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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은 번뇌ㆍ속박벗는 지침이자 안전장치"
동화사ㆍ본사 계율수행대법회 8번째 - '율장정신에서 본 종단의 제도'


▶사진기자=박재완 기자 ▶율장정신에서 본 종단의 제도를 주제로 법주로 나선 경성 스님.


“계율과 율장 정신은 번뇌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안전장치며, 욕망으로 인한 근심, 걱정, 갈등, 두려움의 속박 등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큰 지침서가 됩니다. 계율 수행을 의식속에 깊이 자각을 해 욕망을 청정으로 전환시키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0월 1일, 동화사와 현대불교 신문이 공동 주최한 ‘동화사 계율수행 대법회’ 여덟 번째 장이 동화사 통일 대불전에서 700여명의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법주로 나선 중앙승가대학 강사 경성 스님은 '율장정신에서 본 종단의 제도'라는 주제로 법문했다.


율장은 무엇인가?



경성 스님은 “불교 관련 팔만사천법장 중 승단에 소속된 출가한 스님들이 지켜야 하는 여러 규정들과 규정들이 만들어지게 된 여러 인연담들을 모아놓은 규범의 문헌”이라고 정의했다.

스님은 “승단을 중심으로 하는 규정들에 대해 사부대중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보다 더 뜻 깊을 수 있다”며 서문을 열었다.

스님은 화합, 청정, 범계자에 대한 배려, 우리들이 능동적인 지계 정신을 어떻게 지녀야 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전통적인 승단 회의제도인 갈마와 종단의 호계원 제도를 중심으로 율장 정신의 계승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를 살펴 나갔다.



*불교의 계율은 견탁의 악세에 대처하는 전환점



스님은 먼저 “남의 말에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라며 부처님께서 말한 오탁의 견해 (겁탁, 견탁 번뇌탁, 중생탁, 명탁) 중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견탁에 대해 말했다. 견탁은 의견 사상 등이 난무하여 어지럽고 혼란함을 지칭하는 것이다.

스님은 “자기의 잘못된 독선적인 견해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다툼에서 바탕이 되며, 내가 옳다는 집착과 편견에서 벗어나야만 다툼의 근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 “잘못된 견해는 마음을 떠나서는 일어나지 않는데, 계율로 마음의 일어나는 온갖 잡스러운 것을 조복시키고, 항복에 의해 확장된 마음의 평안함을 느껴보라”고 말했다.

“잘못된 견해를 고집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의견과 주장을 가진 상대들과 화합을 도모하고 함께 수행함으로서 서로가 이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율장의 화합정신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기자=박재완 기자▶10월 1일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700여명의 대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화사 계율수행대법회 열덟번 째 장이 펼쳐졌다.




*승가는 화합중, 계율이 바탕이다.



“불교 교단인 승가는 화합중으로 의역합니다. 화합하는 무리, 화합하는 대중을 말하는데 승가가 화합하기 위해서는 계율을 받아 지키는 것이 선행조건입니다. ”

경성 스님은 “승가의 화합은 계율을 바탕으로 하며, 계율을 지키는 것에 의해 승가의 화합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승가는 부처님의 교법을 호지하고 널리 전법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믿음과 존경을 받아야 하며, 비난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250계, 348계, 500계 등의 계목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우리들의 의식을 차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계율은 규제가 목적이 아니다.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가는데 목적이 있다.
스님은 “계율의 실천을 통해서 출가수행자나 재가불자들은 항상 당당하고 편안하면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일상의 어떤 조건이나 환경에 보다 더 충실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율장 정신은 한마디로 작선지악(作善止惡)이다.



수행자가 계율을 지켜서 계학(戒學)을 성취하고 다시 계학을 중심으로 정학(定學)을 실습하고 이 정(定)에 의해 혜학(慧學)을 성취하는 것으로 불과(佛果)를 이루는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을 구현하기 위해 악을 그치고 적극적인 선을 실천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소승불교의 입장이다. 그리고 이를 기본으로 대승불교가 화했다

그래서 스님은 “율장정신을 한마디로 작선지악(선업을 짓고 악을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 화합 교단의 발전, 악행의 그침, 선업의 실천이다. 스님은 “악이 다하면 공이 되고, 선이 원만하고 충족이 될 때 덕이 된다"며, "계율은 공덕의 나침반"이라고 말했다.

작선은 내가 갖춰진 좋은 모습을 더욱 확장시켜 나의 과오를 차단하게 하고 선업의 실천을 더욱 확장시킨다. 지악은 이미 일어난 나쁜 생각 충동적인 동기 등을 뿌리 채 없애버리고 악행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자기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스님은 “악을 그친다는 의지가 능동적인 작선으로 승화되고, 이런 개별적인 실천 수행이 하나하나 모이고 쌓여 공동체화합에 큰 틀을 만들어 가게 된다.”고 말했다.

소승의 형식적인 계율에 반대하여 일어난 대승계도 소승계와 별도의 계목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삼취정계의 섭율의계는 소승계와 동일하며, 섭선법계와 섭중생계의 단계로 자비를 실현하는 계율로 확대되고 강조하는 것이 대승계의 사상이다.



*갈마



경성 스님은 “율장에 대한 모든 사항은 불교의 종합적인 회의 내용의 가장 중심에 있는 갈마 제도를 두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며,갈마제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갈마는 승가의 공식적인 회의 제도로 포살이나 자자 등 규칙적인 행사를 비롯해 새로운 결정 사항이나 쟁사 등이 발생했을 경우 구성원들의 의견을 확인하여 결정하기 위해 행하는 승가의 전통적인 의결 방식이다. 따라서 갈마는 승단의 화합을 토대로 하는 민주적인 운영회의제도라고 볼 수 있으며, 구성원 전체의 참여와 찬성을 전제로 진행된다.

