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청소년 포교가 열악한 상황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9월 10일 서울ㆍ경기지부 파라미타청소년협회 단원들이 봉은사 보우당에서 연합법회를 연 것이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를 위해 서울ㆍ경기 전역 7개 종립고등학교(동대부속중ㆍ고, 동대부속여중ㆍ여고, 의정부 광동중ㆍ고와 남양주 광동고) 불자 학생 및 각 사찰학생회 학생 불자들 27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삼귀의, 반야심경을 봉독한 뒤 청소년들의 힘든 수험생활을 위로하는 서울지부장 원혜 스님(봉은사 주지)의 법문이 이어졌다. 뒤이어 파라미타 연합법회만의 특별 이벤트, 교리퀴즈 시간이 다가왔다.
| ||||
【본문】
“문제를 잘 들으시고, 10초 안에 O, X를 선택해 주세요. ‘연꽃은 불교의 상징화이다.’ 맞으면 법당 오른쪽, 틀리면 법당 왼쪽에 서십시오.”
사회를 맡은 이수민(동대부여고 2ㆍ파라미타 서울지부학생총회장)양이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와아~”라는 함성과 함께 270여명의 학생들이 법당 왼편과 오른편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우당탕탕, 정신없다. 정작 문제를 맞히는 것보다도, 친구들과 이리저리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게 더 즐거운 눈치다. 답이 뻔히 보이는 질문에도 일부러 움직이지 않고 X쪽에 서 있는 학생들도 몇 보인다. 친구들이 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쪽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깝게 “얼른 이리와~ 이리와~!”라고 소리치지만 소용없다. “왜 일부러 틀린 답 쪽에 서 있었어요?”라고 질문하자 첫 번째 청개구리 탈락자 이보희(광동고 1학년)양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 싫어서요”라고 대답했다.
| ||||
시간이 지날수록 퀴즈 생존자는 줄어들었다.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학생들 중에는 동대부여중 1학년생인 정혜수, 이보미, 이연진 양도 있었다. 언니, 오빠들이 모두 탈락하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정답을 맞춰가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퀴즈대회가 있다고 해서, 검색사이트에서 불교관련 지식을 훑어보는 등의 특별공부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모두 같은 반 친구라는 세 아이들은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고 “다같이 1등 하자!”라고 외쳤다.
그러나 상황은 왕중왕을 가리기 위한 퀴즈대회 2회전이 시작되면서 급변했다. 여태까지 O, X로 진행되던 것과는 달리, 이번부터는 사지선다형 질문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 게다가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에게만 답변의 기회가 주어진다. 만약 살아남은 10명 중에서 정답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뒤쪽에 앉은 탈락자들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탈락자에게는 패자부활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탈락자가 속출할수록 뒤에 가서 앉는 관중들은 늘어나고, 분위기도 진지해져갔다. 소속학교 출신 학생이 한 문제를 맞힐 때마다 뒤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광동여고 잘해라!” “동대부중! 동대부중 파이팅!” “지지마라, 동대부여고!”
| ||||
“다음 중 통도사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1. 통도사는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2. 통도사에는 탑이 없다. 3. 통도사는 선덕여왕 때 창건됐다. 4. 통도사에는 대웅전이 있다.” 생각보다 어려운 난이도의 질문에, 아이들이 대답을 못하자 뒤에서 구경하던 탈락자 사이에서 여기저기 손이 올라왔다. “저요!” “여기요” “2번이요!” 엉뚱한 대답을 하며 즐거워하는 관중도 있다. 그 중에서 광동여고 교복을 입고 손을 꼭 잡고 있던 두 소녀가 문제를 맞히고 뛰어나왔다. 이날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온 유일한 생존자들이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부처님 십대제자 중 반야심경에 나오는 인물’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사리자”라고 답변한 이준형(동대부중 2) 군이 1등을 차지했다. 이 군은 “모를 때는 뒤에서 친구들이 알려주기도 했다”며 “사실은 친구들이 더 잘 아는데 한마음으로 나를 응원해주었다. 내가 아니라 동대부중 불교학생회가 상을 탄 것”이라고 대답했다.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난 이후 승승장구하며 2등에 오른 장미현(광동여고 2)양은 “종립학교에 들어와서 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알게 모르게 주워들은 상식이 많았나보다”라고 쑥스러워했다.
퀴즈대회로 후끈 달아오른 열기는 ‘가장 이쁜 여학우’ ‘가장 잘생긴 남학우’가 나와서 장기자랑을 펼치는 장기 콘테스트, 비트박스 공연, 춤 대결 등으로 이어지며 더욱 고조됐다. 교복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감각적인 ‘통아저씨’ 춤을 춰 타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우용(의정부 광동고 1)군은 “이렇게 타학교에서 활동하는 파라미타 학생들을 만나니까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더욱 좋다”며 “원래는 불교에 관심이 없고, 그냥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 회원 수가 많은 불교학생회에 들어왔는데, 어느새 불교 자체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연합법회는 책을 통해 불교지식을 습득하는 자리가 아니라, 도반과 서로 어울리고 몸으로 불교를 체험하는 자리였다. 이 날 약 3시간 여 동안 즐겁게 어울렸던 학생 불자들은 수능이 끝난 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 ||||
【박스】
■파라미타 서울ㆍ경기지부 연합법회는…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서울지부가 한 학기에 두 번씩 여는 연합법회는 불자 청소년의 ‘만남의 광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울ㆍ경기지역 청소년 포교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수 대비 청소년 불자 숫자가 가장 적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연합법회는 학교 울타리를 떠난 곳에서 이뤄지는 또래 포교의 가장 큰 무대다.
동대부여중 권진영 교법사(교법사단 사무총장)는 “연합법회가 각 종립학교만의 고유색깔을 공유하는 정보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각 학교 불교학생회는 저마다의 전통과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타 학교에 알려지면서 서로 영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또 종립 중학교를 졸업해 타 국공립 고등학교에 진학한 파라미타 학생회 출신 청소년 불자들이 계속해서 법회에 참가하고 또래 불자들을 만날 수 있는 ‘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일신여상과 대원여고, 이대부속 디지털고 등에 재학 중인 종립중학교 출신 학생 20여 명이 후배를 만나기 위해 법회에 참석했다.
10월 23일에는 ‘제1회 서울ㆍ경기지부 연합체육대회’도 열린다. 종립학교 간 단체 대항전, 풍물놀이, 합동경기 등을 통해 또 한 번 불자 청소년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려는 계획이다. 권 교법사는 “파라미타는 현재 전국적으로 26개의 지부, 지회가 개설돼있다”며 “이들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라도 각 지부의 연합법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