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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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ㆍ조사 스승 되는 도리 확연히 깨쳐야"
지상 백고좌 - 통도사 취원선원장 약산 스님


10월 16일 통도사 취운선원에서 열린 설선대법회 입제식에서 취운선원장 약산 스님은 조사선의 도리를 깨달으면 누구나 대도인이 된다며 열심히 정진할 것을 강조했다.
“(주장자를 들며) 주장자를 이렇게 들어 보이는 이 도리를 깨달아 알면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된다. (주장자를 내리며) 주장자를 이렇게 내려놓는 도리를 알면 부처님과 모든 조사스님들의 스승이 된다. (주장자를 들지도 내리지도 않고) 특별한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은 주장자를 들지도 놓지도 아니한다.”

이 세 가지를 확연히 깨닫고 알아야 대도를 성취한 도인, 만법을 초달한 능력을 갖춘 대인입니다. 우리가 선문에서 수행을 하지만 이런 도리를 깨닫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선을 하는 입장에서 자아를 발견하거나 앉아서 선정을 닦아 번뇌를 잠시 쉬는 정도를 수행이라 할 뿐입니다.

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욱 차원이 깊고 심오한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주장자를 들어 보이는 도리로 부처와 조사가 되는 것이라면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되는 도리는 없을까요? 불교 안에 그런 이야기가 없는데 내가 있다고 하면, 스님만 딴소리한다고 할 것입니다.(웃음)

부처님 생시에는 직접적으로 선을 설한 적이 없습니다. 대승경전에는 사마타와 사마발제, 선나를 설했다고 합니다. 사마타는 고요한 선정, 사마발제는 고요한 상태에서 지혜로 관찰하는 것, 선나는 정과 혜를 함께 갖춰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나이가 많이 드신 후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자탁선에서 첫 번째 설법을 했습니다. 백만 대중이 모였는데 가섭존자만이 늦어서 자리가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가섭을 앞으로 불러 자신의 법상을 나눠 앉게 한 후 금란가사를 함께 두르게 하고 한 몸을 지었습니다. 그때 백만 대중은 그저 보기만 할 뿐 그 묘한 도리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 도리가 부처님이 첫 번째로 마음을 전한 것입니다.

둘째는 영축산 영산회상입니다. 천상의 꽃을 공양한 대범천왕이 법문을 부탁하자 부처님이 설법을 했습니다. 부처님은 가만히 꽃을 들었습니다. 백만 대중들은 부처님이 꽃을 든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가섭존자만이 그 뜻을 알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부처님은 “여래에게는 정법안장 열반묘심이 있는데 가섭 존자에게 부촉한다”며 바리때와 가사를 전해주었습니다. 대중들은 바리때와 가사를 봤지만 도저히 법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게 두 번째로 선의 묘한 이치를 전해준 도리입니다.


약산 스님은 10월 16일 통도사 취운선원에서 입제법문을 시작으로 앞으로 20년에 걸쳐 재가불자를 위한 간화선 조사선 설선대법회를 연다.


세 번째, 부처님이 45년 설법을 마치고 구시라성에서 열반에 들었습니다. 그때도 가섭존자가 자리에 없었습니다. 가섭존자는 신통을 부려 단숨에 갈 수도 있지만 일주일 동안 걸어 구시라성까지 갔습니다. 도착한 가섭이 부처님의 금관을 세 바퀴 돌고 법구 앞에 서자 부처님이 두발을 내미셨습니다. 대중도 그 모습을 보았지만 발을 내민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사성팔정이나 사마타 사마발제 선나가 선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세 번 설한 진리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선은 이렇게 ‘삼처전심(삼처전심)’을 근본으로 하고 선의 종지로 삼습니다.

왜 부처님께서 법을 세 번 설해야 했을까요? 마음이 셋이 아닌 일심이고 법이 하나인데 세 번 전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 도리를 확연히 깨우쳐야 합니다. 삼처전심의 도리를 확연하게 알아야 진짜 선지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선은 주로 ‘자아를 밝혀라’ ‘주인공을 밝혀라’ ‘본분사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세 가지 진리를 물으면 입이 딱 막힙니다. 공부할 것은 이런 것들인데 우리는 수박 겉핥기로 공부할 뿐입니다. 그저 좋은 일을 해라, 좋은 말을 해라고 하는 데 이런 것으로는 종교가 될 수 없고 도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도를 새롭게 관찰하고 배워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삼처전심한 도리를 깨달아 알 때 자기 자신이 부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부처를 볼 수 있습니다.