갈마의 목적은 의결사항의 결정뿐 아니라, 범계자의 진정한 참회를 통해 대중의 화합으로 사면과 복권을 꾀하고, 중죄를 범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진행방법에 따라 갈마(의제에 관해 대중에게 찬부를 확인하는 것)를 거치지 않고 통보하기만 하는 단백갈마, 1회의 백(白, 회의의 주제인 의제를 그 장소에 참석한 비구들에게 큰 소리로 알리는 것)과 1회의 갈마설(의제에 관하여 참석한 비구들에게 찬부를 확인하는 말을 하는 것)로 이루어지는 백이갈마와 백을 한번 선언한 후에 3회에 걸쳐 갈마설을 읊는 백사갈마가 있는데, 단백갈마는 일상의 행사나 포살, 자자 등과 같이 결정적인 것으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는 경미한 내용등에 사용되며, 백사갈마는 수계의 작법이나 승잔죄에 대한 참회를 받을 때 등 승단의 중요행사에 거의 사용된다. 승단이 갈마를 하는 방식은 참례, 동의, 제출, 토의, 재결, 해산의 순서에 의한다. 참례는 전원 출석이 원칙이나 만약 병 등으로 참례할 수 없을 때는 결의에 이의가 없다는 승인을 해주어야 하며, 출석인원에 따라 심념법(1인), 대수법 (2~3인), 중승법(4인 이상)이 있다. 승단의 최소단위는 4인이므로 승단에서의 행사는 중승법이 정규이며, 20인이상의 갈마는 입단작법을 시작으로 중죄의 참회를 받거나 형을 용서하여 복권시키는 일 등 모든 행사를 거행할 수 있다.

스님은 갈마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번 백을 설한 후 두 번 세 번 갈마설을 묻는 백사갈마는 대상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는 화합을 중시하는 율장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범게자는 마땅히 스스로 고백하도록 하며, 반드시 죄의 경중에 따라 갈마를 통해 풀어주도록 했는데, 이는 갈마의 엄정함과 자엄(자애롭고 엄격)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계원법 -갈마의 현대적인 응용



스님은 조계종단이 새롭게 꾸려지면서 갈마의 현대적인 응용으로 호계제도를 소개했다.

호계원은 종단의 사법기관으로 7인의 호계위원이 활동하는 초심호계원과 호계원장을 비롯한 9인의 호계위원이 활동하는 재심호계원으로 구성돼 있다. 초심호계원에서는 호법부에서 제소한 징계에 관한 사항과 종무행정기관의 부당한 처분에 제소한 사항 등을 관장하고, 재심호계원에서는 초심호계원을 거쳐 재심에 상소한 사항 등을 심의한다.

스님은 “초심과 재심의 호계를 거치는 것은 호계위원 전체의 공정한 판단을 결의하기 위한 것으로 율장에서 명시하고 있는 백사갈마를 계승한 것”이며,“율장의 기본정신이 화합과 탁마수행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갈마와 호계의 목적도 “범계자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참회를 통해 대중의 지혜와 화합으로 사면과 복권을 꾀하기 위한 것이며, 중대한 범계를 미리 예방하고 경미한 범계를 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계위원의 자격요건을 법계 대덕 이상의 율장이나 청규법리에 밝은 비구로 제한한 것은 전체대중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갈마와는 상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사항에서 승가 전원이 참여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므로 승단의 최소단위인 4인이상의 중승법을 채택하면서 일당 백의 혜안을 갖춘 선지식으로 승가 대중을 대표하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성 스님의 마지막 결론은 “율장의 정신은 화합으로 대변된다”는 것이다.
"화합은 배려와 이해심에서 출발하고, 갈마의 정신또한 화합을 원칙으로 이루어지며, 화합을 이룩하는 근본 요소는 범계자를 향한 배려와 이해심이다. 또, 승가의 이런 전통을 계승한 호계제도 또한 호계원 전체의 화합으로 심사가 이뤄지며, 초심과 재심의 단계를 거쳐 피호계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을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도 종합 설명했다.

스님은 “율장 정신에 담겨 있는 배려와 이해의 마음으로 실천한다면 모든 대립과 반목을 물리치고 화합을 도모할 수 있으며, 전체 성숙과 발전을 맞아 화합의 극치인 화엄의 세계를 이룰것”이라고 말했다.

(논찬- 송광사 율원장 지현스님)
이날 논찬에 나선 송광사 율원장 지현 스님은 “수행자가 수행을 잘하고 전법륜하는 포교사가 포교를 잘하기 위해 종무행정이 필요하고 종무행정을 원할히 수행하기 위해 종헌종법도 필요할 것”이라며, “양심적인 수행자가 바른 견해로 수행에만 전념한다면 법이 필요 없겠지만 다소 부족한 수행자끼리의 모임이라도 자주 모여서 부처님의 경율에 의지하여 토론하고 공부하다보면 점점 바람직한 승가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찬 동국대 김호성 교수)
김호성 교수는 교단의 화합을 위해 율장의 정신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스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나 호계원 제도가 심리 횟수를 두 번 세 번 거듭한다는 것만으로 호게원이 갈마의 현대적인 응용 계승리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달았다. 율장에서의 갈마는 정치적 성격을 그다지 갖지 않는 종교적 의례였지만 현재 호계원에서는 교단의 정치적 행정적 힘을 둘러싸고 일어난 분규 같은 범계 행위를 다루게 될 때 그 심판, 갈마 자체가 정치적 성격을 갖는 사법적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배지선 기자 | jjsunshine@hanmail.net
2005-10-03 오후 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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