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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화두를 잡아라"
【탐방】‘도심수행도량을 찾아서 19’ 인천 용화사 보살선원
그곳은 염전(鹽田)이었다. 바닷물이 숨 턱 밑까지 차들어 왔던 광활한 소금밭. 그 한복판에 우뚝 선 언덕에 복전(福田)을 일궜다. 산등성이엔 부처님 집을 짓고, 산기슭엔 깨달음의 밭을 개간했다. ‘전강(田岡)’이란 법호처럼. 그리고 지금은 장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그 마음 밭을 갈고 있다.

200여 재가선객들이 12월 2일 인천 용화사 보살선원에서 참선정진을 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인천 용화선원(원장 송담). 서른셋에 통도사 보광선원 조실로 추대됐을 정도로 선풍을 드날렸던 전강 선사(1898~1975)가 문을 연 참선도량이다. 매년 1백여 명의 출가자가 방부를 들이고, 1천여 명의 재가자가 보살선원과 시민선원에서 사시사철 가부좌를 틀고 있다.

그래서 일까? 동안거 중인 용화사 보살선원은 싸움터였다. 새벽3시 기상, 4~5시, 오전 8~10시, 오후 2~4시, 저녁 7시~9시 정진에서 자신과 찐하게 한 판 붙은 재가선객의 낯빛은 결연했다. 구도의 칼날은 날카롭게 섰고, 움켜쥔 의심에는 잔뜩 독이 올라있었다.



#‘펄떡이는 화두를 잡아라’
무거운 침묵은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선원장 송담 스님의 육성법문에 깨졌다.

“1분 1초도 참나를 찾는데 노력하세요. 죽은 자식의 고추 만져 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이론적으로 따지 들어가 봐야 깨달을 기약은 요원합니다. 화두에 골똘히 의심하고, 그래서 꽉 막혀 알 수 없는 의심으로 화두를 관조해나가십시오. 그것이 살아 있는 참선입니다. 활구참선인 것입니다.”

동안거에 들어간 인천 용화사 보살선원의 재가선객들. 용상방과 하심이란 편액이 눈에 다가온다. 사진=김철우 기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올 동안거에 방부를 들인 재가선객 171명의 마음에 그대로 꽂힌다. 좀처럼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선지식의 죽비가 1시간 내내 불을 뿜었다.

‘활구(活句)참선’. 용화사 수행의 고갱이다. 경전이나 조사어록을 들먹거리며 알아 들어가려는 죽은 참선을 배격한다. 오직 알 수 없는 의단을 깨부수고, 내가 나를 깨닫는 참선법이다. 그래서 송담 스님은 자기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릴 것을 강조한다. 부처님이나 조사의 말씀까지도 다 놓아 버리라고 말한다. 철저히 멍청이가 돼야만 수행자로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선원에서 10년째 수행 중인 권오연(75ㆍ인천 주안동)씨는 “활구참선은 심한 충격을 받았을 때, 자식들과 갈등을 느꼈을 때, 별로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했다”며 “화두를 들면 모든 것이 스스로 물러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오후 정진을 마치고 지대방에 가는 재가선객들.




#‘들어라, 문득 깨치리라!’

‘스승의 육성법문 듣기’. 용화사 보살선원의 대표적인 수행가풍 중 하나다. 1년 365일 매일 오후 2시부터 1시간씩 ‘살아 있는’ 스승들의 법문이 선원 곳곳에 흘러나온다. 한국 현대불교의 선지식인 전강 선사와 송담 스님의 법문 녹취 테이프 1400여 개가 5일 단위로 번갈아 틀어진다.

보살선원 입승 서봉 스님은 “육성법문은 선지식의 숨소리까지도 고스란히 현장으로 다가와 수행자들에게 무한한 신심과 자비심을 보내고 있다”며 “이를 빨리 알아차려 깨달음의 단초를 잡아내면, 활구참선의 든든한 밑천이 된다”고 말했다.

그럼, 이곳 재가선객들은 ‘육성법문 듣기’를 통해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겅험했을까?

