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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9차 템플스테이 '지혜나눔명상' 회향
본사와 공동주최…60대 어르신들 큰 가르침 안고 다시 세상속으로


둘째 날 저녁 태화천으로 소풍을 갔다. 게임을 하며 흥겨워하는 모습.
“30여년 부처님을 찾았고 법문을 듣고 봉사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니 참다운 나를 잊은 채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과 가족들을 원망하고, 상처를 준 나를 보게 됐습니다.”

60세 이상 어르신 18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마곡사 9차 여름템플스테이 지혜나눔명상 프로그램이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8월 28일 회향했다.

사람이 바뀐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60을 넘게 살아온 분들이 과연 잘 적응하고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칭찬 샤워시간. 둘러앉은 사람들이 가운데 사람을 향해 돌아가며 칭찬을 던진다.
참가자들은 마가 스님(마곡사 포교국장)과 묘운 스님(나눔기쁨공동체)의 안내를 따라 서로의 손을 맞잡고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참가자들은 이번 지혜나눔명상을 통해 자신의 존귀함과 아울러 타인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며, 짐처럼 자신을 억누르던 집착을 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죽음을 통해 나를 본다


이번 9차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특징적이었던 부분은 둘째 날 마련된 죽음명상 시간이었다.
영정을 바라보며 자신의 죽음을 떠올려본다.
참가자들이 저녁 예불을 마치고 돌아온 수련장에는 예기치 못하던 광경이 전개됐다. 18개의 영정이 벽에 붙어있었던 것.

참가자들은 각자 촛불 밝혀진 자신의 영정 앞에 앉아, 자신의 죽음을 바라봤다.

“내가 죽었을 때 누가 와서 울고 있을까. 가족들 표정은 어떨까. 그때 내 마음은 어떨지…. 우리는 언제까지 살아있으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작별을 고하십시오.”

이렇게 말하며 마가 스님은 유서를 쓰도록 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둥글게 모여앉아 각자의 유서를 읽어 보는데, 눈물이 먼저 쏟아져 읽기가 쉽지 않다.

슬픔이 밀려와 유서 읽기가 쉽지 않다.
“내 사랑하는 자식들아 보아라. 자식들아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너희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이 너무 많은 빚을 지고 가는구나.”

“엄마가 욕심이 많아 너희들 마음 불편하게 했던 것, 이해하지 못했던 것, 곱게 말하지 못했던 것, 모두 미안하고 부끄럽다. 이제 너희들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모두 후회스럽고 미안하다”

죽음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마곡사를 가로지르는 태화천 극락교에서 유서를 태우며, 스스로에게 새로운 삶을 약속했다.






당신은 존귀한 사람



“미워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짐입니다. 홀가분하게 내려놓으십시오. 그것이 내 노후가 편안해지는 길입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면서,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십시오.”

유서를 태우며 새로운 삶을 다짐해보는 참가자들.
템플스테이 마지막 날. 마가 스님의 당부가 이어진다.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마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만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행복을줍니다. ‘잠깐 보고 말 사람’이라는 생각은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내가 나의 주위 사람을 부처임처럼 대할 때 그때 비로소 행복해집니다.”

스님의 말이 끝나자, 불단 앞에는 세 개의 단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이 3명씩 그 위에 오르고, 마가 스님, 묘운 스님을 비롯한 나머지 참가자들은 삼배를 올리며 상대방의 존귀함을 표했다.

참가자들은 갑작스런 삼배를 받으며 목이 메었다. 어릴 적 엄마의 품을 떠난 후, 존귀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접받아본 적 있던가. “스님한테 절 받기는 평생 처음입니다” “이 순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 여러분 모두 행복하십시오” 삼배에 대한 답례의 말이다.


삼배를 받으며 자신의 존귀함을 깨닫는다.


순서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를 진행한 마가 스님, 묘운 스님과 강의를 맡은 이성순 심리상담센터 ‘노후가 아름다운 사람들’ 소장을 앞에 모셔 삼배를 올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템플스테이는 회향됐다. 18명의 참가자들은 이틀 전 마곡사를 찾을 때의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어떤 참가자의 말대로 극락과도 같았던 2박 3일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과연 세상 속에서도 다짐했던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회향을 마치고 기념촬영.
지금 갖고 떠나는 느낌들을

돌아가서도 가질 수 있다면….

마곡사를 두고

바람을 두고

물소리 두고 갑니다.


- 맨드라미(어떤 참가자의 별칭)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08-29 오전 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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