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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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천일 기도 회향한 박관섭·이채란 부부


부모은중탑 앞에서 기도하는 박관섭 이채림 부부
1만5천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는 기도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박관섭(89·효천) 이채란(88·관음성) 부부. 그들은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작불사를 9월 4일 남양주 봉선사에서 500여 불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향했다.

“뭘 바라고 기도한 것이 아니에요. 부처님 가르침이 좋아 그대로 따르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도를 했을 뿐이지요.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늘 기도하는 생활인데 어찌 시작이 있고 끝이 있을 수 있겠어요.”

41년 25일간의 기도를 회향하고도 노부부는 끝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해 왔던 대로, 육신의 짐을 털어내는 날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기도처는 다름 아닌 반평생을 살아온 그들의 집이었다. 노부부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뜨락에 우뚝 서있고 한강이 지척인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높은 터에 40여년전 집을 짓고 기도를 시작했었다.

기도에 입제한 뒤 서재에 불단을, 뜨락에는 부모은중탑과 쌍사자석등을 모셨다. 독립운동을 지원하다가 일본헌병에 붙잡혀 고문으로 4개월 새 차례로 유명을 달리한 증조부와 조부, 아버지,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형님, 장조카의 명복을 빌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명분은 여읜지 이미 오래다. 바라는 바 없이 조석으로 기도를 올리고 경전을 독송할 뿐.

노부부가 예불로 올리는 조석기도는 여느 예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불문도 없고, 반야심경도 없다. 부모은중탑 앞에서 초를 켜고 향을 올린 뒤 <법화경> ‘다라니편 제26’과 ‘관세음보살권발품 제28’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다시 불단으로 자리를 옮겨 30여분을 경전 독송으로 마무리한다.

박관섭 옹의 불교와의 인연은 경성고보 재학시절 탐독했던 춘원 이광수의 글에서 비롯됐다. 불교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춘원의 문집을 접하고 부처님을 집안에 모시게 된 것. 이후 춘원의 육촌 동생인 운허 스님을 찾아 봉선사를 들락거렸다. 불단과 탑, 석등을 점안해 준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과의 인연도 그 과정에서 맺어졌다. 따로 불교를 배운 적이 없다. 평생의 도반인 경전을 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을 뿐이다.

“춘원의 글 속에서 불교의 심오한 오의가 느낌으로 전해졌어요. 그래서 경전을 접하게 됐고, 경전을 평생의 벗으로 삼게 됐습니다. 일생을 통틀어 춘원의 글에서 최고의 행복을 만난거지요.”
박봉영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5-09-08 오전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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