소박하게 보살선원을 알리는 나무 편액. 선원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김철우 기자


선원에 첫발을 들여놓은 지 30년째라는 김귀애(70ㆍ인천 창영동)씨는 “스승의 법문 모두가 들려오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말씀 한 구절이 머리에 스쳐 닿으면서 가슴에 박힌다”며 “특히 ‘이렇게 놀고먹는데 애착을 가지면, 죽을 때 사지가 끊어지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전강 스님의 말씀은 수행의 경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4년 전에 선원과 인연 맺은 최정숙(75ㆍ서울 서초동)씨도 마찬가지다. 육성법문이 자신의 삶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육성법문 공부법도 소개했다.

“육성법문에 매몰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구절구절 하나에 집착하면서 마음에 담아두려 애쓰려고 하지 않아요. 그대로 흘러 보내요. 왜냐하면 육성법문을 내 알음알이로 해석하면 스승의 참뜻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직 ‘무엇을 강조하는지’ 법문의 진정성만을 마음에 담아두려고 노력해요.”


선원 신방장에 놓인 신발들. 신발은 제각기지만 깨달음에 대한 구도심은 같지 않을까. 사진=김철우 기자




#‘닫히지 않은 선원 문’

용화사 보살선원은 사계절 내내 문을 연다. 하ㆍ동절기만 안거를 지내는 다른 선원과 달리 연중 내내 재가선객의 방부를 받고 있다. 여름ㆍ겨울 정기 90일 안거와 45일간 춘ㆍ추계 안거로 나눠 빈틈없이 정진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잠시도 수행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전강 선사의 간곡한 책려의 뜻을 받는 것이다.


인천 용화사 법보전 전경. 보살선원은 이 법당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때문에 지난 1984년 개원된 보살선원에서는 3개월간 용화사 내 출가대중들과 똑같이 수행을 한다. 출ㆍ재가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방부 들이는 조건은 의외로 까다롭다. 선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 건강한지, 지금까지 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방부를 최종적으로 발부한다.

이와 함께 용화사는 보살선원 이외 매일 24시간 개방되는 시민선원도 운영, 원하는 시간에 가부좌를 틀고 화두참구를 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032)872-6061 yonghwasunwon.or.kr


수원 용주사에 있는 전강 선사 사리탑.


▤ 육성법문으로 듣는 선원장 송담 스님의 활구참선법

송담 스님은 수행자가 활구참선을 하려면 우선, 자신의 온갖 지식과 상식을 다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공부를 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 4월 수원 용주사 중앙선원에서 봉행된 스승 전강 선사의 사리탑 제막식에서 추모법어를 하고 있는 송담 스님.


송담의 스승 전강 선사. 한국현대선불교의 거목으로 만공 용성 등 당대 6대 선지식에서 깨달음의 인가를 받은 선지식이다.

스님은 올바른 활구참선을 위해서 자세를 바르게 가지고 호흡을 바르게 하며, 생각을 옳게 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말과 행동과 마음 씀에 덧붙여 ‘이뭣꼬’를 참구해야 하며, 앉아서나 서서나 걸어 가면서나 일하면서나 일체처 일체시에 항상 ‘이뭣꼬’를 놓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스님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속이 상할 때나 기분이 나쁠 때나 성이 날 때나 외롭고 슬플 때나 원망스러울 때나 무슨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그 생각이 일어날려고 하자마자 탁 숨을 단전까지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이뭣꼬’, 숨이 다 나가면 또 들이마셔서 내쉬면서 ‘이뭣꼬’, 이렇게 하다보면 치밀어 올라오던 가슴이 쑥 가라 앉으면서 저절로 계를 지키게 되고 참 나를 찾는 공부로 나아간다”고 조언한다.

스님은 특히 선지식의 공부 점검을 중시한다. 어떤 찰나에 통의 밑구멍 빠지듯 툭 터져서 의단을 타파하게 되면, 그때는 반드시 선지식을 찾아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확철대오를 했으면 공부법을 지도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천/글ㆍ사진=김철우 기자 |
2005-12-07 오후 5:33:00
 
한마디

(2005-12-10 오후 6:35:29)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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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8 오전 9: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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