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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옥산동 영남불교대학 경산도량에는 주지 대륜 스님의 설명처럼 매주 월요일 오후2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의 장이 열린다. 도량 문을 연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지역에서는 수행 잘 하기로 유명한 도심수행처다. 모든 불자들이 직접 도량을 가꾸며 24시간 수행을 하기 때문이다.
# 목탁과 죽비가 법회 이끌고, 수행은 자율적으로
11월 14일 오후 2시, <법화경> 사경노트를 챙겨들고 불자들이 하나 둘 들어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30여 명의 불자들이 2층 법당을 가득 메웠다. 법당 앞 화이트보드에는 2시간가량 진행될 수행계획이 시간별로 친절히 적혀있고, ‘묵언, 휴대폰을 꺼주세요’라는 글이 수행자로서 몸과 마음가짐을 살필 것을 종용한다.
‘법화경’ 바른수행모임 최태숙 회장의 집전으로 예불의식이 끝나자 불자들은 1시간 동안 <법화경> 사경에 몰입했다. 목탁과 죽비가 수행의 길잡이가 될 뿐, 외부의 어떤 잡음도 침범하지 못하는 고요 속에 잠겼다. <법화경>의 뜻을 머리로 알기보다 온몸과 마음으로 체득코자 한 획 한 자에 정성을 쏟는 불자들은 그대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갔다.
3시 10분, 세 번의 죽비소리가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살피게 만들고 불자들은 일제히 <법화경> 제17 ‘분별공덕품’을 한 목소리로 독송했다. 법당에는 <법화경> 독송소리만이 가득하고, 보여 지는 상(相)들을 하나로 집어삼켰다. 10여분간의 독송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불자들은 다시 참선삼매에 몰입했다. 어느 틈에 들어온 주지 대륜스님이 바른 수행과 정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보탰다. 30분쯤 흘렀을까? 스님의 죽비 삼성이 참선삼매를 깨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곧게 전하는 법문이 이어졌다.
“법당(法堂)은 진리(법)가 있는 곳이지, 부처님만 계신 불당(佛堂)이 돼서는 안 됩니다. 중생심을 들어내고 원래의 불성자리를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지, 내 자식 내 남편에만 집착하면 불교가 잘못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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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가 어떻게 <법화경>을 쓸 수 있을까? 처음에는 겁이 나서 붓도 못 들었는데 이제는 너무 재밌고 편안해졌습니다. 마음에 여백이 이만큼 생긴 것 같아 행복합니다.” 류정숙(66ㆍ경산 옥산 1지구)씨는 이제 <법화경> 사경을 매일 500자, 1독 1배를 500배 한다고 밝혔다. 일곱 권으로 된 <법화경> 사경노트를 세 번 썼다는 류씨는 정성껏 사경한 <법화경> 한 질을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관속에 넣어드렸다며 뿌듯해했다.
갑상선 치료약을 먹으면 늘 병고와 싸웠다는 김정희(48ㆍ경산시 정평동)씨는 어느덧 약을 먹지 않아도 피곤함을 못 느끼게 됐다며 자랑했다. 처음 수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집, 부모, 자식 생각뿐이었는데 이제는 어디에 앉아도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진다고 말했다.
24시간 마트를 운영하는 천재국(39ㆍ경산 옥산동)씨는 절에 나온 지 9개월 남짓 된 병아리 불자다. 늘 불안해 술을 마시고 수시로 화를 냈다는 천씨. 절을 하고 사경을 하다보니 어느덧 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이젠 술도 잘 마시지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정반화(54ㆍ대구 시지동)씨는 처음 사경을 시작할 때 끔찍했다고 토로했다. 삼천 배 오천 배 절은 해도, 도저히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전 한 자를 쓰는 것이 어려웠다는 정씨. 이제는 찜통더위도 잊을 만큼 수행삼매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낀다며 그저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법화경’ 바른수행모임을 이끄는 최태숙(45ㆍ대구 매호동)회장은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발원하던 어느 날, <법화경> 전법만한 도움이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 늘 <법화경> 전법을 발원하게 됐다”고 한다. <법화경> 수행은 매일 한자를 쓰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일념으로 수행을 이어가다보면 수행의 묘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권했다. (053)811-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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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을 공부를 특별히 강조하는 까닭은?
-<법화경>은 부처님이 49년여 동안 설하신 화엄부, 아함부, 방등부, 반야부, 법화열반부의 경전 중에서 부처님이 열반하시기 8년 전부터 설해진 경전이다. 가장 완숙된 경지에서 최정점의 진리를 설한 것이다. 진실한 가르침의 연꽃이라고도 하는데, 연꽃이 사바세계에 뿌리를 내려도 불성은 물들지 않듯 결국 누구든 언젠가는 모두 성불한다는 가르침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경에 많이 활용되었던 <법화경>은 수지 독송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기에 알맞은 경전이다. 또 분량이 일곱 권이나 되니 일정한 시간을 정해 한 달 석 달 목적을 두고 하는 장기적 수행법으로 활용하기 좋다.
▶<법화경> 사경하는데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감사함을 지녀야 한다. 실제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지만 <법화경>의 한 글자 한 글자를 통해 부처님과 하나가 되고 체득하는 과정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자리다. 뜻을 이해한다면 더 좋겠지만 시작을 하는 취지가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재가불자가 수행할 때면, 경계가 수시로 온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부처님은 모든 이에게 행복을 전달하기 위해 처방전을 내렸다. 부처님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게 되면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언뜻 수행의 처음은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음에 여유도 느끼고 기쁨도 온다. 그러나 곧 나태함 등의 경계가 찾아온다. 깊이 누적돼 있는 마음의 떼를 제거해야 하는데 어렵다. 하지만 초발심으로 계속한다면 불교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수행을 통해 지혜를 얻게 되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