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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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원 실천은 본래 모습 찾아줘
보현행원 수행체험기(하)


박정준 불자
청소하면서 하찮은 벌레에도 그 생명의 귀함에 감사했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에서도 찬란한 삶의 모습을 찬탄했다. 그리고 지난 중간고사 기간엔 독서실에 오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말도 해 보았다.

요즘 아이들은 개성이 강해 자신의 모습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어른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패션을 갖춘다. 그런 아이들에게 쉽지는 않지만 “네 차림이 개성 있다. 그 옷 멋있는데, 어디서 샀니? 피어싱은 안 아프니?” 등 칭찬하는 말을 건넸다. 통상 그 정도의 차림을 하고 다닐 아이들이면 자신들의 세계에 타인이 끼어드는 것을 싫어하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특성의 끼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나의 칭찬 몇 마디에 쉽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그 뿐 아니라 대부분 그런 아이들은 공부하고 거리가 멀어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방해하기 다반사인데, 일단 말이 오가게 되니까 “야! 시험 때니까 조금 조용히 지내자”란 말에도 “예”라고 순순히 대답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기엔 내 경험 상 흔치 않은 일이다. 참으로 진솔하고 단순한 칭찬 한마디가 한창 민감하고 거친 아이들의 마음을 바꾼 것이다.

평범한 너와 나,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 속에 우리가 가야할 부처의 길이 있다. 본래부터 밝은 본성인 부처 마음이 중생의 어두운 마음에 가려져 있으니, 그 어둠을 감사와 찬탄의 말로 거두어 내고 부처의 길로 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선 수천 년 전에 이미 그 길을 확인해 주셨다. 나는 부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걸고 알려주신 그 길을 믿고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내 수행의 끝은 나만의 깨달음이 아니라, 깨달음 너머의 세계, 즉 일체 중생이 모두 함께 부처가 되는 그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다.

연초에 끝없이 추락하던 마음이 평온해 졌다.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만나는 이웃 모두에게 ‘잘했다’란 칭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일상생활에서 단순한 보현행원의 실천이 나의 본래 모습을 찾도록 해 준 것이다. 나의 잘난 것 못난 것 모두 받아 주시는 부처님께 일체의 나를 바치고(供養), 일심으로 보현행원을 통한 부처의 길을 가고자 다짐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한 달여 남기고 보현행원을 만나 후, 차분한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해 시험을 편안하게 보았고, 그 결과 무난하게 합격했다. 그 과정에 나는 부처님께 서원을 올렸다. 매 순간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준비하여 보현행원의 길을 가면 틀림없이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고, 오늘도 그 일을 위해 즐거이 부처의 길을 가겠다고.

우리들은 늘 곁에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지 못하며 느끼지 못하고 산다. 눈을 돌려 창밖으로 펼쳐진 모습을 보라! 계절마다 옷을 달리 갈아입으면서 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가로수에서, 어느 건축가의 손에서 빚어진 포근한 느낌의 건물에서, 바삐 제 길을 가는 행인들, 그 옆으로 줄을 이어 달리는 형형색색의 차량들,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이 사무실, 일을 마치고 나서 돌아가 편안히 쉴 수 있는 나의 집! 어느 것 하나에도 그 아름다운 무지개가 없는 곳이 없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은 그냥 투명한 하나의 색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사물을 판단하게 해 준다. 하지만 찬찬히 보면 그 빛은 바로 우리들 무지개의 본질이다. 알 수 없는 투명함에서 영롱한 무지개가 우리 주변의 만물을 비추고 있는 것이며, 그 빛은 만물의 성품에 따라 자신을 아낌없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은 초록으로, 어떤 것은 예쁜 보라 빛으로, 또 어떤 것은 아주 노란색을 칠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조화로운 우리들의 세상인가? 그 빛은 아무런 색깔과 편견 없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이든 막론하고 그들 각자의 아름다움에 영롱함을 더해 주고 있다. 그런 빛을 받고 있는 우리들 자신은 느끼지 못하지만 얼마나 커다란 축복을 받고 있는 것인가? 우리 모두가 그런 무지개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것을 모르며 살아간다. 자신은 비록 느끼지 못할지라도 온 누리에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으니, 우리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노래하며 보현행원의 길로 가면 된다. 이런 자그마한 사실들 하나하나가 이렇게 고마운 줄은 보현행원을 알기 전까지는 몰랐다.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부처님이다. 모두에게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란 불성을 깨우는 소리를 들려주자. 자신을 하찮게 여기던 그들도 자신이 얼마나 예쁜 색을 가지고 있는지를 일깨우자. 내가 초록색이라고 남의 노란색이 어찌 밉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초록색으로, 노란색으로, 각자 부처의 마음으로, 커다란 축복의 생명을 찬란하게 피워가자. 그리고 그것은 그토록 장엄한 화엄의 세계일지니.<끝>

관련 링크 : 부다피아 수행법 메뉴 가기
박정준 |
2005-08-31 오후 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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