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처음으로 월1회(매월 4주 토요일 휴업)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하는 해로서 학교 나름대로 세부운영 계획을 세우기란 쉽지 않았다. 토요휴업일과 전일제 계발활동으로 각각의 4시간 수업이 다른 요일로 변경되어야 하며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의 수업 준비가 잘 될 것인지 염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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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여명의 학생들이 어디로 가서 체험학습을 할 것인가? 개인 경비가 지출되는 계발활동과 토요휴업일로 인하여 또 경비가 지출된다면 사교육비의 증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학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할까? 토요휴업일의 과제 수준과 양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토요휴업일 후의 추수지도 방법과 교사의 업무는 얼마나 증가할까? 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도서관과 컴퓨터실 개방정도이며 다행히 우리학교는 발명실을 운영하고 있어 조금은 나은 편이다. 이러한 학교 사정은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실천행이 없는 불교수행은 무용(無用)하다고 배웠다. 실상관법을 체험하고 그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서 빛나는 태양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고귀한 생명력을 탄생시키고 이어가게 하듯이 나 또한 그러한 빛처럼 보다 넓은 세상을 다 함께하려는 마음이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토요휴업일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에서 실시할 수 없는 명상프로그램을 우곡선원에서 해 보면 어떨까?
선사님께서 항상 말씀하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기회이지 않는가? 시간의 보강 수업도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 휴무일 3시간 정도의 수업과 학생지도가 가능할까 염려스러웠지만 우곡선원 교육지도자 선생님들은 수업과 지도안 작성, PPT자료 제작, 홍보, 수업자료 제작 등을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불교교리의 주입이나 종교행위를 체험시키는 청소년참선교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아 잘못을 깨닫고 즐겁고 희망적인 마음, 그런 불교정신을 깃들게 하는 토요휴업일 “마음동산 꾸미기”는 3월부터 계속 실시되어 청소년 인성교육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8월 여름방학 동안의 “가족과 함께하는 청소년 참선교실” 운영은 방학 시작 후 학생들의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진 프로그램이었다. 방학 전에 학생들에게 전혀 홍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까지 프로그램에 동참하였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며 뿌듯해 하는 학생, 자녀와 함께 노래에 맞추어 동작을 만들어 보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자애로운 사랑이 가득하였다.
토요휴업일 수업과 여름방학 특별프로그램 그리고 부산 모 중학교의 참선교육프로그램 요청으로 6번의 청소년 참선교실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지도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우곡선원 도반들의 아낌없는 협조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학생들의 전체 지도 방향을 지도해 주신 선사님과 수업에 필요한 자료와 야외활동 중에 학생들의 안전지도에 늘 도움을 주는 우곡 거사림회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불교계 최초로 시행한 우곡선원의 토요휴업일 청소년 참선교실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세인들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청소년인성교육의 필요성이 급격히 대두되는 시점에서 우곡선원의 청소년 참선교실의 “마음동산 꾸미기”가 그 대안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진정한 불교진리를 만날 수 있었던 행운과 실상관법을 통한 참 수행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우리학교라는 등식에서 벗어나 시대와 전체를 위한 교직생활이 바로 나에게 주어진 보살행일 것이며, 이처럼 불보살의 가호가 있는 한 시대적 소임을 위한 열정과 용기는 그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