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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올해 불교에 갓 입문한 김난수씨(56ㆍ청주 율량동). 선(禪) 수행은 하고 싶은데, 시작하기도 전에 겁부터 먹었다. 주야장창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불자들의 모습에서 아연실색했기 때문. 선방에 흐르는 침묵은 김씨의 답답함을 키웠고, 도대체 염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도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간화선은 어렵지? 그럼, 염불선 수행을 해봐!” 순간 귀가 솔깃했다. ‘염불선? 이게 뭐야!’
9월 10일, 염불선 수행의 ‘ㄱㄴㄷ’을 알기 위해서 재가불자들이 충북 청원 혜은사에 모였다. 서울 대전 청주 등지에서 온 5명의 불자들이 염불선 수행을 20년 넘게 지도하는 덕산 스님을 만나 궁금증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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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로 생각 이전의 자리 확인하는 선법(禪法)
혜은사에서 <금강경오가해> 강의를 듣고 있는 김광문(56ㆍ청주 봉명동)씨. 2년 전 아내와 사별한 김 씨는 아내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지장보살’의 명호를 외웠다. 하지만 김씨는 염불을 하면 할수록 무언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아내가 서방극락정토에 환생하기를 바랐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미타 부처님에게 무작정 매달리는 허약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러다 ‘생각 이전의 마음자리를 여의지 말고 염불하라’는 염불선 수행을 알게 되면서 눈이 번쩍 뜨였어요. 그러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염불과 염불선의 차이는 무얼까, 그간 내가 해온 염불수행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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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스님의 조언이 이어졌다.
“잘못되지 않았어요. 먼저 염불과 염불선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려야겠군요. 염불은 아미타불이나 석가모니불 등의 형상에 마음을 두는 수행법이에요. 선은 생각 이전의 그 자리, 즉 우주의 진여 당체를 확인하는 수행이죠. 달리 말하면 선과 염불의 차이점은 ‘본말(本末)’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어요. 본래 주인공 자리인 진여(眞如), 생각 이전의 자리를 마음에 두고 염불할 때 선이요, 상(相)을 두고 하면 염불이 되요.”
김씨가 다시 염불선이 재가자들에게 좋은 점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염불선은 재가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요. 염불 그 자체는 맑은 에너지의 파동이기에 우리 몸에 맑은 에너지를 발현시키죠. 이 에너지는 과거로부터 익혀온 탁한 업을 녹입니다. 그 맑은 파동이 바로 자비광명이에요. 염불선 수행을 하는 순간순간에 자비광명이 발현되죠. 그 기운이 일상으로 연결되면, 가정과 사회가 맑고 밝게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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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가 근본 진여당체 자리
지난 98년부터 새벽마다 염불선 수행을 해온 이수동(44ㆍ서울 성북구 석관2동)씨가 질문을 이어 받았다.
“염불선 수행을 하니 몸과 의식이 명료해져 한없이 가벼워짐을 경험했죠. 정신은 또렷해지고 자신의 장ㆍ단점을 훤히 알게 됐지요. 그 뿐인가요? 인간관계는 물론 세상사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얽혀있음을 깨닫게 됐죠. 염불선 수행에는 임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연기법을 비롯해 삼법인(三法印)의 이해가 필수이에요. 특히 제법무아(諸法無我)의 도리를 바로 알아야 해요. 이 가르침은 ‘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나’라고 지칭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뜻이에요. 바로 무아의 가르침이 공(空), 불성(佛性), 진여(眞如), 법성(法性), 주인공 자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한 마디로 ‘마음’이라 하는 거죠. 염불선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무아가 곧 우주의 근본 진여당체 자리임을 깨닫고 이 자리와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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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부터 염불선 수행을 해왔다는 이향순(47ㆍ청원군 남일면 고운리)씨가 “진여당체란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진여는 공 무아 불성 등으로 다양하게 말할 수 있어요. 진여를 문자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중생 근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을 쓰는 거죠. 진여 당체는 우리들의 본래 면목이에요. 우리는 순간순간 몸의 기관을 통해 밖의 경계들과 접촉하죠. 그러면서 분별심을 일으키고 번뇌를 만들어내죠. 여기서 진여 당체는 바깥 경계와 접촉이 일으키기 이전의 자리이에요. 이것이 우리들의 주인공이고 청정한 불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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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외야 번뇌 끼어들 틈이 없어
염불선 수행을 1년째 해온 진순자(54ㆍ대전시 중구 대사동)씨가 그간 염불선 수행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호흡법이 서툴러 몸에 열이 나 고생한 사연, 염불하면서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착각을 경험한 이야기 등이었다.
“사실 염불선 수행은 쉽지가 않아요. 진여당체에 마음을 두고 정진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초심자들은 조급한 마음으로 한두 번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등의 명호를 그대로 길게 외면, 틈이 생기죠. 깊은 삼매체험을 못하게 되는 거죠. 가령 금방 코 뚫은 소를 곧장 농사일에 쓸 수는 없지요. 처음엔 이리 저리 날 뛰죠.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알아서 주인의 말에 따라 움직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바깥 경계에 끄달려 마음을 써왔어요. 그 마음으로 염불선 수행을 한다고 해서, 바로 염불선 수행의 경지에 곧장 들어가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본래부처’를 의심하지 말고, 계속 정진하는 것이 중요해요.”
김광문씨가 일상 속에서의 구체적인 염불선 수행법에 대해 물었다.
“예를 들어 잠 잘 때는 아주 편안 자세에서 눈을 지그시 감으세요. 생각 이전의 자리가 본래 주인공 자리임을 알고, 내마음에 본래 갖추고 있는 불보살의 명호를 처음에는 10분씩 빠른 속도로 외세요. 다만 수월한 방법으로 알려드리면, 우선 명호를 줄이세요. 가령 관세음보살은 ‘관음’, 아미타불은 ‘아미타’로 외세요. 또 관세음보살을 욀 때는 ‘관음! 관음!’이라고 소리만 내지 말고, 마음에 아주 빠른 속도로 부르세요. 그러면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게 돼요. 그러다보면 스스로 번뇌가 끊어짐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로 그 순간에 ‘수행이 이런 거구나’를 알게 되죠.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스스로 법미(法味)를 맛볼 수 있게 돼 수행의 큰 힘을 얻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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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덕산 스님은
덕산 스님은 청화 스님(2003년 입적)의 염불선 수행 전통을 잇고 있는 차세대 염불선 수행 지도자다. 1985년부터 염불선 수행을 시작한 스님은 87년 청화 스님으로부터 염불선 수행법을 배운 후, 99년 8월부터 3천일 ‘관세음보살 고성(高聲)염불’ 용맹정진을 회향하기도 했다.
82년 월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덕산 스님은 이후 염불선 수행의 대중화를 위해 89년 충북 청원 혜은사를 중수, 염불선 정진도량으로 자리매김 시키고 있다. (043)297-5115. www.hyeunsa.or.kr
▥【박스】염불선 수행 포인트는?
‘염불하는 이 놈이 누구인가(念佛者是誰)?’ 염불선의 화두다. ‘아미타불’을 일념으로 외면, 무념(無念)의 경지에서 ‘내가 부처(自性彌陀)’임을 알게 하는 염불선 수행법의 핵심이다. 염불선 수행할 때 주의할 점은 상기병이다. 가령 누워서 눈을 감고 염불을 빠르게 욀 때, 염불소리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 곧장 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이 나고 어지럼증세도 생기며, 심지어 구역질까지 하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평생 동안 수행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상기병이 생기면, 먼저 찬물을 마셔 열을 식히고 단전호흡 등을 통해 기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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