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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수관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저자이면서 전통 강원에서 학인을 가르치고 있는 지운 스님이 5년 전에 창안해 지도하는 수행법이다. 8월 20~23일 충주 봉은사에서 지운 스님이 직접 지도하는 ‘자비수관 수련회’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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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선(坐禪)→행선(行禪)→점검
8월 22일, 충주 봉은사 법당에 들어서자마자 좌선에 든 참가자들의 손 모양부터 살폈다. ‘자비수관’이란 독특한 이름 때문이었다. 비로자나불처럼 양 손을 맞잡은 금강결인(金剛結印)을 했을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반적으로 좌선할 때의 손 모양(禪定印) 그대로였다.
의문은 40분 좌선 끝에 이어진 행선시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제각기 다른 속도의 발걸음으로 법당 안을 오가는 것이나, 발뒤꿈치 감각에 집중하며 감각의 변화에 몰두하는 모습은 여느 행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두 시간이 지났을까? 지도법사 지운 스님이 두툼한 원고뭉치를 들고 상석에 앉았다. 참가자들이 하루하루 직접 쓴 자비수관 수행일기였다. 이어 스님은 어느 참가자의 수행일기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수행점검에 들어갔다. 자비수관에서 웬 수행일기? 일단 궁금증을 잠시 접고, 현장에서 오가는 문답을 들어보기로 했다.
“자비의 손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차근차근 자비의 손으로 몸을 쓰다듬어보세요. 자비의 손은 의식을 움직이는데 그 역할이 있어요. 하나의 방편인 거죠. 그 방편에 너무 신경 쓰면, 정작 몸에 일어나는 현상을 놓치게 돼요. 안 보인다고 조바심 낼 것 없이 바로 그 조바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세요.”
점검 내용은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의 수행경험 공유로 이어졌다. 연신 “그랬구나!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소리가 앉은 자리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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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은 ‘마음의 손’
“자비수관의 손은 집중의 한 표현으로 법이 나타나게 하는 도구죠. 자비는 나타나는 법(法)을 가로막은 업(질투, 자만, 성냄, 해침, 거침, 폭력 등)을 녹여요. 그리고 관은 관조(觀照)로서 ‘자비 손’의 도움으로 대상을 꿰뚫어 삼법인을 가려내는 능력이에요. 이 세 가지가 어울려 하나로 작용해서 법을 체득하면, 마음이 청정해지는 거죠.”
지운 스님의 자비수관에 대한 설명이다. 자비의 손은 ‘마음의 손’이란 것이다. 의식을 움직이게 해 몸에 영향을 줘, 그 반응을 삼법인으로 관찰하기 위한 것이 자비의 손이 필요한 이유다.
참가자의 체험에서도 이 같은 원리는 그대로 확인됐다. 자비수관 수행 3개월째인 류승환(47ㆍ대전 대덕구 중리동)씨는 “자비수관은 그간 가졌던 심리적으로 억압된 부정적 감각을 자비심으로 없애 자기 긍정의 에너지를 얻게 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천주교 신도인 한성국(60ㆍ서울 서초구 우면동)씨도 마찬가지였다. 한씨는 “자신의 몸을 통해 삼법인의 현상을 직접 알아차리게 되면서, 몸이 곧 마음의 현상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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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와 사마타 원리와 닮은꼴
그럼 자비수관의 원리는 무엇일까? 지운 스님은 위빠사나(觀)와 사마타(止:정신집중)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즉 자비의 손을 만든 것은 고도의 정신집중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사마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위빠사나는 자비의 손으로 일어난 몸의 반응을 삼법인의 현상으로 확인한다. 그 방법이 알아차림(정념)이고, 이런 과정을 지속되면 그 알아차림이 결국 지혜로 바뀐다는 것이다.
“‘자비의 손’을 빌려 몸이 갖는 땅, 물, 불, 바람의 4대(大)와 공(空)의 성품 그대로를 관찰하는 것이 자비수관이에요. 그 ‘자비의 손’으로 5대라는 성품을 직접 대면하면, 몸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실체가 없는 공의 모습을 드러내고, 자아가 본래 존재한 적이 없는 무아의 지혜가 생기게 돼요. 자비심에 의해서 몸속의 생명에너지는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이 돼 업이 바뀌면서 깨어나죠.”
그렇다면 몸에 대한 관찰이 깊어지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스님은 ‘지→수→화→풍→공’의 순서로 관찰이 깊어지면, 관하는 마음이 부분에서 전체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관자재(觀自在)로 가는 방편이 되는 것으로, 자비의 모습인 5대의 손이 지, 수, 화, 풍, 공에 관계되는 업장을 소멸시켜 몸을 정화해서 몸의 고통과 속박된 마음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의식이 청정해진다는 것이다.
#체험사례1
“자비의 손으로 내 몸을 쓰다듬자 팔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듯했다. 머리와 몸통도 없어져버린 듯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하니 자비 손의 흐름은 몸 구석구석에 걸림 없이 흐르듯 움직였다. 그러자 몸에서 온갖 현상들이 일어났다. 시원함 질투 통증 등이었다. 즉각적으로 그 현상들을 ‘삼법인’으로 알아차렸다. 일어난 현상들은 흘러가는 영상들일뿐 지속적이지 않고, 고통은 몸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것, 바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원리 체득이었다. 내 ‘마음의 문’은 스르르 열리는 경험이었다.(장세레나ㆍ39ㆍ경기 용인시 상현동)
#체험사례 2
자비수관은 ‘그때뿐인’ 알아차림을 일상에서의 그것으로 만들었다. 생활 속에서도 몸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자비의 손으로 신체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는 이미지 연상 수행은 몸에서 생기는 불쾌함과 피곤함을 상쾌함과 개운함으로 바꿔놓았다. 몸에 대한 인식 전환은 10년간 앓던 당뇨병 완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몸은 마음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과 본래 ‘몸은 비어 있다’는 것을 정념으로 꿰뚫어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박성하ㆍ42ㆍ대구 달서구 성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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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자비수관은 자기 자기의 고통을 없애고, 자기를 사랑하는 수행법”
-지운 스님에게 배우는 ‘자비수관(慈悲手觀)’ 수행법
“‘자비 손’으로 몸을 관찰해 나가면 몸에 일어난 부조화가 사라져요. 그러면 몸이 청정해져 탐진치가 사라지게 돼 집중력과 깨달음의 지혜가 생기죠. 자비수관을 창안한 까닭이 이 때문이에요.”
지운 스님은 자비수관을 주창한 이유와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즉 조용한 장소에서 집중력을 요하는 다른 수행법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자비수관은 비교적 쉬우면서 단기간에 몸과 마음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수행법이라는 것이다.
그럼, 자비수관을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스님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매일 10~20분씩 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수행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하루 평균 두 시간 정도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주의할 점은 자비수관을 의도적으로 하지 말아야 해요. 무심(無心)하게 하세요. 의도적으로 하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에요. 자비심 없어 치병의 의도로 한다면, 자비심도 안 생기고 삼법인도 관찰되지 않아요. 어머니의 손을 빌려와 자신의 실제 몸을 쓰다듬는 것처럼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관련 링크 : 부다피아 수행법 메뉴 가기