20년간 이어질 재가자를 위한 설선대법회 진행하는 통도사 취운선원장 약산 스님.
부처님이 홀연히 새벽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6년 고행을 할 때도 매일 별이 떴을 것이고 보리수 밑에서 48일 수행을 할 때도 별이 떴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마지막 날에 홀연히 뜬 별을 보고 도리를 깨우쳤을까요? 오랫동안 수행을 하던 부처님이 그때 한 경계를 만난 것입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참선을 하다가 한 경계나 모습을 보고 홀연히 깨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과 똑같은 깨침입니다. 부처님이 훌륭하다, 우리가 못하다 할 게 없습니다.

선은 부처님이 별을 보고 깨친 도리를 즉각 깨치기 위해 하는 겁니다. 이외 다른 방법으로 선정을 닦고 업장을 소멸해야 깨달음이 온다고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부처님은 도를 깨친 후 “여래가 깨친 도리는 내가 만들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진리가 법계에 본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깨친 자가 부처님입니다. 깨달음이 석가모니의 소유물은 아닙니다. 우리도 그 법을 깨치면 부처님보다 못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스님이 그렇게 법문을 했다고 여러분이 당장 부처님과 같다는 건 아닙니다.

이제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되는 원리에 대해 설하겠습니다. ‘어떻게 부처님보다 훌륭해질 수 있는가’란 질문이 들지요? 부처님 경전 안에는 ‘부처가 뜰 앞의 잔나무다’ ‘삼서근이다’는 말이 없습니다. 부처와 조사가 주장자를 들어 보이는 도리가 바로 이렇습니다. 그런데 부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되면 한 단계 올라가는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주장자를 들지도 내리지도 않는 공부입니다. 그런 사람이 출격장부인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삼처전심의 법을 설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부처님 당시 훌륭한 신자는 절에 금방 온 요새 신자만도 못했습니다. 아는 게 없으니 삼귀의 오계만을 설했습니다. 요새는 처음 온 신도도 삼귀의 오계를 알잖습니까? 부처님 당시에는 십선업을 닦아서 그 업대로 좋은데 태어나게 하는 게 신도교육입니다. 요즘처럼 고차원적으로 참선을 가르치거나 화엄경을 설해줄 수 없었습니다.

불교는 가섭존자 등 조사를 거쳐 중국으로 오면서 끊임없이 발전했습니다. 육조 스님까지 왔을 때의 법은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인 도리와 같았습니다. 그 이후 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스님들이 배출되면서 선의 묘를 살려 조사선이 발전하게 됐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여래선이 높고 조사선이 낮다고 합니다. 여래는 부처님이고 조사는 스님이기 때문이죠. 어떻게 스님이 부처님보다 높아질 수 있냐고 생각합니다. 나는 조사가 여래보다 나으며 나았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근거가 뭐냐? 중국은 선을 전문으로 연구해서 선의 극치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조사선에서 간화선이 나왔습니다. 간화선은 중국에서 선을 표현하는 한 방법입니다. 항상 같은 소리를 하면 공부를 안 하니까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부처가 마른 똥막대기다.’ 이렇게 해야 그 도리와 법에 기백이 생깁니다. ‘부처는 청정법신인데 어찌 똥막대기가 되는가’ 하는 큰 의심이 생기고 용맹정진으로 공부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화두를 깨치면 부처가 될 수는 있지만 조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두를 깨쳐도 조사선을 모르는 이가 많습니다. 전등록에 나오는 3600여 도인 중 조사선을 깨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조사선을 알려면 상당한 안목과 이해를 갖춰야 합니다. 선에는 묘한 도리가 많습니다.

이제부터 이 약산이 조사선과 여래선의 차이를 이 주장자의 도리로 보이겠습니다. 부처님 선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외도선과 범부선, 소승선, 대승선, 연각선, 최상승 조사선입니다. 외도선과 범부선은 전부 어리석은 선입니다. 여기서는 ‘주장자가 그냥 있다’고 봅니다. 한발자국도 불법에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외도선은 내가 있다고 봅니다. 내 육신을 구속하고 고행해서 ‘나’는 영원히 자비와 평화를 누려야겠다며 수행을 합니다. 범부는 어리석게 뭔가를 소유하려 합니다.

소승불교를 닦은 아라한은 이 주장자를 공으로 봅니다. 성문승을 아라한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부처님의 법을 듣고 아라한과를 얻어 멸진삼매에 들어갑니다. 여러분이 칭찬하는 티베트불교도 여기에 속합니다. 티베트불교가 최고 바라는 것이 린포체로 환생하는 일입니다.

