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공부 분위기, 철저한 실참과 점검 등이 수행 가풍
화두 받기 前 3천배 회향, 의문 생기면 108배 후 지도 점검 받아
출ㆍ재가 한 도량에서 정진…서로 경책 수행열기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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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등시민선원 조실 대원 스님이 묻자, 대중들의 답이 없다.
“입을 열어야 옳은가, 입 닫고 있어야 옳은가? 그럼 어떻게 하면 옳은가? 혀뿌리는 밖으로 나온 일이 없습니다. 이 말만 바로 알아들으면, 이 사람은 공부에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입니다.”
# 물어라, 답 해주리라
9월 9일 오후 8시 공주 학림사 오등시민선원. 20여 재가선객들의 50분 좌선이 끝나자, 곧장 조실 대원 스님의 화두참구 점검이 이어진다.
오등시민선원 운영위원장 김일수(48ㆍ대전 삼천동) 거사가 첫 질문을 던진다.
“정(情)을 버리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은 중생심입니다. 정이란 자체는 좋을 때는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고(苦)를 낳습니다. 정을 여의고 공부해야 순수한 자비심이 나옵니다. 자비심이 모든 사람을 조건 없이 행복하게 해주지요. 그래서 정을 버리고 자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엔 새벽부터 기차타고 올라온 이달연(68ㆍ대구 수성구 만천동) 보살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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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는다는 것은 자기 견해를 달라지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시야를 넓혔다 좁혔다 하는 것과 같지요. 경계를 자주 뒤집어야 세계를 보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그러려면 화두만 들고 앞만 보고 가세요.”
조실스님과 재가선객의 문답은 밤 10시까지 계속 된다. 적당히 두리 뭉실 넘어갈 법도 하지만, 대원 스님은 재가자들의 마음공부 상태를 철저히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 경책도 마찬가지다. 참선정진 중에는 대중 전체가 불 뿜는 장군죽비를 피해갈 수 없다. 졸든 졸지 않든 수행자의 어깨를 어김없이 두들긴다. 조는 사람은 수마(睡魔)에서 벗어나게 하고, 졸지 않는 사람은 망상 떨지 말고 화두를 들게 하기 위해서다.
# ‘마음의 소화능력(?)’ 큰 재가선객들
그럼 오등시민선원에서 수행해온 재가선객들은 어떤 자기변화를 경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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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매일 새벽 3시에 오등시민선원으로 첫 출근(?)을 하는 박현숙(41ㆍ대전 어운동) 보살도 마찬가지다.
“선 수행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로 보게 하는 것은 물론 내 마음을 스스로 돌이켜 볼 수 있게 했어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가 바로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떠드는 학생들에게 ‘조용하라’고만 소리쳤지, 정작 제 마음이 한없이 시끄러웠던 것을 몰랐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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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 잘 내고,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참선정진으로 깨닫고 있는 재가선객들. 이들은 “잘못 낸 한 생각이 질투 시기 음모 등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늘 생활 속에서 이를 경계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출ㆍ재가 함께 정진하는 도량
학림사에는 ‘상선(上禪)’과 ‘하선(下禪)’이 있다. 상선은 출가자의 수행처이고, 하선은 재가자들의 정진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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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개원한 오등시민선원의 수행열기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철저히 간화선 화두를 가지고 공부해 자신의 무명심을 타파하고 본래면목을 되찾게 한다’는 대원 스님의 발원이 오롯이 선원 가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원 스님의 공부점검은 수시로 빈틈없이 이뤄진다. 먼저 화두가 없는 사람은 3천배를 회향한 다음에 화두를 받게 하고, 화두가 있는 사람은 108배를 하게 한 다음 공부점검을 해준다. 어느 정도 공부가 무르익은 사람은 평소에 의심나면 절을 생략하고 바로 점검해준다. 보름 단위로는 전체 대중의 공부를 일괄적으로 점검하기도 한다. 방식은 1:1. 시민선원 50여명, 출가자 10여 명이 대원 스님에게 공부점검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이 같은 철저한 공부점검은 오등시민선원을 이 지역 최고의 재가참선도량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특히 출가자, 결제 입방 대중, 단기 입방 재가자, 출퇴근 시민 대중이 함께 공부하는 자유로운 공부 분위기는 오등시민선원만의 특징이다. 또 선에 안목을 키우기 위해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열리는 대원 스님의 <금강경오가해>는 재가선객들에게 공부하는 법을 일러주고 있다. (042)825-6505 www.odzen.or.kr
▤ 대원 스님에 말하는 재가자를 위한 선수행법 조언
옹졸한 마음 벗고 선 수행으로 ‘마음의 소화능력’을 키워야
공부 할 때 공부, 일할 때 일하면, 화두일념을 자동적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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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림사 조실 대원 스님은 ‘화두일념이 현실생활 속에서도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되면, 반대 방향에 서있는 모든 것이 없어지고 본래 면목자리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를 위해 재가자들이 가정과 직장생활 등에 충실하되 남아도는 공백시간을 100%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재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근본적인 마음 하나를 잘 단속하는데 공백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직분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바로 속세에서의 부처입니다. 모든 경계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소화능력’이 커졌기 때문이지요. 보고 판단하는 지혜도 커진 거죠. 화두는 모든 번뇌 망상을 녹이는 용광로입니다. 모든 잡념이 이 화두 속에 녹아들죠. 화두 하나만 철저하게 몰아붙이면 돼요.”
특히 스님은 출ㆍ재가자들이 ‘본래 마음이 청정해 무엇을 닦을 것인가, 그것은 망상’이라 단언하는 자만심을 경계하라고 당부한다. ‘닦을 것이 없다’는 말에 집착해서 오히려 수행에 방만해지고, 의식이 혼탁해진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입니다. 해오선(解悟禪:알음알이로 이해하는 선)이나 앵무새 선에 빠지는 선수행을 하면 안 됩니다. 공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부득이 강조된 것이 점수(漸修)인 만큼 재가자들은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 동안 화두를 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관련 링크 : 부다피아 수행법 메뉴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