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단계, 절차별로 제시…수행의 진척도와 방향성, 자기 점검 가능
‘발심자→초심자→중참자→구참자’ 등 수행력에 따라 4가지 차제법(순서) 일러줘
‘바른 스승 만나 정법 받는가’, <도차제론> 수행의 관건
‘차ㆍ소금ㆍ밀가루ㆍ쌀 등을 서로 섞어 한 봉지 안에 넣어 사용할 것인가, 따로따로 나눠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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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차제법’을 강조하는 티베트 수행법이 최근 달라이 라마 관련 서적 발간 붐과 함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前 부산 광성사 주지 초펠 스님이 편역해 낸 <람림-티베트 스승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묻는다면>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럼 티베트 수행의 특징은 무엇일까. ‘마음공부에는 월반(越班)이 없다’고 강조하는 <대보리도차제론>을 통해 알아본다.
▤ <대보리도차제론>은 어떤 책?
티베트 불교의 중흥조 쫑까빠(Tsong-kha-pa, 1357~1419) 스님이 저술한 밀교 논서(論書)다. 집필의 기초는 1천년 전, 인도의 대학자였던 스승 아띠샤(Atisha, 982~1054)가 지은 <보리도등론>으로 했다. 논서의 이름을 쉽게 풀어보면, ‘8만4천대장경의 핵심을 빠짐없이 갖춰 선근(善根)을 갖춘 이가 보리(菩提)를 이루기 위해 대승의 길을 실천하는 올바른 순서’란 뜻이다. 즉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과 순서(차제)를 일러주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때문에 <대보리도차제론, 이하 차제론>의 ‘성불이란 집을 짓기 위한 세부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6백년 넘게 이 논서는 티베트 수행자들에게 수행의 단계를 충실히 일러주는 지침서 역할을 해왔기에 기본 필독서로 애송돼왔다.
인도 델리대에서 아띠샤의 <보리도등론>을 전공한 수각 정사(위덕대 불교학과 교수)는 “쫑까빠의 ‘차제론’은 당시 소승, 바라밀승(波羅蜜乘, 현교), 비밀진언승(秘密眞言乘, 금강승 또는 밀교)의 가르침을 상보적인 관계로 파악해 아우름으로써 기존 3승의 가르침이 상호배타적이라는 시각을 극복했다”며 “이런 성격은 티베트 불교수행의 중요한 흐름과 모델로 자리 잡게 돼 오늘날에 수행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 ‘깨달음으로 가는 올바른 순서’ 일러줘
<차제론>이 이처럼 티베트 수행의 나침반으로 여겨지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국내 최초로 티베트어 원본 <차제론>을 한글로 번역한 초펠 스님은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수행법을 4단계로 세분화해 너무도 자상하게 설명해주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차제론>에 따르면, ‘발심자→초심자→중참자→구참자’ 등 수행력에 따라 4가지 차제법(순서)을 일러주고 있다. 특히 발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침을 들어야 하는지, 스승에게 의지해서 마음을 어떻게 닦아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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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를 위한 수행체계에서는 죽음에 대한 사유,행복과 고통 관상법, 불법에 입문해 귀의하는 법, 인과에 대한 온전한 신심을 내는 법 등이 담겨 있다. 인과법의 경우 △인과를 전체적ㆍ세부적으로 사유하는 법 △인과의 실천법 등이 소개돼있다.
가령 인과의 실천법에서는 ‘참회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일러주고 있다. 즉 아주 작은 선행이든 악행이든 이를 잘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회를 ‘치료제의 힘’으로 비유하고 있다. 자기가 쌓아온 죄를 알고 사무치게 후회하는 힘, 죄를 다시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힘, 참회할 대상을 아는 힘 등이 구체적인 행법이다.
초펠 스님은 “‘차제론’은 수행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수행해 나갈지에 대해 상세히 가르쳐주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중ㆍ구참자에게는 사성제와 삼법인, 육바라밀 등 대승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관상법을 통해 깨닫게 된다”고 강조한다.
티베트 불교를 전공한 정성준 동국대 강사도 “‘차제론’은 대승불교의 모든 경전과 논서를 총망라한 티베트 불교 수행에 기본 수행서가 된다”며 “궁극의 최종점인 깨달음에 가기 위한 구체적인 길과 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수행자들에게 의미가 각별하다”고 말한다.
▤‘바른 스승 만나 정법 받는가’, <도차제론> 수행 관건
여법한 <차제론> 수행의 관건은 바로 ‘얼마나 바른 스승을 만나 정법을 전수받느냐’에 있다. 이 같은 정서는 티베트불교에 있어 바른 스승에 대한 동경에서 유래된다. 또 9~10세기의 ‘불법의 암흑기’ 동안 인도에서 유입된 삿된 스승들의 폐해에 대한 처절한 반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때문에 <차제론>에서는 ‘도의 근원이 되는 근본 스승을 의지하는 법’을 강조한다. 관상하거나 공부하기 전에 수행처를 어떻게 청소할 것인가에서부터 공양물을 올리는 법, 업장소멸법(절하기, 참회, 법문 청하기)에 이르기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스승을 찾는 방법에서는 ‘믿음의 뿌리를 닦을 것’과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고 존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수각 정사는 “훌륭한 스승의 강조는 ‘뜬구름 잡기식’의 막연한 공부에서 탈피해 바른 스승을 통해 매뉴얼화 된 수행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갈 수 있게 하는데 그 까닭이 있다”며 “이를 통해 수행과정 속에서 현혹되기 쉬운 자기기만의 함정에서 비껴갈 수 있고 자기의 수행근기와 현 단계를 자기 진단할 수 있어 신심과 정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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