연각승의 깨달은 도리는 어떤 것이냐? 이 주장자를 연기된 것, 그림자 꿈 거품 같은 환상이라고 봅니다. 부처님이 설한 도리가 이 법칙입니다. 연기의 법문은 아무리 들어도 성불할 수 없습니다.
대승보살은 어떻게 이 도리를 보느냐? 거기서는 주장자 자체가 공이라고 봅니다. 부처님의 경지가 여기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올라가면 조사선이 나옵니다. 여러분은 조사선이 여래선만 못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어리석은 말입니다. 조사선에서는 이 도리를 “다만 주장자라고 부를 뿐이다”고 봅니다. 이게 더 발전되고 선의 극치를 이루는 도리입니다. 우리는 선을 이렇게까지 알아야 합니다. 선풍이 어떻고 법성이 이렇고 불성 자비가 이렇다고 해서는 도인이 되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어렵습니까?
중생들은 부처님 경전 중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됩니다. 화엄경에는 가섭존자 같은 사람들을 위해 설한 게 한마디도 없습니다. 경전은 모두 중생에 설했으며 조사선은 경전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과거의 선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한 단계 더 높은 안목을 얻어서 새로운 공안을 형성해야 합니다. 제가 앞으로 20년 동안 이에 대해 하나씩 법을 설하겠습니다.


주장자를 들고 법문하는 약산 스님.
20년 선법문 입제하는 취운선원장 약산 스님은?

약산 스님은 2003년 열반한 통도사 방장 월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고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은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스님은 제방선원에서 50여 안거를 성만하고 통도사 보광선원장을 맡아오다 지난 5월부터 재가불자 수행도량 취원선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약산 스님은 출가생활 50년 동안 집대성한 <선문전집>을 토대로 20년간 법문을 하는 설선대법회를 열고 있다. 10월 16일부터 매월 첫째와 둘째 주 일요일 법문을 하고 2006년부터는 매주 법문을 할 계획이다. 선법문에 사용될 <선문전집>은 한문 200만자에 원고지 1만매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중국불교부터 한국불교에 이르기까지 선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스님은 한국불교 화두 1700여 개도 새롭게 정립했다.
정리ㆍ사진=강유신 기자 |
2005-10-25 오후 2:41:00
 
한마디
공즉시색.. 조사선도 모르는 이가 조사 흉내를 낸다. 지상백고좌, 안목없기는 마찬가지... 불알 내놓고 주장자로 "자치기" 하고 노는 아이 스님보다 더 잘노네.....
(2005-10-28 오전 8:28:54)
68
당신처럼 선에 원수진? 것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아마도 선사들과 선수행자의 문제가 아니라 선을 빙자하는 무리들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타종교인 때문일지도요.. 왜 있지 않나요?...타종교인들은 타종교를 그냥 놓아두지 않는게 오히려 포교란 이름으로 권장 될 수 도 있으니까요...그리고 한가지 권고 한다면 "주장자를 놓지도 않고 들지도 않는다" 는 것을 알음알이로 모든것이 법이다 라는 죽은선도 못되는 저 아래단계 헛된짓 하지 말길 권합니다. 당신과 남들에게도 아무 도움이 안되는 어리석은 짓이지요...그리고 낮은데 내려오라는 소리는 그만큼 당신이 바라는 갈망이겠지요...이건 동감합니다...그러나 말입니다...돌아가신 서암노장 같은 많은 이들이 아직도 생활속에서 법을 설할 것입니다...
(2005-10-26 오후 1:34:38)
61
스님께서 그렇게 장담하시니 그 높은 법문을 혼자만 알지 말고 더 쉽게 낮은 데로 내려 오셔서 설하여 보시지요.책을 보고 이리 저리 굴려서 하는것은 조끔만 의리가 생기면 다 할 수 있지않을 까요 ! 주장자를 들지도 않고 내려 놓지도 않는 도리라면 이 세상에 널려 잇는 모든 것이 법이 될 탠데 이 일상 삶속에서 법을 ㅋ써 보시지요. 썩아 빠진 옛 조사님들의 뼈다귀 국물은 너무 쉰내가 나서 요즈음 사람들은 냄새도 안 맡을려고 합니다. 친히 낮은데로 내려 오시어 생활 속에서 설할 용의는 없는지요 ?
(2005-10-25 오후 5: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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