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곡의 실상관법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으로 누구로부터 인가를 받는다거나 하는 구차스런 행위가 일체 없다. 실상관법 가르침을 이해하고 스스로 증득하는 가운데 망상분별이 줄고 단순하고 명쾌한 사고방식이 되어지는, 그러므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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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관법을 접하게 되면서 욕망의 노예에서 놓여나 넓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이럴까 저럴까 번민으로 인한 갈등이 줄어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우곡선원의 실상관법은 말 그대로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觀)하는 것이라고 일러주고 있다. 붉고 둥근 석양을 단전에 가득히 함으로서 번뇌가 줄고 근원적이고 순수한 마음의 힘이 길러지는 것은 바로 이적의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안에 가득한 태양으로 온 몸에 열기가 전해지면 무명 중생의 어둡고 축축한 습기(濕氣)를 말려주는 이치라고 할까? 다시 말하면 젖어 있는 빨래가 맑은 날 햇살아래에서 뽀송뽀송 기분 좋게 말려지는 것처럼 실상관법은 그런 것이었다.
처음 실상관법을 할 때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붉은 태양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와 그 열기가 내 몸에 전해질까에 대한 의문으로 몰입이 쉽지 않았다. 망상분별이 들끓을 때는 태양 을 눈으로만 이미지화 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실상관인줄만 알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몸이 따뜻해지기는커녕 이미지도 잘 잡히지 않아 좌절감만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창밖을 우연히 내다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밝은 햇살이 부서져 내려 그 빛이 나뭇잎이며 운동장, 화단의 풀과 꽃잎, 생기 있게 웃는 아이들의 밝은 얼굴에 그대로 퍼져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순간 아! 자연과 내가 하나인데, 내가 바로 자연의 피조물인데 라는 생각이 들던 중 태양의 빛이 관해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창가에 서서 따로 가부좌를 하지 않았는데도 맑은 햇살의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돌면서 한동안 그 열기가 계속되는 것이었다.
그날 이 후 운동장에 있는 나무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5층 건물까지 힘차게 뻗어 올라간 제비콩, 한 순간 활짝 피고 사라진 상사화, 여기 저기 피어난 야생화들을 관찰하면서 성주괴공하고 생주이멸하는 자연의 정직하고 경이로운 모습을 그대로 보게 되니 우리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이 있는 그대로 와 닿기 시작하였다.
1978년에 개교한 우리 학교는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로 교정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하루 종일 여러 종류들의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자연의 소리보다는 주로 교실에서만 생활하기를 좋아한다.
여기저기 모여 앉아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고, 쉬는 시간마다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확인하며, 부모나 친구보다 컴퓨터를 더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2005학년도 녹색학교로 지정되어 3월부터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바람직한 인격형성이 되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고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의 가슴속에 이 찬란하고 따사로운 빛을 어떻게 나누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마감하곤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