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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불교계는 어린이ㆍ청소년 불자 층의 감소로 인해 불교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어린이가 없는 한국불교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의 마당은 좀처럼 넓어지지 않는다. 어린이ㆍ청소년 포교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청소년 포교,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회장 지현)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5년 9월 현재 어린이 법회를 열고 있는 조계종 사찰은 1389곳 중 290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는 1만여 명에 불과하다. 청소년 법회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회장 원택) 조한곤 과장은 “서울 지역에만 300여 개가 넘는 사찰이 있는데 그 중 청소년 법회를 여는 곳은 10분의 1도 안된다”며 “파라미타가 지원하는 사찰학생회 역시 20여 개 안팎”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린이ㆍ청소년 포교가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전문 인력과 제대로 된 프로그램의 부재, 달라진 청소년 문화를 수용하지 못한 채 낡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포교방식, 물질적인 지원의 미비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지도자들은 국내의 독특한 입시전쟁도 포교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스님과 재가자들이 바라보는 청소년 포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며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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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포교, 마인드가 중요하다
사실 어린이ㆍ청소년 법회는 끊임없이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분야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찰은 어린이ㆍ청소년 법회 열기를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사찰은 은근하고도 꾸준한 포교기법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포교에 성공한 사찰은 주지 스님의 포교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해당 사찰이 위치한 지역에서 효과적인 포교 방법을 꾸준히 개발해 내는 ‘끈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전국에서도 불교세가 가장 약하다는 충청남도 지역에서 보령청소년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세원사 주지 정운 스님은 “스님과 청소년 지도자가 강한 원력만 세우면 청소년 포교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현재 보령시는 불교계에서 어린이ㆍ청소년 포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 중 하나다.
세원사를 창건하던 1989년, 보령시 주민은 약2000세대에 불과했고 중ㆍ고등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법회에 올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청소년 포교를 하기에는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스님은 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보령지부를 설립하고 시내에 ‘청소년 자원봉사센터’ 사무실을 냈다. 1995년 개소한 청소년자원봉사센터의 활발한 활동을 바탕으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청소년상담센터 등을 열어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천천히 바꿔나갔다. 이렇게 세원사는 충남지역 청소년 포교의 거점 사찰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올해 4월 7일에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22억 원을 지원받아 보령시 청소년 문화의 집도 열었다.
정운 스님은 “사찰 재정이 어려운 곳은 청교련이나 파라미타 등의 청소년 단체에 반드시 가입해 행사보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귀 뜸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포교에 원력을 세운 스님이라면 청소년 지도사나 청소년 상담사 등 공인된 자격을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거창 정토사(주지 수현)의 경우 어린이 법회를 연 이후부터 오히려 전체 신도수가 늘어났다. 농촌인구가 대폭 줄어들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요법회조차 열지 못하는 주변사찰들의 정황과 비교해보면 이는 이례적이다. 정토사는 20년 전부터 어린이 포교에 매진, 현재도 스님들이 봉고차를 일일이 운전해 아이들을 실어 나른다. 이러한 열성적인 법회 운영과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지금은 부모들까지도 사찰 신도가 되고 있다. 교회 여름성경학교에 가는 어린이 숫자보다 정토사 여름불교학교 인원이 더 많을 정도이다.
