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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어르신들, 마곡사에서 지혜를 나누다
제9차 마곡사 템플스테이 첫날 표정


나는 사람들을 인정하겠습니다! 타인을 인정하는 가운데 나도 인정받을 수 있다.
나는 왜 여기 왔나. 무엇을 얻으러 왔는가. 60살 넘게 살아오면서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60세 이상의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템플스테이가 8월 26일 2박 3일 일정으로 마곡사에서 열렸다. 마곡사 9차 템플스테이의 주제는 지혜나눔명상.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노인들의 지혜를 가족과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바람에서 정해졌다. 폭염이 가셔 선선한 공기가 쾌적한 오후, 비 갠 산사는 쪽빛 하늘로 참가자들을 반겼다.

템플스테이는 이름짓기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본다.

이름도 버리고 성도 버리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난다.
“제 이름은 복덕혜에요. 복과 덕과 지혜를 다 갖고 싶어서 지어봤어요.”

“제 이름은 맨드라미에요. 들어오는 길가에 피어있는 맨드라미가 고와서 지었죠.”

세상에서 남으로부터 받은 상처, 남에게 준 상처들을 날려버리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더 이상 나는 아집과 독선으로 타인과 다투던 과거의 내가 아니다.

“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인정하겠습니다”라는 맹세로 마음가짐도 새로이 해본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은 ‘마음열기’로 시작됐다. ‘마음열기’는 서먹서먹한 참가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잊고 지내던 자신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시간. 이번 템플스테이에서는 노인이라는 참가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요가가 등장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뾰쪽탑. 둘이서함께하는요가의 한 동작.


성공적인 템플스테이를 위해 마가 스님(오른쪽)을 비롯해 강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갖고 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요가치료를 전공하는 백선혜씨는 ‘둘이서 함께 하는 요가’를 선보였다. 둘씩 짝지어 서로에게 서로의 몸을 의지해서 간단한 요가동작들을 완성하는 요가다.

전체적인 균형을 요하기 때문에 동작을 무리하게 따라하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신체접촉 기회가 많아 어색함을 해소하는 데도 안성맞춤.

저녁에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시간의 진행을 맡은 이는 심리상담센터 ‘노후가 아름다운 사람들’ 이성순 소장.

26일 저녁에 열린 이야기 시간.
이 소장은 “여러분들은 대부분 수행에 관심을 갖고, 성불하겠다는 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마음에 한을 품고 있으면 마치 짐을 지고 있는 것과 같아서, 수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마음에 응어리진 생각들을 다 떨어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먼저 참가자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었다.

치매에 중풍까지 않은 시어머니를 6년간 모시면서, 형제간의 갈등의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 허전한 마음을 공부로 달래기 위해 학생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 어떤 참가자는 철없이 뛰놀던 6~7세 시절이 좋았다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이는 젊은 시절 전쟁터에서 고막을 다쳐 난청으로 고생하고 있는 참가자. 그는 “마누라 속을 많이 썩였다”고 고백하고 “50대로 돌아가 잘 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솔직히 나를 드러내면 내가 보인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참가자들을 향해 이 소장은 화제를 노후로 돌렸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지금, 남아있는 노후가 중요하다는 것.

이 소장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라”며 “너무 힘들고 속상했던 시절이지만 모두 지나갔으니 이제 모두 내려놓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이 소장은 “밖으로는 봉사활동을, 내면적으로는 기도하며 다음 생을 준비할 것”을 권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08-27 오전 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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