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불광사, 능인선원, 안국선원, 대구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안양 한마음선원 등은 많은 신도수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사찰들이다. 이들은 체계적인 조직과 신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모범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크게 달라 보이지 않으면서도 뭔가 다른 그들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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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에 가면 할 일이 있다
이들 사찰의 최대 장점은 불자들이 그 사찰에서 분명한 할 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불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더 열심히 신행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재적사찰 또는 불자로서의 자긍심이 유독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信) 해(解) 행(行) 증(證)’을 강조하는 영남불교대학 관음사의 경우 신도들은 60여 봉사단체 가운데 한 곳에 적을 두고 간병, 호스피스, 급식, 기도봉사 등을 도맡는다. 출판사, 꽃집, 찻집, 탁아방, 상담소, 시민선방 등도 신도들이 알아서 관리·운영토록 하고 있다. 아무리 궂은 일이라도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신도들은 ‘나도 사찰의 구성원’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형태다.
◇ 몰라야 다루기 편하다? No!!
뭣 모르고 따라하는 시대는 지났다. 대부분의 불자들은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시대흐름을 파악하는 등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이미 갖췄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자들은 사찰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얻거나 체험하고 싶어한다. 능인선원과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안국선원의 신도교육은 이같은 불자들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고 있다.
조계사와 능인선원, 관음사, 한마음선원 등의 신도교육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신도로 등록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자들은 기꺼이 교육과정을 거쳐 개개인이 ‘열혈신도’가 되고, 가까운 사람들을 사찰로 이끈다. 능인선원과 관음사의 성장을 이룬 가장 큰 동력이 바로 불교대학이다.
◇ 핵심은 체계적인 조직 관리
체계적인 조직관리를 통해 신도간 서로 관심을 갖도록 한 점은 다른 사찰로 옮기지 않는 중요한 모티브다. 체계적인 조직관리의 포인트는 ‘관심’이다.
5만여명의 신도가 있는 한마음선원 본원. 200여 동단위 신행회를 묶어 37개 구단위 신행회를 이루고, 구단위 신행회들이 모여 서울, 인천, 경기 지역신행회를 형성한다. 지역신행회는 600여 거사로 구성된 법형제회와 청년회, 학생회, 어린이회와 함께 전체신도회로 운영된다. 조계사, 봉은사, 불광사, 관음사 등도 지역에 기반을 둔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신도회 자체적으로 관리토록 하는 자율적인 운영으로 효율을 높이는 점도 큰 특징이다.
반면 능인선원과 관음사는 교육체계를 그대로 신도조직체계로 연결하고, 지역단위 신행을 결합시켜 조직을 운영하는 형태다. 안국선원은 입문과정을 이수한 신도를 40여 신도조직에배속시켜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 특수성 살리면 파워 생긴다
많은 신도를 갖고 있는 사찰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는 때로 신도조직 관리에 있어서 장애가 되기도 한다. 조계사와 봉은사가 대표적인 사례.
‘한국불교 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신도회에 가입되지 않은 일반 불자들이 많은 서울 조계사. 1만 5천 세대가 신도로 등록돼 있지만 신도조직에 포함된 인원은 1천여명에 불과하다. 신도조직체계를 갖추기 전부터 다니던 신도와 신도회에 몸담지 않은 기도 위주의 신도가 많기 때문이다.
조계사와 봉은사는 조직체계를 갖추기 전 신도들을 억지로 조직체계에 끼워 넣지 않고 새로 등록한 신도를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인 셈이다. 조직체계로 귀속된 신도들은 많지 않지만 신도회가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중요한 이유다. 신도조직체계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주변환경과 특수성을 살려 운영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신도조직을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사찰의 신도조직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의 힘을 가졌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