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5박6일, 대학생ㆍ청소년ㆍ어린이 프로그램도 개발
화두에 ‘화’자도 몰랐던 가정주부 류미자씨(48ㆍ수원 조원동). 조계종 포교원이 올 7월 서울 조계사에서 시범운영한 ‘간화선 기본수행프로그램’을 참여한 뒤로, 막연했던 화두참구가 분명해졌다. ‘화두를 왜 들어야 하는지’ ‘죽을 만큼의 간절한 의심을 왜 가져야 하는지’ ‘자신이 본래부처임을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조계종 포교원(원장 도영)이 3년간의 준비ㆍ개발기간 끝에, ‘간화선 기본수행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재가불자들이 책과 깊은 산속의 절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간화선을 도심선방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기본수행프로그램은 재가자에게 맞도록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프로그램은 교사가 체계적인 수업진행을 위해 만드는 학습지도안을 중심으로 도심사찰에서 1주에 한번씩 10주 과정으로 짜여 있다. (02)2011-1911
#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이번에 선뵌 ‘간화선 기본수행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밑그림은 목차에서 확인된다. 1~5품까지는 △불교의 목적 △선이란 무엇인가 △불교수행의 목적 △나는 누구인가 △간화선의 특징 등이 소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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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품 ‘간화선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간화선의 개념 정의와 목적, 본래부처에 대한 이해 등에 비중을 뒀다. 가령 ‘간화선에서 깨달음의 대상은 무엇인가’의 경우에는 깨침의 대상을 설명하는 한편, ‘왜 본래부처인가’를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본래부처의 의미와 본래부처인데 왜 닦아야 하는지 등이 다뤄져있다.
올 조계사 시범운영에 참가했던 노귀분(51ㆍ인천 신현동)씨는 “이론적으로 알던 ‘본래부처’를 프로그램 참가 이후부터 실생활에서 직접 체득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이 자성불(自性佛)임을 확신하게 됐고, 이를 통한 간화선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머리로만 ‘본래부처’라 여겼죠. 하지만 한 주 한 주 동참하면서 믿음이 생겼어요. 내 자신이 자성불임을 깨닫게 되니,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가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됐지요. 인연법을 보게 된 거죠. 그러니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더군요. 내가 본래부처인데, 화를 낼 것도, 슬퍼할 것도 없더라고요.”
6품부터는 실참을 위한 단계들로 구성돼있다. 구체적으로, ‘화두 알기와 들어보기’ ‘간화선의 수행체계’ ‘생활 속의 화두’ 등이 프로그램에 담겨있다. 7품 ‘화두 속으로’의 경우에서는 화두의 간택, 화두참구의 요령 등이 주 내용을 이룬다. 일례로 ‘화두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화두참구의 4가지 자세, 즉 △발심이 됐을 때 △선지식으로부터 받을 것 △화두를 이성(생각)으로 헤아리지 말 것 △‘맞다 안 맞다’ 분별하지 말 것 등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올 3월 금강선원 시범운영에 참가했던 김인희(50ㆍ수원 파장동)씨는 “화두참구의 가닥과 감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상을 사는 재가자들에게 화두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일상사에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와 경계 그 자체가 화두임을 알게 됐어요. 화두참구의 자세에 대해 듣는 순간에 그 이치를 깨닫게 됐죠. 그러니 내 안의 불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자각했어요.”
# 특징은?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간화선 수행의 ‘실제 체험’과 ‘수행 안목 키우기’에 있다. 때문에 매품의 구성은 강의, 질의응답, 수행담 나누기 등 3교시로 짜여있고, 10품 및 회향은 전통사찰에 찾아가 수행체험을 갈무리한다. 2회에 걸친 시범운영에서도 회향 프로그램을 금강선원 홍천 선문장, 문경 대승사에서 진행했다.
