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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 기획]포교에 지역이 따로 있나?
지역밀착형 포교 전략 마련해야

문제는 철저한 지역사찰화 전략

성공한 도심사찰이나 농어촌지역 사찰의 사례를 언급할 때 대부분은 주지스님 개인의 희생이나 원력만을 생각하기 쉽다. 지금까지 도심ㆍ농어촌 포교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방안은 물론, 불교계 차원의 고민이 부족했던 결과다.

더 이상 종단이나 불교계 전체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 도심ㆍ농어촌 등 지역포교를 논하기 어려운 시점이 되었다. 차별화된 포교전략과 주민밀착형포교를 위한 포교인프라 구축의 조건을 살펴보자.


# 도시 - ‘블루오션’을 개척하라

도심포교현장의 스님들은 부족한 공간, 인적, 물적 토대의 빈곤 속에서 마땅한 포교 프로그램 개설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심포교에 성공한 사찰들 가운데 처음부터 충분한 물적 토대를 갖추고 시작한 곳은 한곳도 없다.
이상적인 지역포교는 원력과 인프라의 결합으로 성공할수 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하면서 대형교회와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의 특화된 생존전략을 거울삼는다면 소규모 도심사찰의 포교도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이영철 NGO미래경영연구소장은 “소규모 사찰들도 도심 대형사찰의 그늘에 가려 도심속 산중사찰이 되지 않도록 나름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심화된 경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없는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 극심한 경쟁이 있는 핏빛 레드오션의 반대적 개념)’을 스스로 창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근대적 의미의 도심포교가 싹트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부터다. 도시불교, 젊은불교를 주창하며 ‘불광운동’을 이끌었던 광덕 스님의 원력에 영향을 받은 젊은 스님은 산사를 내려와 아파트 단지 상가건물, 주택가 골목 안까지 파고들어 과감하게 불법을 펴나가기 시작했다.

삼선포교원장 지광 스님은 “불교는 산중에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1980년대 초 도심포교에 뛰어들던 스님들은 요즘 벤처기업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처럼 초기 도심포교는 몇몇 스님들의 투철한 포교원력을 밑바탕으로 성장해 나갔다.

이후 80~90년대 강남포교원 구룡사 능인선원 불광사 삼선포교원 수원포교당 영남불교대학 한마음선원 등은 다양한 신행프로그램 운영, 교리학습(교양대학)조직을 체계화한 신도관리 시스템, 현대화된 건물 등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의 이면에는 나름대로 그늘이 있기 마련이었다. 사찰이 대형화 되면서 신도개인의 신행활동을 세세히 챙기기 어려워진 것이다. 90년대 이후 이러한 틈새를 적절히 메우는 특화된 포교전략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안양 지장선원 주지 현호 스님은 “도시는 인구가 밀집돼 있는데다 다양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인적자원도 풍부하다. 더구나 교통이 발달돼 있어 어린이포교, 문화포교, 수행포교, 복지포교 등 그 사찰의 특성이 살아 있으면 사람들을 쉽게 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사찰이 가진 하드웨어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의왕 용화사(주지 덕문)는 현대적 건축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편안하고 세련된 사찰공간으로 신도들에게 접근했다. 남다른 사찰건축이 입소문을 타면서 상담을 위주로 신도들과의 접촉을 늘려 도심포교에 성공했다. 대구 앞산공원 내에 위치한 은적사(주지 허운)는 생태와 환경에 초점을 맞춰 회보형식의 환경전문지를 발행하거나 나무심기 방생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지역의 명물이 됐다.

지역 주민의 특성을 고려한 도심포교의 모범사례도 있다. 안산 유마정사(주지 정명)는 지역 특성상 여성불자가 많아 일요법회가 잘 안됐지만 평일 법회로 전환하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부산 해운대 신도시에 위치한 부처님마을(주지 효범)은 30~40대 가족법회중심의 포교에 집중하고 있다. 하남 상불사(주지 동효)도 신흥 주택가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어린이청소년 법회에 이어 곧바로 가족법회를 가짐으로써 이를 성인 포교로 연결시키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 한자교실과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안산 보문선원(주지 보림)은 지역노인들에게 무료돋보기 보급 같은 복지활동 뿐만 아니라 공단지역의 특성에 맞게 외국인노동자 인권활동으로 불교의 사회적 이미지를 향상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보림 스님은 평소 “포교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의 성과는 작지만 나중에 태풍을 만들어낼 인연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많은 사찰들이 교육 포교 복지 사회 수행 등 특화된 프로그램들로 지역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심포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잘 짜여진 신도교육 프로그램과 장기적 포교전략, 우수한 인력, 시대변화에 대응 할 수 있는 기본적 인프라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농어촌 - ‘주민밀착형 포교’로 승부하라

