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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흔히 ‘고기를 먹으면 안된다’ ‘술을 마시면 안된다’라는 식의 단정적 선언으로만 알고 있는 계율이, 깨달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는 법회가 마련됐다.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던 8월 27일, 대구 동화사(주지 지성)와 현대불교신문이 공동 주최한 계율수행 법회 네 번째 순서가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7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법회에서는 동화사 강주 지운 스님이 ‘계율과 수행,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주제로 법주로 나섰다. 스님은 최근 계율과 수행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수행 풍토를 지적하며 법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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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사분율> 1권에서 계율을 제정한 10가지 뜻을 밝힌 부분을 예로 들며, 계율은 출가의 조건이며, 승가의 화합을 도모하고, 깨달음을 얻게 하고 정법이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데 그 의의가 있음을 밝혔다.
“계율을 지키는 자체가 바로 수행입니다. 왜냐하면 깨달음은 선정(禪定)을 통해 일어나고, 선정은 곧 계율을 잘 지킴으로써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선정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계율로 묶어둠으로써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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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님은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다고 해 계율을 부정하거나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부처님이 계율을 제정한 근거가 ‘현실’이 아니라 ‘법(法)’에 근거한 것임을 간과한 결과라 지적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계율을 바꾼다면, 결국 계율의 본 뜻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스님은 음식과 몸 그리고 마음의 상관관계를 밝히며 계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몸은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4대에 의해 형성되며, 몸의 기운에 의해 쌓인 것이 마음이므로, 마음은 육체의 기운으로 형성되고 육체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4대에 공(空)을 더한 5대의 속성과 이들이 어떻게 육체를 형성하며 이렇게 형성된 육체가 마음에는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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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화대(火大)는 뜨거운 성질은 물론 차가운 성질도 함께 가지는데, 이는 몸의 온기와 음식의 소화에 관계되며 만물을 성숙시키기도 하며 냉기로 인한 병을 생기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화대는 소유하고자 하는 탐욕을 일으키며 곧 대인관계의 단절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수행 중에는 소유욕을 자제하고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애정을 가짐으로써 소유의 대상이 소멸되며 색욕, 식탐 등이 자비의 불길에 의해 사라진다는 것이다.
“화두를 참구하는 마음은 의식이며, 의식은 육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끄달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율이 필요한데, 특히 음식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고기나 오신채 등은 몸의 기운을 성하게 해 음욕을 일으키고 술을 마시면 지혜종자가 끊어지니 수행에 많은 장애를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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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출가한 수행자가 고기를 먹는다면 살의(殺意)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자비심에 바탕이 되지 않는 수행은 깨달음을 얻음을 지적하며 법회를 마무리했다. 더불어 승가를 외호해야 하는 재가신도들도 계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승가의 정도(定道)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