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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권부터는 사경을 좀 소홀히 했다. 일이 있어 못하는 날도 생기고 4권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러자 화를 내지 않던 현상이 도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가 다락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 병원에서 한 달간 꼼짝도 못한 채 누워 계시고, 두달간 집에서 요양을 했다. 대소변도 다 받아 내어야 했다. 처음 며칠간은 힘도 들고 절에도 가지 못해 마음은 착잡했다. 남편이 쉬는 날 하루 교대를 해주면, 그제 서야 집에 와 <법화경> 사경을 했다.
잠시 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머님 병간호를 할 수 있는 것도 내 복을 짓게 해주는 것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시방세계가 부처님 계신 곳인데 꼭 절에 가지 않더라도 기도를 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힘들게 생각되던 병간호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됐고, 이런 마음을 낼 수 있게끔 해주신 부처님께 감사한 마음이 우러났다. 이후 시어머님은 회복이 돼 시골로 가셨고, 난 다시 절에 나갔다.
경산도량은 매일 오후 2시에 기도시간이 있다. 월요일은 ‘법화경’ 바른수행모임, 수요일은 다라니기도회, 목요일은 금강경기도회가 있다. ‘법화경 바른수행 기도회’에서는 예불과 사경과 독송과 참선으로 2시간 기도를 한다. 참선은 스님이 지도해준다. 스님은 기도를 할 때는 일념으로 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이것을 해서 될까 안 될까 생각이 들어오면 그 기도는 헛것이라’ 했다. 하지만 확신은 서지를 않았다.
그러던 중, 한글 <법화경> 사경하는 한 도반의 사연을 듣게 됐다. 절에도 다니지 않았던 이 도반은 이웃 집 불자에게 사경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법화경>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사경을 하면 좋다는 권유가 설득력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 도반은 이웃집 불자들의 도움으로 경산도량에 나와 지금 <법화경> 사경 수행을 하고 있다.
그 상황이 궁금했다. 계기가 뭐였을까? 그 도반이 한글 <법화경> 사경을 6번 썼을 때, 부처님의 가피 입은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마흔 살 때부터 고혈압을 앓았던 도반은 약을 끊고 싶었다. 그런데 사경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약을 끊었는데, 아직까지 아무 이상이 없이 지금도 <법화경> 사경하고 있다. <법화경> 사경공덕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그 도반과 광복절 전후로 제주도 평화통일 불사리탑에서 <법화경> 봉안식을 함께 갔다. ‘마음공부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조천읍 조천리에 있는 평화통일 불사리탑을 찾았다.
8월 14일 오후 5시, <법화경> 봉안식이 시작됐다. 얼마 후, 하늘에 떠있는 해가 방광을 했다. 그리고선 사방에 꽃비가 내렸다. 그리고 탑들이 용출을 했다. 너무나 신기한 현상을 목격한 난 부처님의 위대한 힘에 감격했다. 기도의 에너지가 모아지니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우리에게 부처님의 위신력을 보여주신 것이었다.
모두들 환희심이 나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주지 스님은 “해가 방광을 하면 할 뿐, 우담바라가 피었으면 피었을 뿐, 불자는 그런데 끄달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신심이 깊지 못했던 난 그 현상을 체험하고서야 깊이 믿는 마음이 생기고 신심이 더욱 확고해졌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