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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흩뿌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작된 둘째날. 피곤함을 뒤로 하고 새벽 예불과 숲길 걷기, 발우공양, 울력을 마쳤다.
아버지와 함께 온 이진수(20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발우공양이 어렵진 않다”며 “음식도 입에 잘 맞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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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알고 무아를 배우다!
오전 9시부터 마가 스님의 지도로 ‘감사 명상’이 시작됐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들을 100가지씩 적어본다. 나의 뿌리와 줄기, 가지가 되어 준 존재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친구들….
작은 종이 하나에 셀 수 없는 존재들이 가득 찼다. 하나의 그물, 인드라망이 만들어졌다.
이예지(22 ·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씨는 “이렇게 그림을 그려보니 어느 것 하나 나와 관련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힌다. 이소진(21 · 전북 전주시 중앙동)씨도 “이 그림을 보면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정작 나는 이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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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숨겨져 있는 사회진출의 장애요소는 무엇일까?
감사 명상에 이어 자신의 어떤 요소가 사회진출을 어렵게 하는지, 그리고 그 장애요소는 어떻게 하면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참가자들은 답을 찾기 위해 잠시 마곡사 경내로 흩어졌다. 의자에도 앉아 보고 극락교 다리 위에 서서 생각도 해보지만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도 평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를 적었다.
김대호(26 · 대구시 달서구 두륜동)씨는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로 자신의 문제라고 밝힌다. 장재혁(27 ·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씨도 과감하게 일을 추진해나가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밝혔다.
마가 스님은 “어느 누구에게나 장애요소는 있다”라면서도 “자신을 감추려하지 말고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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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맨발로 태화산에 올라 물소리, 새소리에 마음과 몸을 맡겼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죽음 명상’을 진행한다. 먼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10가지를 적는다. 그리고 그 중 3가지를 버리고 다시 4가지, 2가지를 버린다. 마지막 남은 한 가지를 발우에 모은다.
이어서 유서를 쓴다. 10분 후에 자신이 죽는 것을 가정하고 쓰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이웃에 대한 생각에 펜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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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유서를 읽어 내려간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짧게 정리한 유서를 극락교위에서 날려 보내고 마음을 다잡았다. 주위 모든 것들이 고맙기만 느껴진다.
그리고 다 같이 외쳐본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죽음이 눈 앞에 다가와도 두렵지 않다. 바로 청춘이기 때문이다. 야식으로 먹는 수박과 멜론만큼이나 달콤한 청춘. 이렇게 둘째날 밤도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