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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에게 ‘만불선원(萬佛禪院)’의 뜻을 물었다. 스님은 ‘만불’이 모든 부처를 가리키는 것과 동시에 모든 이들이 부처님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며 모든 이들이 부처가 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포교하겠다는 발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진철 스님이 들려준 ‘불자로 사는 법’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사회 정화를 위해 불교가 꼭 필요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가 구성되는 것은 욕망 때문인데 이 욕망의 성취를 위해서 사회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욕망에 물든 사회를 깨끗하게 할 의무가 불자들에게 있습니다. 이는 수행자나 재가신도나 다를 바 없이 짊어지고 가야할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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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 보현보살권발품(普賢菩薩勸發品) 제28에 성취사법(成就四法)이 나옵니다. 여기서 네 가지 법은 여래 입멸 후에 <법화경>을 얻는 방법을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네 가지 법 즉 보살 덕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면 부처님께서 안 계신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도 <법화경>의 구제정신을 터득해 모든 사람에게 <법화경> 성불사상을 전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네 가지 법의 첫째는 제불호념(諸佛護念)입니다. ‘모든 부처님을 마음에 받들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이렇게만 해석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글만 아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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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오늘날 살아계셨다면 다른 사람의 인권ㆍ인격을 침해하지 말고 존중하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둘째는 식중덕본(植衆德本)인데 덕의 근본을 중생에게 심으라는 뜻입니다. 불교의 이치와 근본은 수행의 힘에서 나옵니다. 불교에서는 수행을 왜 합니까. 수행해서 얻은 모든 것을 중생에게 심기 위해서라는 말입니다. 곧 포교 전도하라는 말이지요.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말씀을 널리 알리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전도선언인데 성취사법의 두 번째도 바로 이것에 다름 아닙니다. 포교 전도해서 사회에 환원하라는 뜻이지요.
세 번째는 입정정취(入正定聚)입니다. 성불이 결정된 사람들의 모임인 정정취에 들라는 말이지요. 성불이 결정된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바른 법을 배우고 실천하여 아는 이들입니다.
달리 말하면 바른 법을 세워서 삿되게 가지 말고 향기롭게 살라는 뜻입니다. 성취사법의 제불호념과 식중덕본을 하기 위해서는 정법을 가져야 합니다. 삿되게 빠지지 말고 정법대로 살아야 합니다.
넷째 발구중생지심(發求衆生之心)은 사홍서원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중생의 마음을 구원하고자 하는 원력을 세우라는 뜻이지요.
이 네 가지를 성취하면 <법화경>과 같이 할 수 있고 도인이 될 수 있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옛날 그 시대에 맞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경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활도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전 행간에 숨은 의미는 글자풀이만 한다고 해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자풀이식 경전해석은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보다 기복이나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내 생활과 다른 얘기들이 되풀이되는데 어느 누가 그것을 생활 속에 실천할까요.
불자들은 매일 매일 독경하고 암송합니다. 그렇게 하면 뭐 합니까. 내 생활이 되지 못하는 것을, 내가 실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경전 속 부처님 말씀이 내 생활과 아무 연관 없다고 느끼게 되면 친근감은 사라지고 내가 불자라는 사명감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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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경전을 외울 시간에 내가 살아온 모습을 돌아보십시오.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이 부처님 말씀에 맞지 않는지 찾아보고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처님 말씀을 바르게 실천하며 내 생활을 불교적으로 이끌었다면 이제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 욕망에 물든 사회를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이 불자들의 의무입니다.
그렇다면 불자들이 대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자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봉사는 곧 보시요, 희생은 곧 보살입니다. 요즘은 많은 불자들이 사회복지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합니다. 욕구와 쾌락을 충족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살면 지옥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사회참여는 기본입니다. 이 기본권을 우리 불자들은 그동안 너무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불자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불자들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장을 불교계에서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입니다.
이제 불자 여러분이 스스로 중심이 되어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야 합니다. 대 사회문제에 직접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부처님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교리적으로 이해를 못해도 불교 편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불교를 알든 모르든 불교유치원만 다녀도 불교에 익숙해지고 친불교적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포교입니다.
불자들은 자녀들에게 불교를 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불자가정에서도 젊은 불자가 나오지 않고 사찰에서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만불선원이 문을 연지 4개월 남짓 됐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청년회도 중ㆍ고등학생회도 대불련도 아무 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사찰이 200개가 넘게 있으면 뭐합니까. 젊은 불자들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스스로가 변해야 합니다. 불자라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어떻게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우리 불자들은 아침예불 훈련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어야 합니다. 교리 공부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머리로만 아는, 지식으로의 불교는 살아있는 불교가 아닙니다. 기도를 통해, 아침예불을 통해, 꾸준히 반복되는 일상 속의 기도를 통해서 자신감을 찾아야 합니다. 신행생활을 하고 아침기도 사시불공 등 자신의 일정에 맞게 기도를 꾸준히 하십시오.
요즘은 집에서라도 기도만 잘하면 된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여법하게 부처님 앞에서 기도하세요. 불자로서 신념을 느끼게 되고 사명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생기는 신념과 사명감은 교리공부만 해서는 절대 생기지 않습니다. 생활 속 신행으로 생기는 것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단계는 어느 정도 신념과 사명감이 몸에 밴 불자들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기간을 정해서 기도를 하고 생겨난 자신감은 불자로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요즘 고유가, 고금리 등 다양한 생활고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불행하다는 것은 행복리듬이 깨졌다는 뜻입니다.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아야 합니다. 행복을 즐기고 누리고 사는 것은 경제적인 부유함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 속에 있습니다. 만족의 기준을 물질 마음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복지수는 또 틀려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난하면 당당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그렇다기보다 주위에서 그렇게 만듭니다. 사회적 여건 때문에 불행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의 기준을 스스로 잘못 세워서 불행한 것입니다. 내 마음이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외적 상황에 끄달리지 마십시오. 현재 자기 안에서 만족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행해 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관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아서, 훈련되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외형적으로만 살아 버릇해서 그런 것입니다. 미국의 맨해튼을 걷든 강남의 신사동 거리를 걷든 외적인 모양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내면세계는 천지차이입니다.
만불선원의 슬로건은 ‘모양의 멋보다 마음을 아름답게’입니다. 불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읽고 실천하며 내면의 멋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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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스님은 불교의 사회화와 그를 이끌어가기 위한 교육·제도 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왔다. 승려 교육이 제대로 돼야 불교가 올바르게 설 수 있다고 강조하는 스님은 이판사판 제도를 삼판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일판, 포교 교육 전담의 이판, 행정 중심의 삼판으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특히 삼판은 출ㆍ재가를 모두 포함해 불교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스님은 불교가 올곧게 서기 위해서라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다.
1940년 태어난 진철 스님은 65년 1월 공주 마곡사에서 득도 수계했다. 이후 해인사에서 자운 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고 통도사에서 월하대종사를 법사로 건당했다.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 상원사 법주사 은해사 수덕사 등 제방선원서 안거를 성만했다. 또한 강릉자비원ㆍ통도사자비원ㆍ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이사장, 한국불교사회복지협의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신라문화원 이사장이자 대전 만불선원(주지 선오)의 회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