특히 ‘수행담 나누기’와 ‘매품별 수행과제 도출하기’는 시범운영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수행담 나누기’의 경우, 초심자의 입장에서 간화선 수행을 알기 전과 그 이후의 변화 흐름을 공유하면서 자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점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금강선원 시범운영 참가자 최경수(49ㆍ수원 영통동)씨는 “수행담 나누기는 참가자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화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게 살아서 팔덕거릴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매 품별 수행과제 도출하기 또한 기본수행프로그램의 장점이다. 단순 교리강의의 한계를 벗고, 프로그램 참가자 스스로가 ‘간화선 수행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직접 이끌어내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품 ‘선으로의 초대’에서 ‘내가 본래부처라는 사실을 믿고 지켜보기’라든가, 4품 ‘간화선과 무한향상의 길’에서 ‘참회하며 나의 서원 실행해보기’, 9품 ‘생활 속의 화두’에서 ‘화두 들고 일상경계에 깨어 있어보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각 품별로 예상 질의응답과 예화 등을 풍부하게 실어 참가자가 가질 수 있는 궁금증 등을 해결할 수 있게 한 것도 간화선 기본수행프로그램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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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일일수행점검표’왜, 어떻게 작성하나?
- 수행의지 확고, 발심의 기회 마련…17개 점검항목에 따라 5단계로 자가 점검
- 근무여건 수행정도 등에 따라 ‘탄력 있는’ 작성도 중요
‘간화선 일일수행점검표’는 자신의 수행의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자기 변화를 체크할 수도 있어, 수행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일수행점검표의 핵심은 수행의 잘ㆍ잘못을 반성하는 것에 있다.
일일수행점검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 먼저 월일, 시간, 장소, 화두 등을 기입한 뒤, 17개 점검항목에 따라 자기 진단을 ‘매우 잘됨(5점)’ ‘잘 됨’ ‘보통’ ‘안 됨’ ‘매우 안 됨(1점)’ 등으로 나눠 적는다.
점검항목으로는 △내 자신이 본래 부처임을 알아차리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목마름이 간절한가 △좌선하고 화두를 들 때 잘 들리는가 △역경계를 당해 화를 내는 마음이 줄어들고 있는가 △아상이 줄어들고 있는가 △빈 시간에 망상하지 않고 화두를 들고 있는가 △나의 허물을 보고 일상에서 참회하는가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한가 등이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일일수행점검표를 쓰면서 ‘왜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실천력이 금방 지치지 않는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고명석 과장은 “지나친 일일수행점검은 오히려 수행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며 “근무여건, 수행정도 등에 따라 탄력 있게 점검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간화선 기본수행프로그램 각 품별 수행과제
품─ ─ ─ 제목─ ─ ─ 수행과제
1품─ ─ ─ 선으로의 초대─ ─ ─ 내가 본래부처라는 사실을 믿고 지켜보기
2품─ ─ ─ 양변을 여읜 자유로운 삶-간화선과 중도 연기─ ─ ─떠나자, 내려놓자
3품─ ─ ─ 지혜의 길, 자비의 길-간화선과 무아 공─ ─ ─ 허공으로 나가보자
4품─ ─ ─ 간화선과 무한향상의 길─ ─ ─ 참회하며 나의 서원 실행해 보기
5품─ ─ ─ 간화선 이해하기─ ─ ─ 매사에 불성이 움직이고 있음을 체험해보기
6품─ ─ ─ 화두 알기와 들어보기─ ─ ─ 이웃에게 보시하며 마음 살피기
7품─ ─ ─ 화두 속으로─ ─ ─ 두 번째 화살 맞지 않기
8품─ ─ ─ 문 없는 문을 열다-간화선의 수행체계─ ─ ─ 화두를 들며 인욕 실천하기
9품─ ─ ─ 생활 속의 화두─ ─ ─ 화두를 들며 일상경계에 깨어 있어보기
10품 및 회향─ ─ ─ 전통사찰에서 실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