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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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날숨으로 호흡 내리며 선기공체조로 몸 풀고
실상관법 수행체험기(중)


우곡의 실상관법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으로 누구로부터 인가를 받는다거나 하는 구차스런 행위가 일체 없다. 실상관법 가르침을 이해하고 스스로 증득하는 가운데 망상분별이 줄고 단순하고 명쾌한 사고방식이 되어지는, 그러므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뿐이다.

김혜경 부산 주례여중 교장
천천히 날숨으로 호흡을 내리며 선기공체조로 몸을 풀어 준 다음 실상관법으로 좌선에 드는 순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삼지법과 눈 씻기를 통하여 마음의 흐름을 느껴 보기도 하고, 법회 때 마다 있는 야단법석은 수행을 하면서 일어나는 경계를 점검함으로서 넘지 못할 경계와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몸과 마음을 편히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렵다는 참선공부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실상관법을 접하게 되면서 욕망의 노예에서 놓여나 넓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이럴까 저럴까 번민으로 인한 갈등이 줄어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우곡선원의 실상관법은 말 그대로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觀)하는 것이라고 일러주고 있다. 붉고 둥근 석양을 단전에 가득히 함으로서 번뇌가 줄고 근원적이고 순수한 마음의 힘이 길러지는 것은 바로 이적의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안에 가득한 태양으로 온 몸에 열기가 전해지면 무명 중생의 어둡고 축축한 습기(濕氣)를 말려주는 이치라고 할까? 다시 말하면 젖어 있는 빨래가 맑은 날 햇살아래에서 뽀송뽀송 기분 좋게 말려지는 것처럼 실상관법은 그런 것이었다.

처음 실상관법을 할 때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붉은 태양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와 그 열기가 내 몸에 전해질까에 대한 의문으로 몰입이 쉽지 않았다. 망상분별이 들끓을 때는 태양 을 눈으로만 이미지화 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실상관인줄만 알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몸이 따뜻해지기는커녕 이미지도 잘 잡히지 않아 좌절감만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창밖을 우연히 내다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밝은 햇살이 부서져 내려 그 빛이 나뭇잎이며 운동장, 화단의 풀과 꽃잎, 생기 있게 웃는 아이들의 밝은 얼굴에 그대로 퍼져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순간 아! 자연과 내가 하나인데, 내가 바로 자연의 피조물인데 라는 생각이 들던 중 태양의 빛이 관해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창가에 서서 따로 가부좌를 하지 않았는데도 맑은 햇살의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돌면서 한동안 그 열기가 계속되는 것이었다.

그날 이 후 운동장에 있는 나무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5층 건물까지 힘차게 뻗어 올라간 제비콩, 한 순간 활짝 피고 사라진 상사화, 여기 저기 피어난 야생화들을 관찰하면서 성주괴공하고 생주이멸하는 자연의 정직하고 경이로운 모습을 그대로 보게 되니 우리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이 있는 그대로 와 닿기 시작하였다.

1978년에 개교한 우리 학교는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로 교정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하루 종일 여러 종류들의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자연의 소리보다는 주로 교실에서만 생활하기를 좋아한다.

여기저기 모여 앉아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고, 쉬는 시간마다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확인하며, 부모나 친구보다 컴퓨터를 더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2005학년도 녹색학교로 지정되어 3월부터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바람직한 인격형성이 되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고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의 가슴속에 이 찬란하고 따사로운 빛을 어떻게 나누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마감하곤 한다.<계속>

김혜경 부산 주례여중 교장 |
2005-11-25 오전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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