건강해 활짝 웃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동생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당당한 중앙신도회장이 되길 바랍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종단이든 정부든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의정 회장은 할 말은 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의정 : 새해에는 모든 국민이 상대방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며 더불어 잘 살아 보자는 마음으로 뜻을 합친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여성개발원장인 언니는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사회활동을 많이 한 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운영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또한 여성개발원에서 좋은 프로그램이나 운영계획이 있으면 우리 신도회와도 같이 나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김인숙 원장 1939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미국 뉴욕대와 연세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와 사회과학대학 학장 등을 지냈다. 또한 교수불자연합회, 우리는 선우, 한국사회학회, (사) 전국여교수연합회 등에서 요직을 역임했다. 현재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와 우리는 선우 이사를 맡고 있다.

김의정 회장 1941년 출생했으며 서울예고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 음대와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을 거쳤다. 한국다도총연합회 총재,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2001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다례의식 보유자로 지정됐다. 현재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궁중복식연구원 이사,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고문이다.
정리=남동우·사진=박재완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5-12-24 오후 12:12:00
 
한마디
정말 좋아 보이네요. 부럽습니다.
(2006-01-09 오후 11:22:22)
108
훌륭하신 어머니셨기에 장하신 따님으로 기르셨군요!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2005-12-26 오후 12:55:25)
112
두 자매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늘 建勝하소서. _()_
(2005-12-24 오후 8: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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