농어촌지역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특성은 심각한 이농현상으로 인구의 급격한 감소, 이에 따른 주민들의 고령화 현상으로 대변된다. 대부분 바쁜 농사일로 생계를 잇기도 빠듯한데 종교생활은 사치라는 인식도 큰데다, 산사의 지리적 취약성 탓에 일반 신도들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사찰 운영 자체가 어렵다보니 일부 스님 가운데는 절을 지키기보다 도시에 나가 기도를 해주거나 제를 지내는 데만 열중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특히 농어촌지역 큰 절 옆에 있는 소규모 사찰들은 신도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큰 절의 영향력에 밀려 아예 농촌포교를 포기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큰 절 주변 사찰들도 그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 자체가 침체돼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미 도심에서 성공을 거둔 수많은 교회들조차도 농촌선교에서 쓰라린 좌절을 경험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안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성공을 거두고 있는 농어촌 사찰의 특성을 살펴보면 주지 스님의 남다른 포교 원력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것. 이런 속에서 대부분 어린이 포교, 지역 실정에 맞는 염불이나 사경 등 육체노동에 지친 농어촌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포교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 중턱에 위치한 봉화 청량사(주지 지현)의 경우 농사일로 바쁜 농민들이 찾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지현 스님은 경운기를 타고 밤마다 마을회관으로 찾아가 법회를 여는 노력 끝에 오늘날 청량사의 토대를 만들었다. 지현 스님은 “주지는 지역주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사찰은 신도들이 어울리는 교류와 수행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창 정토사(주지 수현)는 농촌의 어린이 인구가 대폭 줄어들고 있음에도 20년 전부터 어린이 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이 모두가 1종운전면허를 취득해 직접 미니버스를 운전해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부모들까지 사찰 신도로 흡수했다. 거창 고견사(주지 정안)의 경우도 교양대학을 열고 참선 교실을 해봤지만 결국 실패, 농사일에 지친 사람들이 졸지 않고 할 수 있는 염불 수행을 선택했다. 현재는 고정적으로 참석하는 신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

경북 성주ㆍ군위지역 사찰들은 주변의 만류 속에서도 복지센터를 열고 합창단과 봉사단을 만들어 운영해 나가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 과연 자원봉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지난해 말 성주 조계종사원주지연합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이웃과 하나’복지관은 주 2회 독거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과 반찬 배달봉사를 펼쳐 지역불교에 큰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관청을 이용한 포교활성화도 농어촌지역에서는 유용하다. 성주 선석사(주지 선문)는 전통사찰의 이점을 살려 군비, 도비 등을 받아 불사에 노력하고, 지역 사찰들과 연계해 포교활동을 이어간다. 이는 불교문화재라는 관광 인프라와 포교를 결합한 사례로 지자체는 전통사찰을 지원하고, 사찰은 지역경제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눈에 띠는 것은 농촌지역 천태종사찰의 약진이다. 젊은 층이 빠져나간 농촌지역 포교가 어렵다지만 어린이 학생회 청년회를 만들어 이끌면서 지역에서 포교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중앙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화된 신도교육으로 접근하는 천태종의 포교 스타일이 가져온 결과다.



핵심인프라 ‘원력 전략 지원’

도심과 농어촌 포교에 있어서도 핵심적 인프라는 역시 원력을 갖춘 인재, 차별화된 다양한 포교전략, 종단차원의 재정적ㆍ제도적 지원이다. 이러한 사실은 앞에 언급된 많은 사찰들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포교에 뜻을 세운 스님들이 쉽게 의지를 꺾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처럼 수행중심의 종단분위기는 구태여 포교에 나서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한다. 종단은 선원 안거 수행뿐만 아니라 일선 포교경력도 우대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뛰어난 포교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포교원의 책임이다. 포교사를 배출만 할뿐 활용 시스템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도 재점검해야 한다. 불교교양대학의 차원이 아니라 일선 포교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는 ‘포교아카데미’ 형태의 전문교육기관과 상시적인 워크숍의 도입도 중요하다.

사찰운영에도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철저하게 ‘수요자’ 입장에서 포교 프로그램을 만들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수다.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심사찰의 주말 법회나 운영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산사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미 일부에서는 도시-농어촌 사찰간의 전략적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도심과 농어촌지역 미래포교의 성공열쇠는 주민들의 성향과 문화적 특성 등을 고려한 철저한 ‘지역밀착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포교를 지원할 중앙기구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역 교구본사와 종단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 조계종은 한때 지역별로 포교거점사찰을 지정,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종단과 교구본사의 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흐지부지 됐다. 이제라도 종단차원에서 도심ㆍ농어촌 지역포교의 활성화를 위해 포교거점사찰의 적극적인 활용 등 체계적 포교전략 수립에 나설 때다.

한명우ㆍ천미희ㆍ조용수ㆍ배지선 기자 | pressphoto1@hanmail.net
2005-08-30 오후 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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