주지 수현 스님은 “농촌에서는 사찰이 운행하는 봉고가 꼭 있어야 포교가 가능하다”며 “정토사 스님 5명은 모두 1종 면허를 소지하고 있어, ‘법회에 오고자하는 어린이가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간다’는 심정으로 포교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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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요원 양성에 나서야
청소년 포교영역에서 지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지도자와 청소년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포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절한 불자 청소년 지도자를 양성할 만한 기관은 많지 않다. 청소년 포교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단체로는 1966년 설립된 청교련과 1996년 설립된 파라미타가 있다. 이밖에 ‘전국교법사단’과 소수의 청소년 복지시설 담당자, 각 사찰의 불교학생회가 포교를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도 지난 수 년 간 예산 및 관심 부족으로 지속적인 지도자 교육 연수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종단이 앞장서 지도자 교육이나 제도적인 지원 틀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조계종은 그간 종단차원에서 청소년 포교를 담당할 지도자 육성을 위한 연수나 교육훈련을 한 예가 없었다. 이웃 종교인 원불교 교단이 중앙총부 교정원(중앙집행기관) 교화훈련부 내에 청소년국을 두고 매년 여름 청소년 지도자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소년 포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포교원의 중장기 계획은 물론 연간업무의 예산편성에 청소년 지도자 교육을 포함시켜, 지속적으로 청소년 지도자를 육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출가자는 의무적으로 청소년 포교 실습을 하도록 규정하는 등의 청소년지도자 양성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도봉중학교 이경석 교감은 “종단은 파라미타청소년협회가 청소년지도자 연수를 담당하도록 업무를 분장했으나, 이는 예산과 관심의 부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운용되지 못했다”며 “포교원 업무의 한 영역으로 청소년 지도자 교육을 제도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감은 또 “종단 내 수 많은 청소년 포교단체들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청소년 지도자 육성위원회나 관계자 협의회를 구성ㆍ운영해 지원자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종립학교 내에 청소년학과를 개설해 청소년 지도자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명지대나 극동대와 같은 기독교와 천주교 계열 학교들은 이미 종교성을 내세운 사회복지학부를 만들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불교계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 내에는 청소년학과가 없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법산 스님은 “사회학과를 사회복지학과로 개편해 수도권에 필요한 사회복지사와 청소년복지사를 양성하고, 사회체육학과를 증원해 청소년체육지도학을 전공한 청소년 지도자를 양성하는 등 종립대학을 적절히 활용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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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다양화로 승부하라
‘N(Network, Next, New type)세대’를 대상으로 포교를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포교 전략프로그램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부산 금화사(주지 대안) 어린이 법회의 경우에는 한 달에 두 번은 PC방에서 포교활동을 할 뿐 아니라 찜질방 수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법당에서만 교육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이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을 위해 법회를 줄이고, 대신 참선 교육이나 영어법회, 청소년 상담 등을 통해 접근을 꾀하는 사찰도 있다.
거제 금강사(주지 성원)는 농촌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저절로 사찰로 이끈 대표적인 곳이다. 금강사가 어린이들을 위한 한문학당, 방과 후 공부교실, 연극ㆍ영화 관람 등을 통해 아이들의 문화공간을 겸한 놀이공간으로 거듭나자 자연스럽게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는 신도 수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주지 성원 스님은 유아교육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어린이 집 운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부모들도 불교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찰의 노력 외에도, 현장에서 포교에 임하는 청소년 지도자들은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포교에 응용하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어야한다. 200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은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으며, 컴퓨터 사용용도로는 인터넷 이용이 87%를 차지했다. 이 같은 N세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핸드폰을 통한 문자포교나 e-메일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회원들과 지도법사가 실시간으로 리플을 달아가며 대화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체계적 지원 절실
의정부 지역 모 교회는 여름방학 성경학교에 아이들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참가비 3000원을 받고 게임기, 롤러블레이드, 자전거 등 각종 경품을 내걸었다. 마치 그물로 고기를 낚듯 인근 아이들을 싹쓸이 했다. 분별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못할 짓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름성경학교는 성황을 이뤘다. 어린이ㆍ청소년 선교를 위해서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교회의 과감성에도 분명 배울 점은 있다.
조계종이 2005년을 기준으로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 책정한 예산은 2억 원 남짓. 단위사찰이나 종단이나 어린이ㆍ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단기간에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어린이ㆍ청소년포교의 어려움 때문에 이를 무조건 방치 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다.
어린이ㆍ청소년포교를 위한 기금 조성도 고민해야 한다.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 나서지 못하는 사찰은 기금조성에 동참하고, 이들의 포교를 전담하는 사찰에 기금이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불교계는 끊임없이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의 활성화를 위해 고민해왔다. 그러나 많은 정책들이 일시적인 행사성 기획에 불과했다. 사찰건물을 증축하고 짓는 불사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인재불사 없이는 불교의 미래도 없다. 어린이ㆍ청소년 포교를 위한 종단의 정책과 사찰의 원력, 전문 지도자의 양성과 활발한 현장활동이 어우러지는 인프라 구축이 바로 불교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